입법 '양치기' 1등에 상주는 국회

국회의장은 2005년부터 매년 3월 우수 입법 의원을 선정해 입법상을 준다. '입법 및 정책개발 우수 국회의원'을 뽑는다. 평가 기준은 정성평가와 정량평가로 나뉜다. 발의해서 처리까지 된 법안 수가 많은 의원은 정량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2017년엔 정성/정량평가를 통해 우수 국회의원 31명이 상을 받았다.
국회 사무처는 제출 법안의 본회의 가결건수, 회의 출석률 등 양적 기준을 통해 선정하는 우수 국회의원 비중을 2016년 29명에서 2017년 10명으로 줄였다. 그럼에도 정량지표는 여전히 중요한 기준이다.


6개 분야 총 69개 국회의원 연구단체를 지원하는 국회 의정연수원은 매년 우수 국회의원연구단체를 선정한다. 외부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평가위원 추천과 지원심의위원회를 거친다지만, 단체 소속의원의 법안 발의건수가 중요한 평가기준 중 하나다.


평가 결과에 따라 다음 해 지원금 규모가 달라진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좋은 평가를 받은 단체는 연 최대 2000만원대 지원금을 받는다.


수상시기를 앞두고 정량평가 대신 정성평가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회 안팎에서 나온다. 글자 하나를 살짝 고쳐서 낸 법안은 쟁점도 아니라 쉽게 처리된다. 반면 쟁점법안은 발의도 어렵고 손도 많이 간다.

물론 처리되기도 힘들다. 법안 처리 건수나 처리율로 국회의원을 평가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의정연수원도 정량평가의 부작용을 고려해 발의건수 기준을 폐지하는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의장 직속 혁신자문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19대 국회 의원발의 법안 수는 17대 국회보다 약 3배 늘었다. 정량적 지표 위주로 의정평가가 이뤄지면서 의원발의안이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같은 기간 법률반영률은 66%에서 48%로 감소했다. 의안발의 수가 증가하고 의안 자동상정제가 도입되면서 검토기간이 단축됐다. 이에 따라 심도 있는 의안 검토도 어려워졌다.

현재 국회 각 상임위원회 전문위원실 총 정원은 325명으로 1인당 법률안 검토건수는 54.8건에 달한다. 상임위 전문위원은 39명이다. 1인당 법률안 343건을 검토해야 하는 셈이다. 법제실 총정원은 46명으로 1인당 637건의 법률안을 검토해야 한다.

국회 관계자는 "법안 발의를 열심히 한 게 아니라 쇼를 열심히 한 의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주면 악순환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열심히 법안을 연구하고 만드는 의원들은 정량평가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