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 카스테라'의 아픔'…'흑당 버블 밀크티'로 덮는다

서봉채 푸드트립 대표(58). / 사진제공=푸드트립

“밀크티가 올여름 커피 일변도의 국내 카페 시장에서 새바람을 일으킬 것입니다.”

숱한 사업 실패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 외식업 CEO(최고경영자)가 있다. 일명 ‘식용유 빵’ 논란으로 카스테라 사업이 망했을 때도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위한 의지는 견고했다. ‘흑당 버블 밀크티’로 올 여름 외식업계 새바람을 예고하는 서봉채 푸드트립 대표(58)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 대표가 외식업에 관심을 가진 것은 1989년 일본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부터다. 8년간 만화 문화생 생활을 마치고 일본에서 삽화 제작을 하면서 다채로운 먹거리를 경험했다. 서 대표는 “일을 마치고 독특한 먹거리를 먹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며 “특히 당시 일본에서 유명했던 슈크림 맛을 잊을 수가 없다”고 떠올렸다.

먹거리에 대한 서 대표의 애착은 1995년 사업화로 이어졌다. 슈크림을 담은 붕어빵을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인 것. 새로운 먹거리에 도전한다는 소신이었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팥 붕어빵에 익숙한 소비자 입맛을 돌리기엔 판로 확보, 마케팅, 회계 등 사업 경험이 부족했다. 해마다 중국, 일본, 독일의 식품 박람회를 찾아다니는 한편 피자, 와플, 커피, 곱창 사업도 벌였으나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도전을 멈추려던 2016년 9월, 서 대표의 사업 인생에 반전이 일어났다. 일명 ‘대왕 카스테라’가 공전의 흥행몰이에 성공한 것. 당시 서 대표는 국내 최초 대만식 카스테라를 선보이며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가맹점에게서 판매 로열티나 인테리어 비용을 받지 않은 사업 방식도 주목 받았다.


그러나 2017년 2월 대왕 카스테라가 식용유를 과다 함유한 빵이란 주장이 제기되면서 서 대표는 재차 위기를 맞았다. 한 때 150여곳까지 늘었던 가맹점도 삽시간에 문을 닫았다. “빵 한 개당 티스푼 절반 정도의 식용유가 들어간다”고 해명했으나 다른 먹거리를 찾아나선 소비자의 발길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서 대표는 “식용유 빵이란 의혹에 대해 억울한 마음이 컸다”며 “부끄럽지만 답답한 마음에 불을 끄고 한시간 울기도 했다”고 한숨 지었다. 그러면서도 “위험성과 오해를 최소화하는 먹거리 발굴이 국내 외식업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은 시기”라고 말했다.

서 대표는 흑당 버블 밀크티를 앞세워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대만에서 옛부터 만들어 먹었던 밀크티를 국내에 들여온 것. 카사바 열매 분말로 만든 ‘버블’로 식감을 살리고 흑설탕을 볶아 만든 ‘흑당’으로 독특한 무늬까지 더한 게 핵심 경쟁력이다. 대만의 ‘밀크티 장인’으로 불리는 화사부와 기술 협약을 통해 비법을 전수받고 이달초 ‘춘풍슈가’ 홍대 1호점을 열었다. 해당 밀크티를 직접 제조해 국내는 물론 해외 사업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방부제, 인공색소를 가미하는 방식은 원천 배제했다.

서 대표는 “국내 외식업은 유행과 입소문 등에 따라 트렌드가 급격히 변하는 게 특징”이라며 “트렌드를 예측하고 해당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올 여름 흑당 버블 밀크티로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