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왜곡 회고록’ 2년 전두환…7000만원 배상·형사처벌 위기

강현석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87)을 23년 만에 형사 법정에 부른 건 다름 아님 그가 직접 쓴 <전두환 회고록>이었다. 2017년 4월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한 내용을 담고 있는 회고록을 출간한 이후 그는 여러 건의 민·형사 소송에 휩싸였다.

2017년 4월 출간된 <전두환 회고록>.

2017년 4월 출간된 <전두환 회고록>.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3일 그의 아들 재국씨가 대표로 있는 출판사에서 회고록을 출간했다. 책 내용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거셌다. 특히 회고록에는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가 가득했다.

1980년 5·18당시 전 전 대통령은 권력의 핵심에 있었다. 그는 당시 보안사령관 겸 합동수사본부장 겸 중앙정보부장 서리였다. 1979년 12·12쿠데타로 사실상 권력을 모두 장악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신군부 스스로 “6·25이후 민족최대의 비극(제5공화국 전사)”이라고 표현했던 5·18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었다.

그가 출간한 회고록은 판매와 배포도 못하고 있다. 전 전 대통령과 아들 재국씨는 ‘거짓 내용을 담은 회고록’ 출간 대가로 7000만원을 5·18단체와 유족에게 배상해야 할 처지다. 전 전 대통령 본인은 형사사건의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야 한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금남로에서 대치중인 공수부대와 시민들.│5·18기념재단 제공.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금남로에서 대치중인 공수부대와 시민들.│5·18기념재단 제공.

■1심 법원 “5·18단체·유족에 7000만원 배상”

그는 회고록에서 “5·18사태의 발단에서 종결까지 과정에서 내가 직접 관여할 일은 존재하지 않았다”거나 “헬기 사격과 무차별적 살상 행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5·18단체는 회고록이 발간된 이후 2017년 6월과 12월 전 전 대통령을 상대로 법원에 출판 및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2차례나 냈다. 이와 함께 ‘손해를 배상하라’며 손해배상 신청도 함께 했다.

이 사건을 심리했던 1심 재판부는 회고록의 69곳에서 5·18을 왜곡하고 비하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판단했다. 광주지법 민사14부는 지난해 9월 13일 5·18기념재단 등 4개 단체와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가 전 전 대통령과 회고록을 출간한 출판사 대표인 아들 재국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5·18민주화운동이 유혈진압으로 막을 내린 1980년 5월27일 전남도청에 아무렇게나 방치된 시민들의 시신.│5·18기념재단 제공.

5·18민주화운동이 유혈진압으로 막을 내린 1980년 5월27일 전남도청에 아무렇게나 방치된 시민들의 시신.│5·18기념재단 제공.

재판부는 전 전 대통령 등에게 5·18 관련 4개 단체에 각각 1500만원, 조 신부에게 1000만원 등 모두 7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전두환 회고록>은 5·18을 왜곡한 표현을 삭제하지 않고서는 출판 및 배포를 금지하도록 결정했다.

재판부는 “전씨는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평가를 반대하고 계엄군 당사자들의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의 자기 변명적 진술을 기재한 조서나 일부 세력들의 근거없는 주장에만 기초해 5·18 발생 경위 및 진행 경과에 대해 사실과 다른 서술을 했다”고 지적했다.

또 “5·18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일 수 있고, 국민 각자는 다양한 출판 활동을 통해 여러 견해를 피력할 수 있다”면서도 “다른 견해를 밝히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 고증을 거친 객관적인 자료에 기초한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역사의 왜곡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 측은 1심 판결해 불복해 항소했으며 현재 광주고법에서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전두환 피고인으로 형사재판 출석 앞둬

이와는 별도로 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5·18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한 고 조비오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등으로 표현해 사자명예훼손혐의로 고소 당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동구 금남로 상공을 날고 있는 계엄군의 헬기. 헬기 뒷편 건물에서는 2017년 당시 헬기에서 쏜 탄환 자국이 발견됐다. │광주시 제공.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동구 금남로 상공을 날고 있는 계엄군의 헬기. 헬기 뒷편 건물에서는 2017년 당시 헬기에서 쏜 탄환 자국이 발견됐다. │광주시 제공.

전 전 대통령은 5·18 당시 군의 헬기 기총소사 사실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회고록에서 비난했다. 그는 “조 신부는 (헬기사격을 봤다는) 허위주장을 번복하지 않았다.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일 뿐”이라고 서술했다.

조 신부 조카인 조영대 신부와 5·18단체들은 2017년 4월22일 “계엄군 헬기사격은 사실이 증명됐다. 허위사실을 꾸며 퍼뜨린 죄를 물어야 한다”며 전 전 대통령을 광주지검에 고소했다.

1년여 간 수사를 벌인 검찰은 지난해 5월3일 “5·18 당시 헬기 기총사격이 있었다”고 결론 내며 전 전 대통령을 사자명예훼손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의 두 차례 소환 요구에 불응한 전 전 대통령 측은 “헬기 기총소사 자체가 없었고, 광주라는 시공간과 무관하다”는 내용의 서면진술서를 제출했지만 검찰은 “헬기사격에 대한 목격자 진술과 각종 자료가 다수 있음에도 조 신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가장 높은 빌딩 중 한곳 이었던 전일빌딩 10층에서 발견된 5·18당시 헬기에서 발사된 총탄 흔적.│광주시제공.

1980년 5월 광주에서 가장 높은 빌딩 중 한곳 이었던 전일빌딩 10층에서 발견된 5·18당시 헬기에서 발사된 총탄 흔적.│광주시제공.

이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 전 대통령을 그동안 수차례 ‘재판연기신청’과 ‘관할이전’을 주장하며 시간을 끌어왔다. 결국 재판은 해를 넘겼다. 전 전 대통령 측은 건강상 이유를 들며 또다시 재판 연기를 요청했지만 광주지법은 예정대로 7일 오후 전 전 대통령의 형사 재판에 대한 공판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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