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문학상 대상에 윤이형…“결혼제도의 모순·폐해에 나름대로 대안 써봤다”

이영경 기자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로…최은영 ‘일 년’ 등 5편은 우수상

제43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윤이형의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가 선정됐다. 문학사상 제공

제43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윤이형의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가 선정됐다. 문학사상 제공

제43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윤이형의 중편소설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가 선정됐다. 결혼제도의 모순과 폐해, 그 안에서 소외되는 개인들의 문제와 대안을 모색한 작품이다.

7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이형은 “결혼제도의 폐해, 양육자가 된다는 것, 사랑이라는 감정의 변화와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결혼이라는 제도가 개인의 삶을 어떻게 억압하는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다가 나름대로의 답을 써본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은 결혼했다 아이를 낳고 이혼한 후 예전에 함께 기르던 고양이의 죽음을 계기로 오랜만에 다시 만난 희은과 정민의 이야기를 다룬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불거졌던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 그로 인해 증폭된 여성들의 불안, 결혼이라는 제도가 개인에게 가하는 억압 등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이에 그치지 않고 제도 밖의 삶에 대한 가능성을 모색한다.

소설은 지난해 윤이형이 기르던 고양이가 세상을 떠난 일을 계기로 쓰였다. “고양이가 죽은 후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죠. 가족과 같은 존재의 죽음 앞에서는 많은 것이 무의미하고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슬픔에 매몰되는 것보다는 그것을 계기로 새로운 삶을 찾아나가는 이야기를 씀으로써 저 자신에게도 위로가 되었으면 했습니다.”

소설은 결혼제도의 모순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희은과 정민은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취하지 않는다. 정민은 아이 부양과 생계를 위해 꿈을 포기하고 생산직 노동자가 되면서 스스로로부터 소외되어가고, 희은 역시 아이를 키우며 고된 육아 속에 자신을 잃어간다. 어느 날 이웃에서 여성의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이별폭력’의 희생자임을 알게 된 희은은 심각한 불안증세에 시달린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정민과 희은의 간극은 점점 넓어지고, 두 사람은 이혼을 선택한다. 희생을 바탕으로 한 결혼에서 벗어나는 순간, 두 사람은 점점 자신을 되찾아간다.

윤이형은 “가부장제가 남성, 여성 모두를 억업하는데 현실적으로 가부장제 피해자는 보통 여성이다. 성역할을 가정에서 바꾸고 가사분담을 바꾼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이고 제도의 문제라고 생각해 저항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헤어질 때 서로 원망하고 미워하는 것이 행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성적으로 합리적으로 서로를 최소한 존중하면서 헤어지는 방식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희은과 정민이 갈라서기까지는 7년의 시간이 걸린다. 아들 초록의 양육을 맡은 희은은 육아와 병행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각종 자격증을 딴다. 윤이형은 “결혼제도에 여러 문제가 있지만 사회가 대책 없이 출산을 장려한다. 사회가 양육의 책임을 분담하지 않고 오직 부부, 가족의 책임으로 남기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희은이 독립하는 과정을 통해 왜 여성이 결혼제도를 떠나려고 할 때 바로 떠날 수 없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1977년 제정된 이상문학상은 매년 전년도 발표된 중단편 가운데 수상작을 선정해왔다. 심사위원회는 “부조리한 현실의 삶과 그 고통을 견뎌내는 방식을 무게와 균형 갖춘 이야기로 형상화했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 최은영의 ‘일 년’, 정용준의 ‘사라지는 것들’, 장강명의 ‘현수동 빵집 삼국지’ 등 5편이 우수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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