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신형철은 특별하다. 시인이나 소설가가 아니고, 외부활동도 많이 하지 않는데 대중의 폭넓은 사랑을 받는다. 지난해 9월 펴낸 산문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은 넉 달도 지나지 않아 4만여부가 팔렸다. 이전에 낸 평론집과 산문집, 영화에세이도 각각 2만부가량 나갔다. 깊이 있고 따뜻한 성찰, 단정하고 섬세한 문장은 신형철이라는 강력한 브랜드를 떠받치는 요소들이다. 그의 아름다운 문장은 특히 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이들의 질투 대상이다.
신형철이 최근 자신만의 글쓰기 비결을 살짝 공개했다. “글의 장점은 써놓고 고칠 수 있다는 건데 제1 독자가 중요하다. 배우자도 문학평론을 하는데, 아내가 먼저 읽고 이해가 안되는 구절이 있다고 하면 내가 잘못 쓴 것이라 생각하고 고친다.”(중앙선데이 인터뷰)
해마다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다르지 않다. 작품이 어느 정도 완성되면 가장 먼저 아내에게 원고를 읽어달라고 한다. “그녀의 의견은 말하자면 음악의 ‘기준음’ 같은 것입니다. 한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그것은 ‘트집 잡힌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 어찌 됐건 고친다’는 것입니다. 비판을 수긍할 수 없더라도 어쨌든 지적받은 부분이 있으면 그곳을 처음부터 다시 고쳐 씁니다.”(에세이집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하루키는 원고가 아내의 심사를 무사히 통과해야만 담당 편집자에게 보여준다. 소설 <7년의 밤> <28> <종의 기원>의 정유정도 “남편은 제 소설의 첫 번째 독자이자 감수자”(조선비즈 인터뷰)라고 했다.
글쓰기는 더 이상 문인이나 학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모두가 블로그든 페이스북이든 카카오스토리든 어디엔가 글을 쓴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많이 읽고, 많이 써보고, 깊이 생각하라는 ‘다독(多讀)·다작(多作)·다상량(多商量)’은 불변의 황금률이다. 여기에 한 가지만 더 보탠다면 ‘제1 독자를 곁에 두어라’가 아닐까.
다만 신형철과 하루키의 규칙은 엄수한다는 게 전제다. 지적을 받으면 고친다는 것. 무조건 박수받기를 기대해선 안된다는 것. 제1 독자를 자청하는 이가 쓴소리 대신 칭찬만 한다면, 그건 유사품에 불과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