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급별 호봉 상한제 확대 쟁점
사측 “파업 막기 위해 논의할 것”
노조 “밤 새워서라도 협상하겠다”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의 파업 예정일을 하루 앞둔 7일 노사 지도부가 최종 담판을 벌였으나 일부 쟁점에서 이견을 보이며 밤늦게까지 난항을 겪었다.
허인 국민은행장과 박홍배 노조위원장 등 노사 지도부는 이날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4시15분까지 ‘페이밴드’(직급별 호봉 상한제) 확대 여부와 임금피크제 도입 연장, 성과급 규모 등을 두고 최종 담판을 벌였다. 노사는 앞서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마라톤협상을 벌이며 접점 찾기에 돌입했지만 합의점은 도출하지 못했다.
허 행장은 이날 오후 3시 임직원 담화 방송을 통해 “페이밴드 논의와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 일치를 조건으로, 보로금에 시간외수당을 합쳐 300%의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어 “우리 스스로 파업이라는 ‘파국의 길’을 걷는 것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간절함으로 대화의 불씨를 이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사측이 노조의 ‘성과급 300% 지급’ 요구를 수용하면서 한때 타결 기대감이 고조됐으나 다른 핵심 쟁점에서 입장차가 컸다.
핵심 쟁점인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의 경우, 국민은행은 현재 부점장급은 만 55세 생일 다음달부터, 팀장과 팀원들은 만 55세 생일 다음해 1월1일부터 적용하고 있다. 사측은 이번 협상에서 진입 시기를 1년 연장하되 팀장과 팀원들도 부점장과 동일한 기준으로 맞추자는 반면, 노측은 지난해 산별교섭에서 합의한 대로 모두 기존에서 1년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측의 ‘페이밴드 논의’ 제안 역시 합의에 어려움을 겪었다. 페이밴드는 직급별로 기본급 상한을 둬 연차가 차더라도 승진을 못하면 임금을 제한하는 제도다. 국민은행은 2014년 11월부터 신입 행원을 대상으로 적용해왔다. 사측은 이를 전 직원으로 확대하자는 입장인 반면 노측은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오후 협상을 마친 뒤 “2018 임금·단체협약 투쟁이 최종 결렬됐다. 8일 1차 경고성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어 노조는 이날 오후 9시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총파업 전야제를 열고 밤샘농성을 벌였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전야제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노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주요 쟁점은 청년 행원 페이밴드와 여성 행원(L0·저임금 직군) 차별”이라며 “(사측과) 재협상 의지가 있으며, 밤을 새워서라도 협상을 하겠다”고 말했다. 사측 관계자도 이날 밤 “파업을 막기 위해 노측과 다시 만나 쟁점들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이날 밤늦게 협상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