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결정 구조 개편

경영계 요구 수용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갈등 불씨 남아

남지원 기자

정부 “노사 교섭, 소모적 논쟁” 이유로 전문가들에 맡겨 ‘구간설정위’ 위원 9명이 심의…객관적·합리적 진행 기대“독립성 보장·제도 운영 등 세부 사안 조정 여부에 성패”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초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초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7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새 최저임금 결정체계 초안의 핵심은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최저임금위원회를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와 노사 양측과 공익위원으로 구성된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것이다. 1988년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한 뒤 30여년간 유지됐던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완전히 뒤바꾸는 셈이다. 매년 최임위 협상이 노사 극한대립으로 난항을 겪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기대지만 구간설정위원회부터 대립구도가 이어질 수도 있다.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고용 사정을 포함한 ‘경제적 상황’을 추가하기로 한 것은 인상 속도조절을 위한 수순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결정체계를 바꾸는 이유에 대해 “그동안 최저임금이 ‘노사 교섭’ 방식으로 결정돼 소모적인 논쟁이 되풀이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최임위는 노동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이 각각 원하는 인상률을 제시하고 폭을 좁혀가는 방법으로 의결을 해왔는데, 노사가 직접 상반된 의견을 제시하다 보니 갈등이 컸다.

지금까지 최임위에서 32차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동안 노·사·공익 3자의 합의로 최저임금이 결정된 경우는 7회, 노사 모두 참석한 가운데 표결로 결정된 경우는 8회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도 사용자위원들이 전원 퇴장한 상태에서 표결이 이뤄졌다. 노동부는 노사 당사자 대신 전문가들이 최저임금 상·하한선을 정하도록 하면 심의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구간설정위원회가 생겨도 대립과 파행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되는 구간설정위원회는 노·사·정이 각각 5명씩 추천하고 노사가 순차적으로 각각 3명을 배제하거나, 노·사·정이 각각 3명을 추천해 위촉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노사가 위촉한 전문가들은 위원회가 꾸려진 후 양측 입장을 대변하다 파행을 빚을 수 있다. 이 경우 여전히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는 것은 정부 측 인사들이다.

정부는 결정위원회의 공익위원 중 일부 추천권을 국회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이 역시 여야가 추천 몫을 놓고 극심하게 대립할 가능성이 크다.

최저임금을 정하는 기준은 경영계 요구대로 경제상황과 기업 지불능력을 더 고려하도록 개편된다. 이 장관은 “이번 개편안은 정부 개입 여지를 최대한 없애는 게 목적”이라며 “이번 개편으로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외피만 바꾸는 것을 넘어서 최저임금 결정 과정을 합리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사 간 대립과 파행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기준을 제시해 협력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최저임금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규범력이 강화될 수 있다”며 “앞으로 최저임금 결정 과정의 독립성 보장 등 세부적 결정 절차를 면밀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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