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협상 중요한 순간마다 중국과 긴밀한 협력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김정은 4번째 방중 가능성

중·러 연계 다자협상 구도로 갈 가능성…신년사에서도 밝혀

북·중, 북·미 정상회담 이어 김정은 서울 답방 시나리오 예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3차 방중 당시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환영단에 손을 흔들며 걷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3차 방중 당시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환영단에 손을 흔들며 걷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국 방문 움직임이 7일 포착됐다. 김 위원장이 탑승한 것으로 보이는 북한 열차가 이날 밤 북·중 접경 지역인 단둥(丹東) 기차역을 통과해 베이징으로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랴오닝성 단둥 시내에 공안이 집중 배치되고 압록강 철교, 단둥역에 보안이 크게 강화됐다. 정부도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김 위원장의 4번째 방중 가능성을 예의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두고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해 6월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과 역사적인 싱가포르 공동선언을 만들어낸 이후 북·미 대화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양측의 기싸움이 장기화되자 북한이 ‘우회로’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연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하여 항구적인 평화보장 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합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러시아 등 우군을 끌어들여 협상의 입지를 높이고 미국을 움직일 수 있는 지렛대를 확보하려는 시도를 할 수 있음을 예고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대북제재 완화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중·러 등과 연계해 현재의 북·미 양자협상을 다자협상 구도로 가져가려 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 움직임도 이 같은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북·미 2차 정상회담에 대한 가시적 전망이 서지 않고 있는 상황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3번 중국을 방문해 북·미 협상의 중요 순간마다 중국과 긴밀히 협력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그런 만큼 김 위원장의 방중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특히 올해는 북·중 수교 7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방중에 이어 10월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의 평양방문이 이뤄지는 수순이 유력하다.

북한이 중국 방문을 올해 첫번째 외교 이벤트로 선택한다면 북·중 정상회담-2차 북·미 정상회담-김 위원장 서울 답방 등의 순서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적절한 시기에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중국을 한반도 평화정착 프로세스에 적극 참여시키는 전략적 움직임을 지금 시도한다면 한반도 정세에는 상당히 복잡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북·미 간 협상에 미·중의 이해관계가 얽히고 플레이어가 많아지는 상황이 벌어지면 그만큼 진전 속도도 더딜 수밖에 없다. 북·미 대화를 촉진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여온 한국 정부에도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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