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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렁에 빠진 독일 3大 자동차-벤츠·아우디도 ‘제2 디젤게이트(요소수 조작)’ 전전긍긍

  • 배준희 기자
  • 입력 : 2019.01.07 09:23:21
2019년 심기일전을 노리던 독일차 3사(벤츠, BMW, 아우디폭스바겐)에 ‘빨간불’이 켜졌다. ‘화재게이트’로 2018년 홍역을 앓은 BMW는 국토교통부 민관합동조사단 결과 발표로 2019년 새출발을 하려던 계획이 어그러졌다. BMW는 검찰 고발에 흡기다기관 추가 리콜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벤츠와 아우디도 안심할 처지가 못 된다. 환경부는 벤츠와 아우디에 대해 독일발(發) 요소수 조작 문제를 조사 중이다. 결과는 2019년 1월 중 발표 예정으로 경우에 따라 또 다른 대규모 리콜 사태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사단, BMW 화재 ‘설계 문제’ 결론

▷BMW, “바이패스 결함” 기존 주장 고수

BMW 화재 사고 원인을 조사한 민관합동조사단은 2018년 12월 24일 BMW 차량에 설치된 EGR의 ‘잘못된 설계’가 근본 원인이라고 밝혔다. EGR은 경유 차량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에서 대기오염 물질을 걸러내는 장치다. BMW 측이 처음부터 이 장치가 화재를 일으킬 위험이 있는 상태로 설계했다는 것이 조사단의 결론이다. 조사단은 과징금 112억원 부과와 함께 배기가스가 지나가는 통로인 흡기다기관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리콜 대상 차종 65종, 17만2000대에 대해 추가 리콜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리콜 조치만으로 화재 발생을 100% 막을 수 있느냐는 점에 의구심이 높다.

결론부터 말하면 설계 결함에 방점을 둔 조사단 발표대로라면 단순한 부품 교체식 리콜만으로는 화재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 리콜을 받은 차량에서도 화재 발생이 잇따른 것은 조사단과 전문가 지적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공교롭게도 조사단 발표 직후 2018년 12월 25일 충남 천안-논산고속도로에서 리콜 조치를 받았던 BMW 520d 승용차에서 불이 나 차를 대부분 태웠다.

조사단 발표와 BMW 측 주장을 좀 더 풀어보면 이렇다. 조사단이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은 2가지다.

첫째는 EGR의 설계다. EGR 모듈(부품 덩어리)은 크게 EGR 쿨러(냉각기), EGR 바이패스 밸브, EGR 밸브, 흡기다기관, 배기가스 후처리장치 등으로 구성된다. 조사단은 이 가운데 화재의 직접적 원인으로 EGR 쿨러와 흡기다기관을 꼽았다. 특히 조사단이 새롭게 문제의 원인으로 주목한 것은 쿨러장치다. 쿨러는 재순환장치로 유입되는 뜨거운 배기가스를 식혀주는 역할을 한다. 조사단에 따르면 EGR 쿨러에 가해진 지속적인 열충격으로 생긴 균열 탓에 냉각수가 누수됐고 그 결과 화재가 발생했다.

조사단은 EGR 쿨러의 오작동 이유를 2가지 중 하나로 추정했다. BMW가 처음부터 설계를 잘못해 이 냉각기가 배기가스를 충분히 식히지 못했거나,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양의 배기가스가 유입돼 냉각기에 열충격이 가해졌다는 것이다. 어찌됐든 EGR 모듈의 설계 문제로 쿨러에 균열이 가면서 냉각수가 샜고 배기가스가 지나가는 통로(흡기다기관)에 침전물이 쌓이면서 여기로 불티가 옮겨붙어 차량 전체로 불길이 번졌다는 것이 조사단의 판단이다.

이는 ‘EGR 바이패스의 문제’라는 지금까지의 BMW 측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바이패스 밸브는 EGR 밸브를 통해 재순환되는 가스를 EGR 쿨러를 거치지 않고 흡기다기관으로 보내주는 장치다.

다만, 엔진 자체의 소프트웨어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아니다”라고 결론 냈다. 소프트웨어는 EGR 모듈에 유입되는 배기가스의 양을 조절한다. “이는 엔진 설계 전략의 일환으로 봐야지, 조작은 아니다”라는 것이 조사단의 판단이다. 단, 엔진에 유입되는 배기가스의 양이 EGR 쿨러가 냉각할 수 있는 용량을 초과한 것은 ‘설계 결함’이라고 조사단은 판단했다.

BMW 측은 ‘설계 결함’이라는 조사단의 판단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조사단 발표 직후 BMW는 “납품하는 부품회사가 재순환장치 일부 부품을 잘못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사정이 이렇자 리콜 계획을 조기에 달성하려던 BMW는 ‘멘붕’에 빠졌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BMW가 배기가스 재순환장치를 무리하게 가동하고 있지 않느냐는 세간의 의혹이 이번 정부 발표로 확인된 것에 의미가 있다”며 “BMW의 리콜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서로 협의해 아예 SCR(선택적환원촉매장치), LNT(희박질소촉매장치) 등 배기가스 후처리장치를 추가로 달아 EGR 사용량을 줄이는 식으로 실질적인 해결책을 내놨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결함 은폐 여부 법적공방

▷뿔난 차주들…소송 규모 커질 듯

결함 은폐 여부를 두고도 극명한 시각차를 보였다. 조사단은 BMW 측이 결함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이를 은폐하려 한 정황이 다수 발견됐다고 보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조사단에 따르면 BMW 독일 본사는 2015년 10월 재순환장치 냉각기 균열 문제 해결을 위한 TF를 꾸려 화재 위험을 줄이려는 조치에 들어갔다. 박상수 조사단장은 “단정적으로 BMW가 (설계 결함을) 속였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여러 정황으로 볼 때 BMW가 이런 상황을 몰랐다고 보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BMW코리아 측은 결함을 은폐하거나 축소한 적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BMW의 후속 보상 조치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관심 사안이다.

조사단 발표 뒤 BMW 관련 소송에는 참여자가 갈수록 늘고 있어 향후 소송 결과에 따라 지급될 보상 총액은 폭스바겐 때를 넘어 업계 최대 규모로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 집단소송을 진행 중인 법무법인 바른은 1000명가량의 소송인단을 모았고 한국소비자협회가 진행 중인 별도 소송에도 2000여명이 참여했다. 양측의 손해배상 청구액을 더하면 그 규모는 약 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집단소송 참여자들은 개인당 평균 1000만원 수준의 위자료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벤츠·아우디도 긴장

▷정부, 요소수 조작 여부 1월 발표

수입차 업계 2위 BMW의 부활에 제동이 걸렸지만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 등 경쟁 독일차 브랜드의 표정은 밝지 않다. 2018년 6월 불거졌던 독일발 요소수 조작 문제의 불씨가 커질까 노심초사하고 있어서다. 최근 환경부는 벤츠코리아와 아우디코리아 일부 디젤차에 대한 막바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르면 2019년 1월 중 결과가 발표될 예정으로 BMW 사태와 맞물려 독일 브랜드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으로 확산될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요소수 분사량 조작 의혹은 ‘디젤게이트’와는 별건으로 2018년 6월 독일 검찰이 조사에 착수하면서 불거졌다. 요소수는 배기가스의 오염 물질인 질소산화물(NOx)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디젤차에 장착된 질소산화물 저감장치인 선택적환원촉매를 통해 요소수를 분사하면 질소산화물이 물과 질소로 환원돼 질소산화물 배출이 줄어든다. 그러나 실제 주행에서는 요소수가 적게 분사되도록 소프트웨어를 조작했다는 것이 독일 검찰의 판단이다. 정상적으로 요소수를 분사시키면 요소수 탱크 용량이 커지고 그 결과 연비가 나빠지는 약점을 숨기려고 소프트웨어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해당 차종은 아우디 3ℓ A6, A7, 벤츠 1.6ℓ 비토 차종과 2.2ℓ C220d·GLC220d 등 3만여대다.

환경부는 평택항 내 보관 중인 신차 중 차종별 1대 차량을 임의로 선정해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로 입고한 뒤 해당 차량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벌였다. 실내외 주행 모드를 비롯해 다양한 운전 조건에서 오염물질 배출과 선택적환원촉매 제어로직 등을 확인했다. 당초 연내 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검증에 시일이 소요되면서 2019년 1월로 시기가 미뤄졌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검증이 완료된 차종에 대해 해당 자동차 제작자로부터 문제가 된 제어로직을 적용한 기술적 이유, 타당성 등에 대한 해명을 들었는데 이 과정에서 공방이 오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요소수 조작 정황이 확인되면 2015년 폭스바겐 사태 이후 강화된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차종별로 매출액의 5%·상한액 500억원의 과징금 규정을 적용받게 된다. 인증 취소는 물론 최대 500억원의 과징금과 리콜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는 의미다. 2017년 12월 28일 이후 판매가 지속되는 차종은 강화된 법령의 적용을 받는다. 벤츠의 경우 3개 차종 모두 판매 중이며, 아우디는 A7 50 TDI 콰트로(quattro) 1개 차종이 해당된다.

환경부는 이번 조사와 함께 유로6 기준으로 인증을 받고 제작, 판매되는 소형·승용 경유차 전체를 대상으로 SCR 요소수 조작 관련 조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배준희 기자 bjh0413@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0호 (2019.01.02~2019.01.01.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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