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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메리어트·로레알이 게임 개발한 이유는?

  • 입력 : 2019.01.07 10:50:58
  • 최종수정 : 2019.01.07 15:16:04
전세계를 무대로 호텔과 리조트 체인을 운영 중인 메리어트는 빠른 사업 확장 전략을 펼쳐 체인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역량을 갖춘 관리자 확보가 절실했으나 지원자 수는 감소 추세였다.

메리어트는 인재 확보가 사업 확장 전략의 핵심 성공 요인이라 판단했으나 기존 채용 방법으로는 한계를 느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항해(voyage) 프로그램’이란 방법을 도입했다. 새 프로그램의 핵심은 게임 방식이 접목된 가상의 호텔 경영 시뮬레이터(virtual hotel simulator)였다. 호텔에 관심이 있는 대학생이라면 컴퓨터 프로그램에 접속해 15층 500실 규모의 호텔을 가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수익, 고객 만족도, 직원관리 효율성 등의 주요 지표도 경영 방식에 따라 명쾌하게 나타난다. 또한 각 단계별로 온라인으로 연결된 멘토가 피드백을 해주도록 고안했다.

메리어트는 이 프로그램으로 호텔업에 관심 있는 잠재 지원자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호텔과 적성이 맞고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고를 수 있었다. 이들은 입사 전부터 호텔업에 맞게 자기주도형 선행학습을 해왔기 때문에 빠르게 적응했다.

글로벌 화장품 기업 로레알은 온라인 공간에 ‘가상의 로레알’을 만들었다. 참여자는 가상의 직원이 돼 재무, 회계, 제품 개발 등 특정 직무를 맡아 다른 게임 참여자와 함께 업무 수행을 경험한다. 로레알 역시 이런 방법으로 인재를 확보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 채용 공정성 이슈가 부각되며 사람이 배제된 인공지능에 의한 채용 인터뷰나 직무적합성 테스트가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디지털 환경과 도구가 더 편안하고 익숙한, 새로운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최근 추세는 단순히 홈페이지를 통해 지원서를 받는 단계를 뛰어넘는다. 게임을 접목해 지원자 참여와 몰입을 배가시킨다. 적합도 테스트, 사전적 직무훈련, 팀워크 학습 등이 동시에 이뤄지는 시뮬레이션이나 게임화 방식(gamification)으로 진화 중이다. 아울러 빅데이터에 근거한 인공지능과 현장감·몰입도 높은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등의 기술이 적용된다. 이로써 직무, 리더십, 팀워크, 조직가치 등의 적합도를 정교하게 예측한다.

미국 온라인 게임회사 레드파이브스튜디오(Red5Studio)는 지원자 개인에 대한 맞춤형 메시지를 전달하는 감성적인 접근 방식으로 우수 인재 채용에 효과를 봤다.

회사는 개발자 SNS나 업계 평판 등을 분석해 영입할 개발자 명단을 리스트로 만든다. 이들의 관심사와 취향을 분석한 뒤 영입하려는 사람의 과거 업적이나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회사는 “자사에서 더 큰 꿈을 펼칠 수 있다”며 구체적인 제안을 담은 CEO 육성을 아이팟에 넣어 선물 패키지로 전달했다.

그 결과 영입 제안을 받은 대상의 90% 이상이 이직 제안을 받아들였다. 데이터 분석과 디지털 도구 활용으로 채용 과정의 정교함을 높인 것은 물론 지원자에게 감동까지 안긴 대표적인 사례다.

공고를 통해 일정 기간 지원자를 모집하는 채용은 옛 방식이다. 온라인 내 가상체험 프로그램이나 적성검사 테스트 등에 참여를 유도해 상시적으로 선발 가능한 잠재적인 인력풀을 정보화해야 한다. 인재를 필요로 하는 기업은 이 정보에 접근해 자사 직무나 가치에 적합한 인재에 접촉하면 된다. 이것이 인재 중개(매칭 플랫폼)다. 디지털화는 인사에도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박형철 머서코리아 사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1호 (2019.01.09~2019.01.01.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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