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신청 서비스 안내

[취재수첩] 투자자 울리는 ‘올빼미 공시’ 여전

  • 김기진 기자
  • 입력 : 2019.01.07 10:51:43
  • 최종수정 : 2019.01.07 15:16:04
‘올빼미 공시’.

주가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은 사안을 한밤중이나 연휴 직전 등 투자자 관심이 떨어지는 시기에 발표하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다. 연말 증시 폐장 기간이나 명절 직전 등에 빈번히 일어난다. 이번에도 예외는 없었다. 주식시장이 문을 닫은 2018년 12월 28일 오후부터 새해 전날인 12월 31일까지 기업에 불리한 내용을 담은 공시가 줄을 이었다.

클라우드 솔루션 전문기업 퓨전데이타는 필리핀 업체와 체결한 사물인터넷(IoT) 원격 수도 검침 시스템 공급계약이 해지됐다고 밝혔다. 녹십자는 BCG(결핵 백신) 생산시설 구축과 생산을 당초 계획보다 2년 늦춘다고 발표했다. 네이처셀도 일본 기업과 맺은 25억원 규모 세포가공물 중간공정 가공업무 위탁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엔케이물산은 한국남동발전과 맺은 유연탄 공급계약 규모가 379억원에서 120억원으로 줄었다는 것을 발표했다. 이 밖에 현대엘리베이터, 희림, 신성이엔지 등이 하락 요인이 될 확률이 높은 사안을 공시했다.

올빼미 공시는 투자자 피해로 이어진다. 투자자는 주가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안은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휴장 기간을 보내야 한다. 실제로 장이 열린 뒤 주가 급락으로 손실을 보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미약품은 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지난해 한미약품은 기술수출한 신약의 임상이 중단됐다는 사실을 설 연휴 직전 발표했고 연휴 직후 주가는 8.5% 빠졌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고 시장은 활기를 잃게 된다. 올빼미 공시는 정부가 규제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처벌을 위해서는 상장기업이 악의를 갖고 공시 시간을 조정했는지 판별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결국 기업의 자정 노력만이 유일한 해결책인 셈이다. 기업과 투자자가 공생할 수 있는 구조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때 전달하려는 정직함이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1호 (2019.01.09~2019.01.01.15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