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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노믹스] (6) 공태인 코인원 리서치센터장이 분석한 韓 암호화폐 시장 | 규제? 그러면 다 죽는다…전문가 육성할 때

  • 나건웅 기자
  • 입력 : 2019.01.07 14:20:24
암호화폐 시장이 긴 터널을 지나는 중이다. 비트코인은 4000달러 선이 무너진 지 오래. 1만9300달러(약 2200만원)에 달했던 2017년 12월과 비교하면 반의반 토막이 났다. 대장주가 이러니 다른 코인 사정이 더 암울한 것은 당연지사. 최근 코인원이 국내 거래소 최초로 암호화폐 리서치센터를 구성한 이유는 분명하다. 시장이 어려울수록 믿을 만한 투자 정보가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공태인 코인원 리서치센터장은 블록체인 전문가라기보다는 정통 금융인에 가깝다. 입사 전에는 도이치방크에서 통신·인터넷 애널리스트로 활약한 바 있다. 그가 바라본 국내 암호화폐 시장 상황은 어떨까.

고려대 경영학과/ 영국 옥스퍼드대 블록체인전략 최고위과정 수료/ 도이치방크 리서치센터 실장/ 코인원 리서치센터장(현)

고려대 경영학과/ 영국 옥스퍼드대 블록체인전략 최고위과정 수료/ 도이치방크 리서치센터 실장/ 코인원 리서치센터장(현)



Q 암호화폐 리서치센터를 설립한 이유가 무엇인가.

A 암호화폐는 기술과 투자, 두 기둥이 떠받치는 산업이다. 최근에는 기술에만 지나치게 관심이 쏠렸고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너무 없었다. 암호화폐를 투자상품으로 접근하는 시도 자체가 워낙 부족했다는 얘기다. 암호화폐도 마치 주식처럼 펀더멘털(기초체력) 관점에서 분석하고 장기 투자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요즘처럼 장이 안 좋은 상황에서 오히려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Q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특정 종목을 분석한 후 매수·매도 의견을 내기도 하는데, 암호화폐도 가능할까.

A 현재로서는 어렵다. 국내 암호화폐 관련법이 없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투자 권유 행위로 보고 문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암호화폐별 내재가치를 분석하는 등 투자 정보만 제공하는 수준이다. 예를 들어 플랫폼 블록체인 EOS 시장 규모를 현재 가격에 비춰 추산해보면 약 4억3100만달러다. 하지만 EOS가 향후 대체할 수 있는 클라우드 시장의 2020년 기준 전망치는 200배인 약 901억달러에 달한다. 이런 식으로 간접적인 투자 정보를 제공할 뿐이다.

Q 규제 공백에 따른 우려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최근 업비트 기소 사태가 더욱 불을 지폈다. “차라리 규제를 해달라”고 말하는 관계자도 많다.

A 규제와 정책이란 단어를 구분해 사용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 산업에 필요한 것은 규제가 아니라 정책, 조금 더 기대해보면 진흥 정책이다. 기존 금융권에 준하는 규제가 당장 도입된다고 하면 생존할 수 있는 암호화폐 회사는 냉정히 볼 때 단 한 곳도 없다. 규제 공백에 따른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차라리 규제가 없는 편이 낫다. 정부 규제 전에 시장 플레이어들이 자정 노력을 하고 보수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Q 어떤 방식의 진흥책이 효과적일까.

A 암호화폐 투기 논란이 일었던 2017년 말이 오히려 기회였다. 정부가 ICO를 금지하고 거래소를 옥죄는 게 아니라 전문 기관투자자를 육성하는 방향으로 갔어야 했다. 암호화폐 프로젝트는 사실 극단적 초기 기업이다. 초기 스타트업은 전문 투자자 투자 성공 확률도 5% 미만이다. 개인투자자는 당연히 실패한다. 개인은 전문기관이 조성하는 암호화폐 펀드에 투자하는 방식이 낫다.

Q 지금은 늦었나.

A 여전히 늦지 않았다. 코인원 리서치센터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처음 올린 보고서 ‘암호화폐에는 내재가치가 있다’는 누적 조회 수가 8000건에 육박할 만큼 인기를 얻었다. 에프앤가이드 모든 보고서 중 조회 수 1위였다. 내용이 훌륭해서 그랬다기보다는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이 암호화폐에 여전히 관심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1호 (2019.01.09~2019.01.01.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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