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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이 쇠퇴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수능을 마치고 5년 만에 찾아간 경기도 지역 일대에 있는 마을. 이곳에 거주할 적엔 대형마트는 버스를 타고 2번 갈아타 꼬박 50분 가까이 소요되는 거리라 가까운 동네 지역시장을 부모님의 손을 잡고 자주 갔었다.

다른 주민들도 마찬가지였는지 손님들은 끊임없었다. 그렇기에 시장이 활성화했고, 그곳에서 대형마트 못지않은 물건들과 식재료를 구매할 수 있었다. 바로 옆집의 이웃, 같은 반 친구인 남자아이, 심지어 친구의 부모님이 그 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모습도 적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때의 추억이 떠올라 다시 찾은 고향 전통시장에는 그때 보았던 많은 손님들도, 앉아서 야채와 임산물을 팔고 있던 많은 어르신들조차도 줄어든 상태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같은 반 친구의 부모님이 운영하던 정육점은 없어진 지 오래였다. 대신 주변에 빽빽이 늘어져 있는 아파트와 대형 전자제품점 그리고 대형마트가 세워져 있었다. 시장과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대형마트가 버젓이 세워져 있었다.

2019년 1월 1일, 남들은 멀리 여행을 갈 때 우리 가족은 오후까지 새해 특집으로 TV에서 방영하는 인기 영화를 보고, 오후 5시 경에 지하철을 타고 어느 한 전통시장을 방문했다. 목적은 많은 블로거들이 극찬한 그 시장에 있는 가게에서 파는 튀김을 먹기 위함이었다. 지하철에서 내리고 나서도 조금 더 걸어 도착했다. 추운 겨울밤임에도 불구하고 입김을 내며 물건을 고르고 있는 손님들, 점퍼를 단단히 여매고 장사를 하고 있는 시장 상인들. 오랜만에 느껴보는 광경이었다.
 
오후 8시를 넘긴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불빛은 현란하다.
▲ 전통시장 광경 오후 8시를 넘긴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불빛은 현란하다.
ⓒ 구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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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도 먹지 않고 지하철만 꼬박 타고 오니 배가 고파오던 참이라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 다는 튀김가게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인기식당이나, 인기가게는 문을 빨리 닫는다는 점을 간과했다. 이미 문을 닫으려고 사장님과 종업원들이 분주한 상태였다.

아쉽게 먹는 것을 포기하고 천천히 시장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통닭가게, 만두가게, 떡갈비 가게 등 튀김과 떡볶이를 대신할 수 있는 먹거리는 다양했다. 이번 겨울철에 한번도 못 먹은 500원짜리 막대어묵이 먹고 싶어 찾아다녔다. 한 부침개 가게에서 어묵을 판매하고 있었다. 부모님이 어묵 2개를 먹고, 나도 어묵을 2개를 먹었다. 따뜻한 어묵국물이 하루종일 집에 있으면서 소화가 안된 음식물이 내려가는 듯했다. 

마침 가게 안의 손님들이 김치 부침개를 주문했는지 막 만들고 있었다. 내친 김에 김치 부침개와 김치 전병을 주문했다. 가격은 각각 2000원. 대형마트에서 갓 만든 김치부침개와 김치전병을 1장에 2000원에 사먹지는 못할 것이다. 만 원도 되지 않는 가격에 우리 가족은 배불리 배를 채우고 마저 시장을 돌기 시작했다. 벌써 시간은 밤 9시를 향하고 있었지만 많은 시간이 됐음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여전히 시장 안 불빛은 밝았다.

닭강정을 만들고 있는 종업원, 반찬을 랩에 싸고 있는 가게상인, 정육점에서 삼겹살을 주문하고 있는 외국인, 공구점에서 검은 비닐봉지에 가득 담겨있는 무언가를 양손에 쥐고 걸어가고 있는 남자 등. 그들의 삶의 모습은 친근감 있었다. 정치인들이 국민들에게 유세할 때 왜 전통시장을 빠지지 않고 들러서 어묵을 먹고, 떡볶이를 먹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반찬이 랩에 잘 감싸여 진열되있다.
▲ 전통 시장속 반찬가게 반찬이 랩에 잘 감싸여 진열되있다.
ⓒ 구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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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서 그렇게 활발했던 시장이 쇠퇴된 모습을 보고 시장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대형마트의 입지로 사라져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형마트와 중형마트가 버젓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 여전히 이 늦은 시각까지 가게의 문을 닫지 않는 상인들이 있다. 아파트 주변에 버젓이 대형마트가 있음에도 이곳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손님들이 있다.

아직 전통시장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하철 탑승시간에 늦지 않게 급히 빠져나온 시장의 정문을 다시 뒤돌아보며 1000원어치 따끈한 붕어빵을 입에 넣었다. 어느샌가 나의 고향에 있는 시장도 과거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슈크림 붕어빵 1개, 단팥 붕어빵 2개
▲ 따뜻한 붕어빵 슈크림 붕어빵 1개, 단팥 붕어빵 2개
ⓒ 구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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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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