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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LOUNGE] 진옥동 신임 신한은행장 내정자-고졸 신화 日本通…국내영업·조직안정 관건

  • 박수호 기자
  • 입력 : 2019.01.07 10:47:03
1961년생/ 서울 덕수상고/ 한국방송통신대 경영학과/ 중앙대 경영학 석사/ 1980년 기업은행/ 1986년 신한은행 입행/ 2008년 일본 오사카지점장/ 일본 SBJ 법인장/ 2017년 신한은행 부행장/ 2017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2019년 신한은행장(현)

1961년생/ 서울 덕수상고/ 한국방송통신대 경영학과/ 중앙대 경영학 석사/ 1980년 기업은행/ 1986년 신한은행 입행/ 2008년 일본 오사카지점장/ 일본 SBJ 법인장/ 2017년 신한은행 부행장/ 2017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2019년 신한은행장(현)

금융업계 파격 인사로 신한금융그룹이 연일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이 중에서도 진옥동 신한은행장 내정자(58)에게 쏠린 관심이 매우 높다. 그도 그럴 것이 1년 연임은 무난할 것으로 보였던 위성호 행장이 후선으로 물러나고 그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젊은 CEO, 고졸, 샐러리맨 신화 등 진 내정자 자체가 지니고 있는 인물 매력도 덕에 더욱 주목받는다.

그는 1961년생으로 1981년 덕수상고를 졸업하고 은행원 생활을 시작(당시 기업은행)했다. 6년 후 신한은행으로 이직해 줄곧 신한맨으로 행장까지 올랐다.

진 내정자가 선임된 배경으로는 특유의 빠른 업무 파악 능력, 국내외 등 다양한 활동 이력 등이 꼽힌다. 특히 재일동포 주주가 다수인 신한금융지주에서 일본 지점 근무 당시 발군의 실력을 인정받은 점이 이번 깜짝 인사의 든든한 배경이 됐다.

진 내정자가 일본 주재원 생활을 시작한 것은 1997년 오사카지점 발령을 받으면서다. 2002년 귀국해 잠시 여신심사부와 자금부에서 일하다 2008년 일본으로 다시 건너가 오사카지점장으로 승진한 뒤 3년 후 2011년 일본 SH캐피탈 사장에 올랐다. 2014년에는 신한은행 일본법인인 SBJ은행 부사장으로 이동했고 이듬해 SBJ은행 법인장이 됐다. 진 내정자가 머물렀던 10년간 일본 SBJ은행은 비약적인 발전을 일궈냈다. SBJ 법인은 애초 출범할 때만 해도 100억원대 영업이익을 냈다. 2014년에도 총자산 4조8284억원, 영업이익은 243억원에 그쳤다.

반면 진 내정자가 법인장을 지낸 2016년에는 총자산 6조1000억원, 영업이익 714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영업이익 700억원대면 외형과 성과 측면에서 그룹의 중소 자회사 이상의 성과”라고 소개했다.

이런 실적 덕에 2017년 일본 현지법인장에서 신한은행 부행장으로 파격 승진했다. 또 불과 3개월 만에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으로 발령받아 초고속 승진 사례로 회자됐다. 그런 그가 또다시 2년 만에 행장 내정자가 되면서 신한은행의 세대 교체 바람에 불을 지폈다.



▶위성호 행장과 한동안 ‘불편한 동거’

물론 한편에서는 진 내정자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도 있다. 일선 현장에서 보여준 탁월한 능력은 인정하되 국내 1~2위 은행을 다투고 있는 대형 은행 경영도 과연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는 의문이다.

당장 위성호 행장도 지난 연말 인사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후임 내정자가 일본 근무 18년을 포함해 최근 20년간 국내 영업 경력이 없기 때문에 업무 인수인계에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일성을 날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전까지만 해도 신한은행장이 되기 위해서는 국내 주요 계열사 CEO를 거치는 것이 일종의 공식이자 전통이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신한은행장 선임 직전에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을 지냈다. 위성호 행장도 직전 경력은 신한카드 사장이었다. 이와 비교하면 일본 SBJ 법인장은 좀 약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와 관련 신한금융지주는 ‘문제 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입행 후 인력개발실에서 책임자로 근무하며 직원연수와 신한 문화를 담당한 바 있어 은행 내에서는 신한 문화의 선도자로 불릴 정도로 국내외 조직 장악 능력이 탁월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덧붙인다.

진 내정자가 SBJ 법인에 근무할 당시 에피소드 하나.

SBJ는 설립 당시에 채용한 다양한 일본 은행 출신 직원과 이후 새롭게 현지에서 채용한 일본 신입직원으로 구성돼 있어 직원 간 서로 데면데면한 분위기가 팽배했다. 점심시간에 혼자 밥을 먹는 독특한 일본 문화 때문에 직원 간 교류나 소통도 거의 없다시피 했다.

진옥동 당시 현지법인장은 직원 간의 감성통합이 무엇보다 급선무라 인식하고 이른바 ‘S4(S Four) 제도’를 만들었다. ‘S4 룰’은 직원 4명이 모여 식사를 하면 점심값을 회사에서 지원한다는 캠페인으로 ‘신한의 S, 네 명이 식사를 해야 하는 4(Four), 그리고 직원을 위한(For)’의 복합적인 의미가 담겨 있었다.

처음에는 직원들이 어색해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부서와 직원들이 스스럼없이 어울리기 시작했고 점차 가족처럼 친해졌다. 이런 자리가 많아지면서 ‘업무를 어떻게 하면 빨리할 수 있을까? 더 개선할 방법은 없는가?’ 등의 아이디어가 폭발적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회사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는 후문이다. SBJ 법인 내 사내 커플은 물론 결혼한 커플까지 생겼다는 점은 지금도 진 내정자가 흐뭇하게 여기는 대목이다.

조직 장악력과 별도로 세간의 우려는 또 있다. 3월까지 임기를 채우고 퇴임하겠다고 밝힌 위성호 행장과 ‘불편한 동거’ 기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가 당장 관건이다. 더불어 위 행장이 그동안 주창해온 빅데이터 경영, 디지털 포메이션(전환) 등의 성과를 과연 안정적으로 이어받을지 여부도 관심사다.

위 행장은 AI, 블록체인, 로보어드바이저와 같은 핀테크 핵심 기술을 연구하는 ‘6대 랩(Lab)’을 처음으로 가동했다. 또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도입과 확산에도 공을 들였다. 지난해 신한은행은 ‘RPA 원 프로젝트’를 통해 6개 부서 13개 프로세스에 매일 발생하는 약 6000건의 업무를 자동화하고 ‘통합 RPA실’ 구축을 완료했다. 디지털 금융 관련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실리콘밸리 원정대’ 결성도 위 행장 작품이다.

반면 진 내정자는 이런 디지털 경영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준 적이 없다. 따라서 위 행장 중심의 조직 분위기를 자기 쪽으로 가져오면서 어떻게 좋은 전통은 이어가고 스타일에 안 맞는 것은 어떻게 버릴지 선택해야 한다. 더불어 부장급 이하 인사 관련해서 인사고과를 매긴 현직 CEO와 회사 사정에 다소 어두운 신임 내정자 중 누가 인사권을 행사할지를 두고도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진 내정자가 자기 색깔을 단숨에 내기는 어렵겠지만 임기가 본격 시작되면 그동안 지주, 해외 경험 등을 바탕으로 신한은행 문화에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노조와의 관계도 변수다. 그간 신한은행 노조는 전 행장들과 큰 마찰 없이 지내왔다. 다만 최근 KB국민은행 파업 사태에서 보듯 신한은행 역시 2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둬왔는데 성과급 책정을 어떻게 할지, 직원 복지는 어떻게 할지 등을 새로 구성된 노조와 잘 협상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이번 그룹 인사에서 신한생명 사장 내정자를 두고 생명 노조 반발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은행 노조로 이런 반발 기류가 넘어올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무엇보다 진 내정자 입장에서는 KB국민은행에 내준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해야 하는 숙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신한은행이 기업금융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점, 비이자이익 등 신규 수익원 발굴에서 상대적으로 뒤지는 점은 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신 장점은 충분히 살려야 한다는 게 금융지주, 주주 바람이다.

진 내정자의 특장점은 해외 근무 시 탁월한 성과 이전에 해외 개척에 있다. 본인이 법인장까지 오른 SBJ는 실은 2004년 본점 근무 시절 당시 신상훈 행장 등 경영진에 “IMF 외환위기는 또 올 수 있으니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기축통화 지역인 일본에 예금 보호받는 현지은행을 세워야 한다”고 설득해 관철시킨 결과물이다. 그가 신한은행의 글로벌 진출을 극대화할 적임자로 꼽히는 이유기도 하다.

오랜 기간 진 내정자를 봐왔다는 신한금융지주 전직 임원 A씨는 “고졸 출신이라는 핸디캡을 특유의 성실함으로 깨온 인물이다. 방통대(경영학)를 졸업하고 석사 학위(중앙대)까지 받을 정도로 악바리 기질도 있다. 행장이란 막중한 위치에 가서도 빨리 업무를 익혀 바로 조직을 장악하고 미래를 그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 일러스트 : 강유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1호 (2019.01.09~2019.01.01.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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