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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영칼럼] 은행 ‘이자장사’는 끝났다

  • 홍기영 기자
  • 입력 : 2019.01.07 10:52:26
무주식이 상팔자다. 금리 상승기 수혜주로 꼽혔던 은행업 주가가 된서리를 맞았다. 저평가 우량주로 꼽혔던 은행주 인기는 땅에 떨어졌다. 하나금융지주는 2018년 마지막 거래일 주가가 10월 초 주가 대비 20.7% 내렸고 같은 기간 KB금융 주가도 15% 이상 하락했다. 두 종목의 경우, 지난해 1월 고점 대비 12월 저점 주가 하락률은 36%에 달한다. 지난해 말 은행 평균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46배까지 낮아졌다.

사실 금리 상승은 은행주에 호재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에 반영되고 은행 이자수익은 늘어난다. 은행수익에서 이자수익 비중은 85%를 웃돈다. 4대 은행은 지난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은행의 2018년 3분기 누적 순이익은 7조5506억원에 이른다. 전년 동기 대비 19% 늘어난 수치다. 호실적에도 주가가 떨어진 데는 채용비리 의혹에서 불거진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악재로 작용했다.

보다 근본적 이유는 은행 미래 실적에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향후 이익 증가세가 꺾일 가능성이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면 부실기업이 늘어난다. 가계대출 1500조 시대에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주택담보대출의 부실위험이 커진다. 특히 내수 부진에 허덕이는 자영업자는 최저임금 추가 인상 등 고용 충격에 대출 원리금 상환이 힘들어질 수 있다. 은행은 앞으로 대손충당금을 더 많이 쌓아야 한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전망이다. 시장금리 상승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은행 NIM(순이자마진)이 크게 개선되기 힘들다.

또한 포용금융을 앞세운 정부의 규제 강화는 은행 수지를 압박한다. 카드 수수료 인하에 이어 채무조정제도 등 취약계층 금융 소비자 보호 강화와 관련된 비용이 늘어난다. 정부는 올해부터 3년간 2조원 채무 감면을 통해 자영업자 5만7000명을 구제한다는 방침이다. 게다가 9·13 부동산 대책, 신DTI(총부채상환비율),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으로 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을 늘리기 어렵게 됐다. 기업대출 영업 기회도 위축된다. 대기업은 이미 현금을 확보해놓고 불황 대비에 나섰다. 경기 하강기 벤처·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확대는 자칫 부실위험을 더 키운다. 이 모든 요인이 수익성에 마이너스다.

금융산업 경쟁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과 부동산신탁 사업자가 추가로 인가된다. 모바일뱅킹 중심 핀테크 트렌드와 맞물려 은행권의 디지털 전환 전략에 대한 압력이 커진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을 현행 4%에서 34%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두 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영업을 시작한 데 이어 신규 허가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개인 대출고객을 놓고 은행권 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은행은 퍼펙트스톰을 앞둔 신세다. 변신하지 않으면 위기를 맞는다. 이자수익 위주 장사에서 비이자수익으로 사업 전략을 바꿔야 살 수 있다. 신탁, 펀드 등 수수료 수익 확대가 대안이다. 자산관리, 기업투자금융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증권·보험 계열사와 협업을 활성화해야 된다. 디지털 금융을 활용해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는 노력도 강화해야 한다. 우물 안 개구리식 영업 행태를 벗고 해외 진출 확대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기업대출 리스크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시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산업구조가 바뀌는 트렌드에 맞춰 대출 포트폴리오 조정이 절실하다. 은행 스스로 빅데이터·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용평가, 마케팅 역량을 키워야 한다. 금융당국도 규제를 풀고 금융혁신을 촉진하는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주간국장·경제학 박사 kyh@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1호 (2019.01.09~2019.01.01.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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