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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지재권·중국제조 2025…美中 `7대 쟁점`놓고 샅바싸움

김대기 기자
입력 : 
2019-01-07 17:29:35
수정 : 
2019-01-08 07: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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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서 차관급 무역회담 돌입

첨단기술유출 조율이 핵심
화웨이·車관세도 테이블에

트럼프 "中 합의 원해" 압박
"무역전쟁 지속땐 美도 타격"
中 환구시보도 여론전 맞불
3월전 로드맵 도출에 주목
협상 마감 시한인 3월 1일을 앞두고 미·중 양국이 7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중국 베이징에서 새해 첫 차관급 무역회담에 돌입했다. 일방적 양보를 요구하고 있는 미국과 최소한의 양보로 합의를 이끌어 내려는 중국은 창과 방패의 싸움을 예고하며 협상 전초부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다만 중국은 현재 조성되고 있는 우호적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는 않으려는 듯 미국과의 협상 물꼬를 계속 터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7일 오전 9~10시(현지시간) 무렵 시작된 미·중 차관급 무역회담에서는 세부적인 협상 안건과 이행 사항 점검 등에 대한 논의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협상에 미국 측에서는 제프리 게리시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단장으로, 그레그 다우드 USTR 농업부문 협상대표, 데이비드 맬패스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 길 캐플런 상무부 국제통상담당 차관, 테드 매키니 농무부 통상·해외농업담당 차관, 메리 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글로벌·아시아 경제부문 국장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측에서는 왕서우원 상무부 부부장을 필두로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재정부 등에서 부부장급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류허 부총리도 이번 협상에 깜짝 참석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미·중 무역협상의 쟁점으로 △지식재산권 △화웨이 이슈와 차세대 이동통신 5G △중국제조 2025 △에너지 분야 △농산물 수입 △자동차 관세 △금융(은행)시장 개방 등 7가지를 꼽았다.

현재 미·중 간 이견 간극이 가장 큰 분야는 지식재산권과 첨단기술 영역이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의 미국 기업 기술 탈취 문제를 비판하고 시정을 요구해 오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지난해 12월 강제적 기술 이전을 금지하는 내용의 특허법 개정안을 심의하는 등 '미국 달래기'에 나섰다. 또 첨단기술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에 대한 수정 의사를 미국 측에 전달하고, 첨단 통신기술을 통한 첩보 활동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는 등 첨단기술 영역에서도 중국 측이 양보하고 있다는 인상을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행보에 대해 블룸버그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고, 문제는 이행"이라고 지적했다.

회담 전후 양국 간 신경전도 치열하게 벌어졌다. AP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중 무역회담을 하루 앞둔 지난 6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세는 중국에 틀림없이 큰 타격을 주고 있다"며 "나는 그들(중국)이 합의를 이루기를 원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 측이 강하게 합의를 바라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협상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은 관영 언론을 통해 즉각 속내를 드러냈다.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사평)에서 "무역전쟁을 끝내고 싶어하는 것은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도 원하고 있다"며 "중국이 미국의 강요로 협상에서 양보할 것이란 비현실적 기대는 버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환구시보는 애플 사례를 언급하면서 "미국 기업 역시 무역전쟁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다"며 "세계 최강국인 미국일지라도 무역전쟁을 통해 승자독식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측 간 신경전에도 불구하고 미·중 차관급 무역협상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중 양국은 이번 차관급 회담에서 서로의 요청 사항과 양보안을 검토하고 그동안 약속한 사항이 제대로 이행됐는지를 점검할 것"이라며 "향후 협상 타결을 위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도 "중국이 무역 합의 이행에 진지한 모습을 보이면 추후 협상이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부 전문가들은 무역협상 마감 시한인 오는 3월 1일까지 미·중 양국이 구체적인 단계별 약속 사항과 해당 데드라인이 담긴 '이행 로드맵'을 도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허리핑 베이징사범대 경제학원 교수는 "미·중이 무역전쟁을 끝내기로 합의한다고 하더라도 현재 심한 갈등을 봉합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면서 "양국이 서로에 양보 조건과 시한이 담긴 단계별 이행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향후 약속을 제대로 지키는지를 지켜보며 현행 보복 관세율을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협상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이어나갈 태세다. 시진핑 1기 집권 시절 '감찰책사'였던 왕치산 현 중국 부주석은 오는 22~25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릴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 차관급 무역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1~2월 중 류허 중국 부총리를 필두로 한 고위급 대표단이 미국을 방문해 추가 협상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 또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는 무역협상 진전에 따라 올 상반기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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