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사회

아이템 잔뜩 샀더니…게임서비스 중단에 `분통`

김유신 기자
김유신 기자
입력 : 
2019-01-07 17:44:53
수정 : 
2019-01-07 23:58:57

글자크기 설정

모바일 게임 피해건수 급증

유료 아이템 환불 어렵고
중단 공지한 당일에도
버젓이 마케팅 활동 벌여
환불규정 등 약관 고쳐야
사진설명
게임이 취미인 직장인 남 모씨(35)는 지난 12월 깜짝 놀랄 만한 공지문을 받았다. 게임사 넷마블 측이 2019년 3월로 모바일게임 '스타워즈: 포스아레나'의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갑작스럽게 통보한 것이다. 서비스 중단을 공지하면서 넷마블 측은 이용자들이 돈을 지불하고 아직 사용하지 않은 게임머니에 대해서는 환불해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게임머니로 구매한 아이템들에 대해서는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안내했다. 넷마블은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면 게임 내 경쟁자들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부분 유료 모델'을 채택했다. 게임을 다운로드하는 것은 무료지만 결제를 통해 게임머니를 구매하고 이 게임머니를 통해 아이템을 사는 구조다. 게임이 출시된 지 1년여가 지난 시점부터 게임을 시작한 남씨는 다른 이용자들을 따라잡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8월 사이에 수시로 게임 아이템을 구매했다. 이 기간 중 남씨가 지불한 돈은 수백만 원 남짓이다.

남씨는 "게임 서비스가 이렇게 빨리 종료될 줄 알았다면 그렇게 많은 돈을 지불하고 아이템을 사지 않았을 것"이라며 "넷마블 측은 구매한 아이템의 유효 기간과 게임의 서비스 기간과 관련해 어떠한 안내도 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넷마블 측은 서비스 중단을 통보한 당일에도 유료 아이템을 판매하기 위한 패키지 상품(할인 상품)과 관련한 공지를 커뮤니티에 올려 이용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게임사의 일방적인 서비스 종료로 피해를 입는 이용자들이 늘면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7년 모바일게임 서비스와 관련해 피해 신고가 접수된 건수는 221건으로 2014년 103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이 중 유료 아이템 환불 등의 분쟁과 관련된 계약 관련 건수는 162건으로 피해 분쟁의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용자들은 게임사의 일방적인 서비스 종료가 소비자를 무시하는 행태라고 토로한다. 이 게임의 또 다른 이용자는 넷마블의 처우에 대해 "집을 짓기 위해 자재를 구매한 뒤 완성된 집에서 생활을 만끽하고 있는데, 강제로 쫓아내면서 집 짓다가 남은 시멘트 포대만 보상하는 셈"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넷마블 측은 절차에 따라 서비스 종료를 이용자들에게 고지했고, 게임머니에 대한 환불도 진행할 예정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넷마블 관계자는 "디즈니와 스타워즈 포스아레나의 서비스 유지가 어렵다는 판단하에 상호 합의에 따라 계약을 해지했으며 현재 당사 약관에 따라 공지와 환불정책을 실시하는 등 서비스 종료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넷마블과 같은 대형 게임사도 2년 만에 게임 서비스를 중단하고 유료 아이템에 대해 환불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국내 모바일게임 이용자들이 처한 환경은 상당히 열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서비스가 종료된 모바일게임 수는 300개가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게임 중단에 따른 아이템 환불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고 있다.

한 모바일 게임 이용자는 "게임사의 일방적 서비스 중단이 특이한 일은 아니지만 국내 유명 게임사까지 이렇게 하니 모바일 게임 자체를 신뢰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포스아레나는 출시 1년 만에 전 세계 이용자 650만명, 국내 이용자 수십만 명을 확보할 만큼 선풍적 인기를 끌어 이용자 저변이 넓다. 그만큼 서비스 중단에 따른 파장도 만만치 않다. 실시간으로 유저들의 랭킹을 공개하고 경쟁을 부추기는 한편 확률성 '뽑기' 아이템으로 구매를 유도하는 모바일게임의 운영 방식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2017년 모바일게임 표준 약관을 제정했지만 사용 기한이 정해지지 않은 아이템과 관련한 환급은 규정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피해는 지속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현재 제정된 표준 약관이 소비자들의 일반적인 상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며 "게임 아이템을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믿고 구매한 소비자들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국내 게임업체들의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게임 산업은 서비스 산업에 가까운데 우리나라 게임 업체들이 보여주는 행태는 고객을 우선하지 않고 수익성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중단해버리는 측면이 있다"며 "현재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이 단순히 지금 수익을 내기 위한 대상이 아니라 미래의 소비로 이어지는 고객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고로 모바일게임 포스아레나는 블록버스터 영화 '스타워즈'를 모티브로 삼은 게임으로, 넷마블이 영화 제작사인 디즈니와 저작권 계약을 맺고 2017년 1월부터 서비스를 해왔다.

[김유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