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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교육·친기업·개방이 도시 성공조건…더 중요한건 정책 리더십

기술·아이디어·혁신이
국가경쟁력 끌어올려

뉴욕 인근에 아마존 제2본사
도시의 미래 이끌어갈
기업가정신 본보기 될것
◆ 2019 전미경제학회 / '도시경제학 대가'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大 교수 ◆

사진설명
도시경제학 대가인 에드워드 글레이저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에서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미국에서 성공한 도시들의 공통점은 '프로 비즈니스(pro―business)'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에드워드 글레이저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52)는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리고 있는 전미경제학회(AEA) 연차총회 행사장에서 매일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했다. 도시경제학 대가인 글레이저 교수는 도시 혁신을 통해 국가경쟁력은 물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명저 '도시의 승리'는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 글레이저 교수는 도시 명운은 정책 결정자와 시민 태도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고 강조했다.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도시들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다음은 서양원 매일경제 이사와의 일문일답. ―도시와 국가경쟁력은 상관있나.

▷국가경쟁력은 이제 기술·아이디어·혁신에 의해 좌우되는 시대가 됐다. 21세기는 더 이상 자연자원이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가 아니다. 혁신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접하면 사람들 생각도 혁신적으로 진화한다. 한국이 바로 인적자본을 통해 기적과 같은 경제 발전을 이룬 대표적인 사례다. 스마트한 혁신을 이루는 도시가 늘어나면 국가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이 미래의 도시를 어떻게 바꿀까.

▷지금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시작점에 서 있다. 과거 30~40년간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우리가 목도한 것처럼 기술 혁신은 전 세계 도시 기능을 크게 발전시켰다. 특히 기술은 스마트한 정책과 결합할 때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4차 산업혁명의 한 분야인 자율주행차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활용한 혼잡통행료 정책과 연계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교통 정체가 오히려 심해질 수 있다.

―아마존이 제2 본사를 뉴욕과 워싱턴 인근으로 결정했는데 어떤 영향을 미칠까.

▷뉴욕과 워싱턴은 각각 미국의 전통적 금융자본과 정치를 상징하는 도시다. 아마존이 옛날 스타일 도시를 선택한 것은 다소 의외였다. 직접적인 고용 창출은 적을지라도 연관 비즈니스에 대한 '파급력(spillover)'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승수 효과를 주목해야 한다. 핵심 일자리가 3개 생기면 부차적 일자리가 8개 생긴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오늘 만들어진 새 일자리가 미래를 이끌어 갈 기업가정신을 창출할 수 있느냐다. 당장 아마존 건물 주변에 세탁소나 패스트푸드점이 생기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아마존이 만드는 신기술이 스핀오프되면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될 수 있다. 기업이 해당 지역에서 새로운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미국 러스트벨트가 다시 쇠퇴하며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는데.

▷세계화와 기술 변화는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에 획기적인 영향을 미쳤다. 반면 디트로이트 클리블랜드 등 오래된 러스트벨트 제조업 도시는 21세기 들어 스스로를 재창조하지 못했다. 러스트벨트는 이제 실업과 낮은 소득수준 등으로 인해 '절망의 진앙지'가 됐다. 이렇게 양극화가 나타난 이유 중 하나로 해당 도시 시민들의 평균 교육수준을 지적할 수 있다. 시애틀은 성인 중 50% 이상이 대졸자다. 디트로이트는 12~13% 수준이다. 훌륭한 교육정책과 사회복지제도 개혁이 잘 결합해야 도시 매력을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가장 경쟁력 있는 글로벌 도시는 어디라고 보나.

▷정책의 질, 인프라스트럭처,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정책, 교통 문제 등 여러 관점에서 보면 싱가포르를 꼽을 수 있다. 싱가포르는 혼잡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교통정체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했다. 미국은 선벨트 지역 도시들이 주목된다. 조지아주 애틀랜타, 텍사스주 오스틴,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와 더럼 등은 모두 '프로 비즈니스(친기업)' '프로 에듀케이션(친교육)' 정책을 펴고 있다. 경제적 에너지가 넘쳐 난다.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데는 기술을 가진 영리한 시민들,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소기업, 외부 개방성 등 세 요소가 가장 중요하다.

―서울은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요와 공급 원칙을 막을 수는 없다. 공급을 늘리지 않는 한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은 오르게 돼 있다. 부동산 가격이 매우 높은 지역은 어디에나 존재하게 마련이다. 뉴욕 맨해튼 5번가 아파트가 비싼 것은 당연하다. 다만 그런 지역을 제외하곤 도시에 일반 시민이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이 충분히 공급돼야 한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강남 등 특정 지역을 제외하곤 일반 시민이 서울에서 안정적으로 주택을 임대하거나 구입할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중국 경제 하강은 '회색 코뿔소'(예측 가능하지만 간과하는 위험)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학자로서 미국과 중국 경제에 대해 전망한다면.

▷중국 경제 하강은 가능하지만 붕괴는 상상하기 어렵다. 대부분 경제 붕괴는 금융시스템과 연관 있다. 중국은 정부가 금융시스템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다만 미국과 무역분쟁, 기업과 정부의 부채 증가 등 영향으로 향후 2~3년간 중국 경제가 위축될 가능성은 충분히 경계할 만하다. 미국은 최근 고용 상황 등을 볼 때 여전히 경기는 견조하다고 본다.

▶▶ He is…

△1967년생 △프린스턴대 경제학 석사 △시카고대 경제학 박사 △하버드대 교수 △베스트셀러 '도시의 승리'(2011) 저자

[애틀랜타 특별취재팀 = 서양원 이사 / 뉴욕 = 장용승 특파원 /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노현 기자 / 서동철 기자 / 최승진 기자 /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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