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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기대되는 신약 Best 5 | 세노바메이트(SK바이오팜)·롤론티스(한미약품)·VM202(바이로메드) 돋보이네

  • 류지민 기자
  • 입력 : 2018.12.31 09:10:40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다시 한 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연구개발비 자산화 논란 등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기술수출 낭보가 잇따라 들려오면서 신약이 반도체를 이을 신성장동력으로 떠올랐다. 지난 2015년 한미약품의 독주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유한양행, 코오롱생명과학, 인트론바이오 등 수천억원대 기술수출에 성공한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2018년 11월에만 5개 회사가 3조5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신약 시장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2019년 새해에는 더 많은 결실이 기다리고 있다. 글로벌 임상 3상 완료 또는 미국 FDA(식품의약국) 허가와 같은 신약 개발 ‘빅 이벤트’를 앞두고 있는 곳이 적잖다. 그동안 연구개발 투자를 꾸준히 늘려온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값진 결과물이 하나둘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최근에는 다국적 제약사나 글로벌 바이오벤처와 손잡고 오픈 이노베이션(잠깐용어 참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이 늘면서 성공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국내 신약 개발 수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데 한목소리를 낸다. 이제는 기술수출 자체에 의미를 두는 단계를 넘어서 상용화는 물론 시장에서 선택받는 제품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2019년은 국내 업체의 신약 개발 성과가 본격적으로 개화하는 시기다. 어떤 신약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을 또 한 단계 도약시킬 잠재력을 갖고 있을까. 증권사 제약·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의 추천을 받아 ‘2019년 주목할 만한 신약 베스트 5’를 뽑아봤다.

2019년 미국 FDA 허가 등 신약 개발 ‘빅 이벤트’를 앞두고 있는 국내 업체가 적잖다.

2019년 미국 FDA 허가 등 신약 개발 ‘빅 이벤트’를 앞두고 있는 국내 업체가 적잖다.



▶1.SK바이오팜 ‘세노바메이트’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한 ‘세노바메이트’는 뇌전증 신약이다. 뇌전증은 뇌의 특정 부위에 있는 신경세포가 흥분해 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으로 흔히 ‘간질’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지금까지 여러 치료제가 출시됐지만 환자의 절반가량은 여전히 발작 증상으로 고통받고 있어 새 치료제에 대한 요구가 적잖은 상황이다. 세노바메이트는 임상 2상, 3상의 진행 결과 경쟁약 대비 높은 ‘발작 빈도 감소율’을 보여 기대를 모은다.

SK바이오팜이 세노바메이트 개발을 시작한 것은 2001년부터다. 후보 물질 발굴부터 FDA 허가 신청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했다.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23개국 24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도 마쳤다. FDA 허가를 받으면 2020년 상반기 중 미국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경쟁 약물로 꼽히는 ‘빔팻’은 미국에서 약 1조원 규모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전 세계 뇌전증 치료제 시장은 2018년 61억달러(약 6조8412억원)에서 2021년 92억달러(약 10조3178억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2.한미약품 ‘롤론티스’

탄탄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자랑하는 한미약품은 2019년 기대감이 가장 큰 제약사 중 하나다. 이목을 끄는 것은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다. 호중구감소증은 백혈구의 일종인 호중구가 비정상적으로 줄어들어 면역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증상. 항암치료를 받으면 호중구를 생산하는 골수 기능이 저하돼 빈번하게 나타난다. 2012년 기술수출 이후 2건의 3상 임상을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 점검을 마친 롤론티스는 연내 BLA(생물의약품허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 빠르면 2019년 FDA 허가도 가능할 전망이다.

롤론티스가 예정대로 FDA 허가를 받게 되면 한미약품의 ‘랩스커버리’ 플랫폼 기술이 적용된 신약이 상용화한 첫 사례로 기록된다. 경쟁 약물 가운데 1등 제품인 ‘뉴라스타’는 지난해 45억3000만달러(약 5조849억원)의 매출을 올린 블록버스터 약물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주 1회 투여해야 하는 뉴라스타와 바이오시밀러에 비해 롤론티스는 3주간 약효가 유지돼 경쟁력을 갖췄다. 환자 선호도가 높아 상용화되면 최대 연간 1조원까지 매출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3.바이로메드 ‘VM202’

바이로메드는 자체 개발한 신약으로 미국 시장 진입 준비에 한창이다. 바이로메드의 ‘VM202’는 근육에 주사하는 유전자치료제로 HGF(간세포성장인자) 단백질을 생성하도록 하는 기능을 한다. 현재 미국에서 당뇨병성신경병증(DPN)과 허혈성족부궤양(PAD)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DPN은 환자 493명을 대상으로 한 약물 투여가 끝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2019년 6~7월이면 추적 관찰 결과가 나온다. 결과가 나오는대로 FDA에 허가 신청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당뇨병성신경병증은 당뇨병 환자의 30~50%에서 발병하는 주요 합병증으로, 말초신경 손상과 신경혈관의 허혈(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지는 것)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중에서도 감각장애, 불면증 등을 수반하는 통증성 당뇨병성신경병증(PDPN) 환자 중 5~20%가 앓고 있다. PDPN 환자의 일부가 통증 완화를 위해 진통제나 항우울제를 복용하는데 리리카나 뉴론틴과 같은 진통제는 일시적인 효과만 있고 마약성 진통제의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동반한다.

VM202가 상용화되면 연간 3조~4조원 규모인 글로벌 PDPN 처방약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강양구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VM202는 근육주사를 통해 손상된 혈관과 신경을 재생시키는 혁신적인 DNA 의약품이다. 안전한 데다 통증 감소 효과가 훨씬 뛰어나다. 임상 3상 완료 시 PDPN뿐 아니라 진통제 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4.신라젠 ‘펙사벡’

면역항암제는 최근 항암제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다. 올해 노벨의학상이 면역항암제 분야에 주어지면서 개발과 투자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현재까지 면역항암제로 상업화에 성공한 제품은 2015년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암젠의 임리직(Imlygic)이 유일하다. 인류 최초의 백신인 천연두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개발된 신라젠의 면역항암제 ‘펙사벡’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펙사벡은 전 세계 약 20개국에서 600여명의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2019년 상반기에 무용성 평가(개발 중인 약이 치료제로서의 가치가 있는지를 따져 임상 지속 여부를 판단하는 것)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앞서 간암 말기 환자 3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2a상에서 환자 2명의 암세포가 완전히 사멸된 것이 관찰돼 암 완치에 대한 기대가 크다. 간암 1차 치료제는 현재 바이엘의 넥사바가 유일해 시장성도 큰 상황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면역관문억제제와의 병행 투여로 활용 가능성도 높다. 단일클론 항체, 면역관문억제제, 암백신, 항암 바이러스 등을 포함하는 전체 면역치료제 시장 규모는 2016년 620억달러(약 70조원)에서 2021년 1194억달러(약 134조원)로 연평균 14%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5.메지온 ‘유데나필’

메지온의 희귀질환 치료제 신약 물질 ‘유데나필’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유데나필은 심실을 1개만 갖고 태어나는 선천성 심장 기형인 ‘단심실’ 환자들의 폰탄수술(우심방-폐동맥 우회술) 이후 합병증 예방을 위한 치료제다. 지난 6월 미국, 캐나다, 한국의 총 30개 기관에서 진행된 400명 규모의 임상 3상 환자 모집을 완료했다. 임상 3상 결과에 대한 추적 관찰 기간이 6개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안에 임상시험이 마무리되고 2개월간의 통계 데이터 분석을 거쳐 2019년 1분기에는 구체적인 상용화 일정이 나올 전망이다.

유데나필은 임상 3상을 시작하기 전 미국 FD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심사 기간이 6개월로 단축되고 신약 승인 시 미국 내에서 7년간 독점 판매권을 갖게 된다. 또한 희귀성 소아질환이기 때문에 NDA(신약허가신청) 승인 시 우선심사권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다. 유데나필의 임상 진행 속도가 이례적으로 빠른 이유다.

뛰어난 수익성도 기대된다. 유데나필 투약에 필요한 비용은 연간 6만달러 수준으로 예상된다. 미국 내 3만여명의 잠재 환자 가운데 3분의 1만 투약을 가정해도 연매출 6000억원이 가능하다. 제조원가는 5% 이내에 불과하고 환자 수가 많지 않아 마케팅에 투입되는 비용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50% 이상의 영업이익률이 기대된다.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89·신년호 (2018.12.26~2019.01.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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