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가 발칵 뒤집어지고도 남을 이슈건만 분위기가 묘하게 흐른다. 업비트 서비스는 정상 운영 중이고 암호화폐 시세는 기소 발표 후 오히려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검찰 스스로도 확신이 없는 모양새다. 사안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구속수사를 하지 않은 점, 또 업비트를 압수수색했던 2018년 5월로부터 7개월 이상 지난 시점에서야 기소를 결정한 점도 석연찮다. 업비트는 되레 억울하다고 외친다. 거래량을 부풀린 것은 인정하지만 사익을 취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항변한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와 흡사하다.
그야말로 카오스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물론 업비트 잘못이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자본시장법에 대입해보면 시세 조종, 내부자거래에 해당하는 행위다. 그렇다고 업비트 탓만 하기도 어렵다. 규제가 미비한 상황에서 눈치껏 암호화폐 시장을 키우려 분투한 공도 없잖다. 검찰이 어떤 처벌 기준을 들이댈지도 명확하지 않다. 암호화폐는 자본시장법 적용을 받지 않을뿐더러 관련 법률과 가이드라인이 전무한 상황이다.
사태를 혼란 속에 빠뜨린 근본 원인을 제공한 것은 결국 정부다. 암호화폐 투기 열풍 이후 무작정 ‘노’만 외치면서도 아무런 정책 마련 없이 수수방관한 탓이다. 암호화폐 관계자들이 오히려 한목소리로 “차라리 규제해달라”고 나설 지경이다. 정부야말로 국내 암호화폐 불신과 경쟁력 저하를 초래한 원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0호 (2019.01.02~2019.01.01.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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