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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학생·미취학 아동 손해배상 땐 '장래 가능성' 감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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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03 14:23:32 수정 : 2019-01-03 14: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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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본과 1학년생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가해자는 사망한 학생의 미래수익으로 얼마를 배상해야 할까. 1991년 대법원은 “사망한 의대생의 장래 기대 수입은 일반 도시의 일용직 노동자 임금과 같다”고 판시했다. 의대생 신분이지만 향후 의사가 될 것을 확신할 수 없다는 이유다. 해당 판결은 30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미성년자의 일실수입(사고가 없었을 경우 본인이 얻을 수 있는 수입)을 계산할 때 중요한 판례로 여겨졌다.

손해배상 소송에서 미성년자가 입을 ‘미래의 손해’를 측정할 때 피해자의 특성을 고려해 평균소득을 차등 계산·적용해야 한다는 법원 확정 판결이 최초로 나왔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아닌 하급심에서 확정됐지만 향후 유사한 소송과 손해보험료 산정 등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7부(부장판사 김은성)는 대학생 한모(20·여)씨가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한씨에게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한씨는 2010년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위반한 택시에 부딪혀 얼굴 등을 다쳤다. 1·2심 모두 택시운송조합의 배상책임을 인정했지만 항소심은 배상액을 더 높게 산정했다.

항소심은 사고로 인해 한씨가 상실한 미래의 소득을 측정하는 방법에 주목했다. 1심은 배상액을 측정하는 과정에서 대법원 판례대로 한씨의 일실수입(사고가 없었을 경우 당사자 얻을 수 있는 수입)을 계산할 때 도시일용노동자의 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했다. 도시일용노임 평균을 약 235만원으로 계산하고 한씨의 노동능력 상실률과 노동 가능 기간 등을 반영해 총 2400여만원의 손해가 인정된다고 봤다. 한씨가 일용노임 임금 이상을 얻을 수 있다는 개연성은 인정되지만 이를 증명하기가 어렵다는 이유였다.

반면 항소심은 재판부는 “청소년인 피해자가 다양한 직업 선택의 가능성을 상실했음이 직관적으로 명백하다”며 “그런데도 100%가 아니라고 개연성을 배척해 버린다면 사실상 증명의 여지를 모두 차단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고를 당한 한씨가 전문대학에 진학한 점을 고려해 ‘전문대 졸업자의 성별과 무관한 전 경력 통계소득’인 310만원을 일실수입의 기준으로 삼았다.

재판부는 이날 피해자의 특성별로 일실수입이 차등 측정·계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청소년인 피해자가 다양한 직업 선택의 가능성을 상실했음이 직관적으로 명백하다”며 “그런데도 100%가 아니라고 개연성을 배척해 버린다면 사실상 증명의 여지를 모두 차단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균에 근접한 값’을 기준점으로 삼고 이 기준점보다 더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주장은 피해자가 증명하고, 더 낮으리라는 주장은 가해자가 각각 증명하도록 하는 것이 공평·타당한 손해의 분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시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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