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출전 24개국 중 무려 80%인 20개팀이 외국인 감독 체제로 일전에 나선다. 직전 2015년 대회(16개국 중 9개팀·56.25%)와 비교해도 훌쩍 커진 수치다. 각양각색의 사연과 야심을 품고 낯선 땅에서 개가를 꿈꾸는 이들은 누가 있을까.
(왼쪽부터)핌 베어백 오만 감독과 박항서 베트남 감독. |
축구팬이라면 2002년 여름이 가슴 깊이 각인됐을 법하다. 당시 ‘히딩크 사단’의 선봉이었던 두 코치가 아시안컵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쌀딩크’ 박항서(59) 베트남 감독과 핌 베어백(62·네덜란드) 오만 감독이다.
지난달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 등 굵직한 업적을 바탕으로 베트남의 ‘국민 영웅’이 된 박 감독의 이야기는 널리 알려졌다. 1년 이상 합을 맞춰 온 조직력을 바탕으로 2007년 역대 최고성적이던 8강을 넘겠다는 각오다. 박 감독은 한일월드컵 때도 적극적인 ‘몸짓 언어’를 통해 히딩크 전 감독과 선수들 간의 언어 장벽을 무너트렸다. 적극적인 소통 리더십은 베트남으로 둥지를 옮긴 지금도 유효하다. 박 감독이 4강 진출에 성공한다면 한일월드컵 이후 17년만에 성인 국가대표팀의 ‘4강 신화’를 재작성하게 된다.
냉철한 분석가로 이름난 핌 베어백 감독은 팀 스타일을 다듬는 데 총력이다. FIFA랭킹 82위인 오만이 객관 전력이 떨어질뿐더러 최근 호주와의 비공개 평가전에서도 0-5 참패를 당해 분위기 수습이 급선무다. 앞서 3년 동안 호주 대표팀을 지휘했던 베어백 감독은 “선수들의 신체 조건이 열세인 게 뼈아프다. 그래도 축구는 팀 스포츠다”라며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마르첼로 리피 중국 감독과 스벤 예란 에릭손 필리핀 감독. |
축구 ‘후진’ 대륙인 아시아에서 이름값이 높은 감독이 온다면 목표가 명확할 수밖에 없다. 장인정신을 불태울 ‘도전’이다. 중국의 마르첼로 리피(70·이탈리아) 감독은 날을 바짝 세웠다. 그는 3일 카타르 도하에서 치른 요르단과의 비공개 평가전이 중국 웹상으로 생중계되자 “앞으로 모든 활동을 극비리에 진행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전력 노출을 최소화해 전술의 파괴력을 극대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이탈리아 대표팀을 이끌고 2006 독일월드컵 우승까지 경험한 그의 입장에선 경력에 흠집이 나는 일을 허용할 리 만무하다.
필리핀 역시 ‘삼사자 군단’ 잉글랜드 대표팀과 맨체스터 시티 등 유수의 팀을 이끈 스벤 예란 에릭손(70·스웨덴) 감독을 필두로 반전을 노린다. 오는 7일 한국의 조별리그 C조 첫 상대인 필리핀은 스페인 등에서 귀화한 선수들이 많아 다크호스로 꼽힌다.
(왼쪽부터)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감독과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 |
아시안컵의 영원한 라이벌인 한국과 이란은 이번이 14회 참가로 나란히 최다 기록을 썼다. 통산 62경기씩을 치러 이 또한 가장 많다. 이란은 37승18무7패, 한국이 32승16승14패다. 특히 2011년 카타르 대회까지 5회 연속으로 8강에서 맞붙어 한국이 3차례 웃었다. 그러나 한국이 이겼을 경우에도 치열한 승부의 여파 탓에 우승컵과 인연이 없었다. 같은 포르투갈 국적의 파울루 벤투(50) 한국 감독과 카를로스 케이로스(65) 이란 감독의 지략 대결이 관건이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사진=연합·뉴시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