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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리스크 관리 강화, 왜] 불황에다 금리 상승기… 부실 위험 中企대출 미리 싹 자른다

박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30 17:24

수정 2018.12.30 19:49

주담대 등 가계대출 주춤한 사이 은행 中企대출 비중 27.4%로 상승
연체율도 0.51%까지 높아져 관리업종 선정해 대출 조이기
[은행 리스크 관리 강화, 왜] 불황에다 금리 상승기… 부실 위험 中企대출 미리 싹 자른다

정부의 규제 강화로 부동산대출이 주춤한 가운데 시중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내년에는 경기불안으로 대손비용이 늘면서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이 올해보다 2조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은행들도 내년 상반기 관리업종을 지정하고 산업별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전방위적인 리스크 관리 강화에 나섰다.

■중기대출 및 연체율 상승

30일 KDB산업은행 경제연구소의 '국내 은행산업 영업현황 및 경쟁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전체 자산에서 중소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4년 말 25.8%에서 올해 6월 말 27.4%로 증가했다. 내년에도 이 같은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이 주춤한 가운데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운용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신영 산업은행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가계대출 규제 등으로 중소기업에 자금운용이 쏠리는 현상은 위험관리가 동반되지 않을 경우 부실로 연결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유동성 환경이 조금만 악화돼도 부도율이나 연체율이 확 높아지는 특성이 있다. 현재로써는 미국발 금리상승과 미·중 무역전쟁 우려, 각종 내수경기 부진 등으로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상승하고 있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의 11월 중기대출 연체율은 0.36%로 지난해 말(0.22%) 대비 0.14%포인트 상승했다.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0.32%에서 0.51%로 올랐고,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도 11월 중기대출 연체율이 각각 지난해 말 대비 0.02%포인트, 0.08%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내년부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그동안 저금리로 버티던 기업의 부실화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관리업종 선정 리스크 관리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부실 징후 기업의 재무상태를 수시로 점검하고 사전관리를 확대해 부실 발생을 최소화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관리업종을 선정해 해당 업종의 대출을 조이고 나선 것 역시 그 일환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상승 시 영향분석을 통해 한계기업 관리를 강화하고 있으며,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대비해 수출제조업의 밸류체인별, 산업별, 지역별 분석을 통해 조기경보체계를 강화하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연구원은 '2019년 은행산업 전망과 경영과제' 보고서를 통해 내년도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 예상치를 9조8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 추산치인 11조8000억원보다 2조원 감소한 규모다. 가계대출자산 증가율이 크게 둔화하고 경기불안으로 대손비용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특히 내년도 기업대출 증가율도 올해 4.81%에서 내년 4.74%로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내년 국내 은행 자산성장률도 3.86%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명목 경제성장률 예상치인 4.3%보다 낮다. 그동안 국내 은행의 자산성장률은 2016년 5.49%, 2017년 5.66%, 올해 추산 4.33%로 4%를 상회했지만 내년에 3%대로 떨어지게 됐다.
은행의 가계대출 영업이 흔들리는 이유는 정부 규제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신총부채상환비율(DTI)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를 도입했고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비율) 산정 시에도 가계대출보다는 기업대출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조정했다.
여기에 내년 경제성장률 둔화와 금리상승, 기업부실 가능성, 부동산 시장 조정 가능성 등이 겹치면서 대손비용이 증가할 여지가 커졌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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