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두 거장의 블록버스터 명작 한국서 만난다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30 17:44

수정 2018.12.30 17:49

전통회화를 파괴한 피카소
'피카소와 큐비즘'展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내년 3월 31일까지

현대미술을 뒤엎은 뒤샹
'마르셀 뒤샹'展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내년 4월 7일까지
두 거장의 블록버스터 명작 한국서 만난다

두 거장의 블록버스터 명작 한국서 만난다

두 거장의 블록버스터 명작 한국서 만난다

현대미술의 시작은 언제부터일까. 마티스를 필두로 한 야수파 미술운동이 시작된 1905년, 그리고 2년 후인 1907년 피카소를 필두로 시작된 입체파(큐비즘) 미술운동을 현대미술의 시발점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야수파가 전통회화의 틀을 고수하면서 강렬한 색채를 자유롭게 구사했다면, 큐비즘은 전통회화의 형식과 규범을 파괴하면서 창작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피카소를 비롯한 입체파 화가들은 캔버스를 근간으로 한 망막적 회화를 근간으로 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반기를 든 이가 뒤샹이다. 피카소가 현대미술의 시초라고 불린다면 뒤샹은 현대미술의 선구자로 불린다. 뒤샹은 창조와 해석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바꾸며 예술에 대해 새로운 정의를 내리는데, 그 유명한 '샘'이 그의 '레디메이드(Ready Made)' 개념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당시 시중에 팔리던 남성 소변기를 뒤집어 가명으로 사인만 한 이 작품은 예술가 개인의 실제적인 창작 활동보다 예술가의 관점과 해석 자체가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동시대를 살았던 피카소와 뒤샹, 두 거장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대규모 전시가 현재 동시에 열리고 있다.

■20세기를 연 '피카소와 큐비즘'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진행중인 '피카소와 큐비즘'전은 20세기 미술의 보고인 파리시립근대미술관 소장 작품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단독 기획전으로, 서양미술사의 대혁명이라 일컫는 입체주의 회화의 모든 것을 목격할 수 있는 자리다.

입체파 탄생 110주년을 기리는 취지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파리 퐁피두센터 근대미술관에서 진행중인 '입체주의(Le Cubisme)'전과 병행 개최되는 전시로, 피카소(1881~1973)를 비롯해 입체파 미술의 탄생과 발전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 20여명의 진품 90여점을 선보인다.

전시명에 피카소의 이름이 부각돼 피카소의 작품이 대다수일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이 조금 아쉽다. 다만 피카소 외에도 입체파를 주도한 브라크의 절정기 작품과 피카소와 브라크의 입체주의를 응용·발전시킨 비정형적 색채주의 오르피즘(Orphism)의 작가 로베르 들로네와 소니아 들로네, 기하학적 입체파 화가 페르낭 레제 등의 걸작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입체파를 논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걸작, 피카소의 '남자의 두상'(1909년)과 브라크의 '여인의 두상'(1909년)은 꼭 봐야 할 작품. 전시는 내년 3월 31일까지.

■창조의 의미 전복시킨 '마르셀 뒤샹'

마르셀 뒤샹(1887∼1968) 대규모 회고전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미국 필라델피아미술관과 손잡고 펼치는 이번 전시에는 명작 '샘'(1917년)과 뒤샹 이름을 처음 알린 문제작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1912년) 등 필라델피아미술관 소장품 위주로 150여점이 나왔다. 이들 작품이 한국에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는 뒤샹 삶을 따라가며 작업 변화를 감상하도록 짰다. 1부는 프랑스에서 나고자란 작가가 인상주의, 상징주의, 야수파 등 당시 프랑스 화풍을 공부하며 제작한 그림과 드로잉을 선보인다. 프랑스 살롱드앙데팡당에서 '퇴짜'를 맞고 미국 뉴욕 아모리쇼에 전시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도 여기서 만날 수 있다.

2부는 '레디메이드' 작품들로 구성됐다. 여기에는 대량 생산된 기성품일지라도 작가 의도와 해석이 더해진다면 예술이 된다고 주장해 미술에 '빅뱅'을 몰고 '샘'을 외에도 '초콜릿 분쇄기', '통풍 피스톤', '자전거 바퀴' 등이 전시된다.


3부에서는 '에로즈 셀라비'라는 여성 자아를 내세워 정체성에 물음을 던진 작업과 미술과 공학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을 한 '로토릴리프'(광학선반) 등을 볼 수 있다. 마지막 4부는 세계 여러 곳에서 전시를 하던 뒤샹의 아카이브를 보여준다.
또 마지막 작업으로 알려진 '에탕 도네'를 제작하며 남긴 스터디 작품 등도 공개된다. 전시는 내년 4월 7일까지.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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