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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시장서 죽쑨 투자자, 위험성 높은 中 채권에 ‘베팅’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30 16:46

수정 2018.12.30 16:46

뉴욕증시·석유 등 손실 났지만 올 中 국채 투자는 7.6% 수익
인민銀 통화완화 확대에 매력.. 중앙銀들도 中 자산보유 확대.. 美 서브프라임 사태와 닮은 꼴
부실채권 섞어 연쇄부도 우려
선진국 시장서 죽쑨 투자자, 위험성 높은 中 채권에 ‘베팅’

"주식부터 상품, 채권에 이르기까지 선진국 시장이 올 후반 죽을 쑤면서 투자자들이 안전해보이지 않는 투자처로 이동하고 있다. 바로 중국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갈 곳 없는 투자자들이 뜻밖에도 중국 채권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이는 중국의 막대한 부채에 많은 투자자들이 우려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다. 호주 맥쿼리 그룹에 따르면 중국의 총부채는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42%에 이르렀다.

■훨훨 나는 중국 채권

올해 중국 채권시장은 상반기 상승세를 끝내고 하반기 하락세로 반전된 선진국, 상당수 신흥시장 주식, 채권, 상품시장과 달리 승승장구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 중국 국채지수 흐름으로 보면 올들어 중국 국채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7.6% 수익을 거뒀다. 회사채 투자자들은 6.9%, 중국개발은행 같은 국영은행 채권 투자자들은 9.9% 수익률을 기록했다.

BoA메릴린치 지수는 채권 수익률과 반대로 움직이는 가격, 채권 수익률에 따른 이자지급액 등을 모두 고려한 수익률을 보여준다.

미국과 무역전쟁, 경기둔화 등의 악재도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고, 다른 면에서는 중국 채권에 일부 호재로 작용하기도 한다. 미·중 무역전쟁의 유탄격인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중국 채권에 투자한 서방 투자자들은 이를 달러로 환산했을 때 환차손을 입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소폭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뉴욕증시부터 전세계 채권, 석유, 금속 등 상품시장이 올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과 대조적이다.

■지준율 인하·방대한 시장 효과?

중국 채권이 올해 호황을 누리는 배경으로는 우선 긴축에 나선 미국, 유럽 중앙은행과 달리 통화완화 확대로 돌아선 중국인민은행(PBOC)의 정책기조를 꼽을 수 있다. PBOC는 올들어 3차례에 걸쳐 주요 통화정책 수단인 은행들의 지불준비율을 낮췄다. 지준율이 낮아지면 은행들은 인출에 대비한 돈을 이전보다 더 적게 둬도 되기 때문에 시중에 통화공급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금리인하와 다를 바 없다. 이는 채권 수익률 하락, 또 수익률과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가격 상승을 부른다.

외국 투자자들이 밀려 들어온 것도 배경이다. PBOC가 발행한 중국 국내 채권의 8.1%를 외국인들이 갖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 외환보유액 가운데 위안이 차지하는 규모는 2016년 4·4분기 902억9000만달러에서 올 2·4분기 1983억8000만달러로 폭증했다.

중 채권 시장 호황으로 올들어 처음으로 중국 채권에 발을 들이는 서구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올해 외국 투자자들의 중 채권 신규매입 규모만 신흥시장 채권 가운데 거래 규모 2위인 브라질 채권 외국인 보유규모에 맞먹는 정도에 이른다.

외국인들을 불러들이는 중국 채권 시장의 유인들은 몇가지가 더 있다. 홍콩과 중국 본토를 연결하는 채권연계 프로그램 등 덕에 외국인 투자가 쉽고, 중국 채권 시장 규모가 막대한 자금유입을 충분히 흡수할 만큼 크고, 외국 시장의 충격에서 일부 자유롭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美서브프라임 전조" 의견도

외국인 자금유입세는 중국 채권 시장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UBS자산운용의 아시아태평양 고정수익 자산 책임자 헤이든 브리스코는 "올해 발리 IMF 총회에서 수많은 중앙은행 관계자들이 내년에는 중국 자산보유를 확대하거나 심지어 2배로 늘리겠다는 말을 해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기관투자가 고객들이 수십억달러 규모의 돈을 자국·신흥시장에서 중국 채권으로 옮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이 여전히 내년에도 중국 채권시장이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브리스코는 내년 중국 채권 투자수익률이 12%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BoA메릴린치도 중국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이 3.4%에서 3.05%로 내릴 것이라면서 고객들에게 투자를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채권시장 붐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몰고 온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전조와 닮았다는 경고도 나온다.
중국 채권시장의 주된 매수세력인 중국 국내 투자자들이 서구 투자자들과 달리 주로 꾼 돈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어 서브프라임 모기지 때처럼 겉보기와 달리 체력이 허약하다는 것이다. 우량 채권에 부도 위험이 높은 부실 채권을 섞어 위험도를 낮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만들어 연쇄 부도를 일으켰던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 비관론자들의 경고다.
헤르메스 투자운용의 고정수익자산 책임자 앤드루 잭슨은 "이것 저것 섞어 중국 채권시장에 잔류하는 것은 2007년 이전 (미국의) ABS에 매달리는 것과 같다"면서 아직 중국 채권은 "적절한 조정을 겪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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