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시세 17억원 깨져, 심리적 지지선 무너지나
잠실 주공 5단지에서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인 16억5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오면서 연초 시세인 17억대가 깨졌다.
이 아파트는 올해 9월 정부 규제 전 19억1000만원까지 올랐다가 규제 이후 3개월 만에 2억6000만원이 떨어지면서 강남권 아파트 하락의 신호탄을 쏜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30일 잠실 J공인 중개소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늦게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76.49㎡의 15층 아파트가 16억5000만원에 급매가 나오자 자정을 넘기지 않고 바로 거래됐다.
지난 10월 17억9000만원(4층)에 거래되고 지난달 17억3750만원까지 떨어졌으나 두 달 만에 1억4000만원 가까이 떨어진 매물이 나온 것이다.
잠실주공5단지는 2015년도에는 11억원대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6년 5월부터 13억원대로 오르기 시작해 지난해 6월 15억원을 넘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재건축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17억원 수준까지 오르다가 올해 8~9월에 18억~19억원대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9월 14층이 19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81.75㎡도 지난 9월 19억6000만원(3층)에 거래됐고 82.61㎡ 역시 같은 달 20억4000만원(9층)에 거래돼 올해 최고가를 찍었다.
J공인중개소 관계자는 "76.49㎡의 경우 최근 17억3~40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고 1층의 경우 17억1000만원까지 거래가 됐으나 급매로 16억5000만원에 나온 건 처음"이라며 "집주인이 17억5000만원에 내놨는데 갑자기 월요일까지 돈이 필요했고 거래가 안되니 16억5000만원까지 값을 급하게 내렸다"고 전했다.
15층 매매가가 16억5000만원을 기록한 것은 올해 들어 가장 저렴한 가격대 수준이다.
1년 전인 지난해 11월 수준의 시세다. 올해 들어 잠실주공5단지는 18~19억원대를 유지하다가 4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로 거래가 끊기면서 주춤했다. 그러다 정부의 보유세 인상안이 공개된 뒤 규제가 생각보다 약하다고 판단하면서 급매물도 하나둘씩 나오고 매수자도 움직이면서 올해 7월 4층이 16억2000만원대, 12층이 16억4500만원대에 거래되기도 했다. 그러다 9월에는 19억원까지 올랐다.
아직 좀 더 시장 상황이나 재건축 사업 진행 등을 지켜봐야겠지만 내년은 올해보다 더 악재가 많아 앞으로 더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특히 연초 형성됐던 시세가 심리적 지지선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지지선이 깨지면서 그전까지 버티고 있었던 집주인들이 급매물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잠실 엘스나 리센트의 경우도 심리적 마지노선인 15억원이 깨지면서 현재 전용 59㎡가 13억5000만원에 거래가 됐다. 지난달 14억6000만원에 거래되고 이달 13억8000만원까지 매물이 나왔으나 매수자가 움직이지 않자 13억5000만원까지 하락했다.
이처럼 잠실주공5단지의 가격이 하락세에 돌아서고 급매물이 나오자 거래도 조금씩 늘고 있다. J공인중개소에 따르면 10월 3건, 지난달 1건 수준이었으나 이달 들어 6건이나 거래가 진행됐다.
업계에서는 지난 22일 임시총회에서 50층으로 재건축을 하기로 결정을 내리면서 수요자들이 움직이며 거래가 조금씩 살아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날 총회에서 '현정비계획변경(안)·준주거+3종주거 계획(안)'이 총 1839표를 득표하면서 50층을 포기하는 내용의 '전체 3종주거 계획(안)' 384표와 '1대1 재건축계획(안)' 96표를 제치고 가결됐다.
또 다른 잠실의 공인중개소는 "잠실주공5단지는 그나마 재건축 이슈가 있어 수요자들이 움직였으나 엘스나 리센츠의 경우는 5단지에 비해 거래가 거의 없다"면서 "앞으로 5단지는 건축심의, 사업인가 등만 남았는데 가격이 떨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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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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