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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 ‘스윙키즈’ 발 구르게 하는 탭 댄스 선율

입력 : 
2018-12-27 10: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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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스캔들’ ‘써니’ 강형철 감독이 돌아왔다. 이번엔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의 탭 댄스 이야기다. ‘스윙키즈’는 1951년 거제도 포로수용소, 오직 춤에 대한 열정으로 뭉친 오합지졸 댄스단 ‘스윙키즈’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재즈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베니 굿맨의 ‘Sing Sing Sing’ 등 각종 명곡을 들을 수 있는 영화로, 어느덧 탭 댄스의 비트를 따라 객석에서 발을 구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1951년 한국 전쟁 당시의 거제 포로수용소. 새로 부임해 온 소장은 수용소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전쟁 포로들로 댄스단을 결성하는 프로젝트를 계획한다. 수용소 내 최고 트러블 메이커 ‘로기수’(도경수), 4개 국어가 가능한 무허가 통역사 ‘양판래’(박혜수), 잃어버린 아내를 찾기 위해 유명해져야 하는 ‘강병삼’(오정세), 반전 댄스 실력을 갖춘 영양 실조 춤꾼 ‘샤오팡’(김민호), 그리고 리더인 전직 브로드웨이 탭 댄서 ‘잭슨’(자레드 그라임스)까지 ‘스윙키즈’라는 이름으로 한자리에 뭉친다. 각기 다른 사연을 갖고 춤을 추게 된 그들에게 첫 데뷔 무대가 다가오지만, 수용소 내의 이념과 국적 문제는 이들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사진설명
영화의 실제 모티브는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복면을 쓴 채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춤을 추고 있는 포로들을 촬영한 사진 한 장이었다. 한국 전쟁 당시 종군 기자 베르너 비쇼프(Werner Bischof)가 찍은 이 사진을 모티프로 ‘로기수’라는 이름의 창작 뮤지컬이 만들어졌고, 이를 강형철 감독이 영화화했다. 그가 ‘과속스캔들’과 ‘써니’에서 보여 준 음악과 이야기의 흐름들과 ‘타짜-신의 손’에서 보여 준 감각적인 편집과 빠른 호흡은 이번 영화에서도 재연된다. 특히 우연히 잭슨이 추는 탭 댄스를 본 로기수가 그 뒤로 동료들의 뛰는 소리, 이불 터는 소리, 잘 때 이 가는 소리를 타악기 음악으로 편집한 신은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위한 공연 메인 댄서로 활약하고, 머라이어 캐리 등과 협연한 브로드웨이 최고의 댄서 자레드 그라임스의 탭 댄스 퍼포먼스를 보는 것도 큰 재미. 재즈의 스탠다드 넘버로 손꼽히는 베니 굿맨의 ‘싱 싱 싱(Sing Sing Sing)’, 남녀 주인공이 질주하는 신에 삽입된 데이비드 보위의 ‘모던 러브(Modern Love)’, 한국 영화 최초로 원곡을 그대로 수록한 비틀즈의 ‘프리 애즈 어 버드(Free as a bird)’ 등 명곡을 영화 속에서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스윙키즈’만의 감상 포인트다. 6개월간 연습한 탭 댄스, 체중 감량과 삭발, 북한 사투리까지 소화해 낸 도경수가 연기한 로기수는 “빨갱이들이나 하는 미제 문화의 잔재”라고 욕하던 탭 댄스를 우연히 접한 뒤 그 매력에 빠져 스윙키즈에 합류, 오합지졸의 멤버들과 부딪히며 춤을 통해 변화해 간다. 강형철 감독은 이규성, 박혜수라는 걸출한 신인을 발굴해 냈다. 특히 기수의 북한군 동료 만철 역을 연기한 이규성은 리얼리티 폭발하는 북한 사투리와 눈빛 연기로, 체제를 따랐다가 변심하는 만철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 낸다. 여기에 박혜수는 뛰어난 영어 실력과 노래 실력을 뽐내며 영화에 통통 튀는 에너지를 주입, 강형철 감독의 뮤즈 역할을 가볍게 소화한다. 삼척에 1만 평 규모로 재현한 포로수용소 세트는 이념과 국적에 따라 나뉜 포로들의 실제 생활을 제대로 보여 준다. 첨예하게 대립한 비극적 역사 속에서 국적, 언어, 모든 것이 다르지만 춤에 대한 꿈으로 하나의 팀이 되어 가는 스윙키즈 댄스단 모습을 통해 전쟁에서 희생될 수밖에 없었던 인간의 열정과 행복, 갈등과 아픔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특히 극 후반, 로기수의 솔로 탭 댄스 장면은 꽤 감동적이다. 억지 감동이나 희망, 반전을 덧붙이지 않고 심플하게 끝나는 서사 구조도 담백하다.

[글 최재민 사진 NEW]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60호 (19.01.0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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