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문화

매일경제 Citylife 제660호 (19.01.01) BOOK

입력 : 
2018-12-27 10:24:43

글자크기 설정

▶‘사소함’이 도쿄를 동경의 도시로 만들었다 『도쿄의 디테일』

사진설명
생각노트 지음 / 북바이퍼블리 펴냄
“일본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소한 디테일 때문입니다.” 저자는 2017년 겨울 도쿄를 찾았다. 4박5일의 여행. 첫 방문지는 문구 백화점 이토야다. 1904년 개업해 100년 넘게 장수한 이토야는 도쿄에 8개, 요코하마에 2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도 아날로그 문구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문구 덕후의 성지’다. 이토야의 저력은 층마다 콘셉트와 카테고리에 최적화된 인테리어가 감탄을 자아내게 만드는 데 있다. 펜 층에는 원목 가구장에 만년필이 펼쳐져 있고, 종이 층에는 수백 가지 샘플이 한쪽 벽을 채운다. 게다가 이토야는 없는 게 없는 만물상이었다. 땅값이 가장 비싼 긴자점에는 15만 종의 문구류가 있을 정도다. ‘모든 것이 다 있다’는 이미지는 내가 찾는 상품이 이곳에는 반드시 있다는 생각을 고객에게 심어준다. 만물상 비즈니스를 활용하면서도 세련되고 압도적인 진열로 고급화 전략을 더하는 건 일본의 리테일 트렌드와도 맞물린다. 잡지와 책은 물론 케이크와 갓 구운 빵까지 파는 일본의 고급 편의점 빌마르셰도 비슷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연이어 방문한 곳은 직장인의 ‘저녁’을 사냥하는 복합문화쇼핑몰 키테다. 저녁 도시락을 구매하거나, 책을 사거나, 카페에서 샌드위치를 먹는 일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곳. 해당 날짜에 태어난 작가가 쓴 책을 블라인드 형태로 선물 포장해 파는 버스데이 분코, 중장년 남성을 위한 패션숍 컨펙트, 원목 제품을 다루는 크래프트숍 하코아 등 키테에 입점한 매장들은 하나같이 독특하다. 둘째 날은 오모테산도의 모마 디자인 스토어와 커뮨 세컨드, 디자인 페스타 갤러리를 방문했다. 셋째 날은 21_21 디자인 사이트, 아카데미 힐스를 찾는다. 아카데미 힐스는 도쿄의 대표 마천루인 모리 타워 49층에 위치한 공간이다. 월 이용료 10만 원가량의 멤버십으로만 입장 가능한 이곳에서는 7m의 층고 아래 도쿄 시내 스카이라인을 한눈에 내려다보며 쾌적한 환경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마지막 날엔 다이칸야마에 위치한 쓰타야 티사이트와 무인양품 유라쿠초점을 찾는다. 오늘의 일본을 대표하는 서점과 가구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다. 책 바구니에 깔린 두툼한 쿠션 등 이 거대한 매장의 구석구석에서도 저자는 고객의 마음을 흔드는 ‘한 끗 차이’를 발견한다.

단지 여행기에서 그치지 않고, 꼼꼼한 관찰을 통해 최근 한국과 일본의 리테일 트렌드를 비교하고 소개하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의류 매장과 카페를 결합시킨 모마 디자인 스토어의 경험을 들려주며 도쿄의 또 다른 히트 상품인 북 앤드 베드 도쿄, 쓰타야 북 아파트먼트 등을 함께 소개하는 식이다.

일본의 특수한 문화로 ‘오모테나시’가 있다. 손님을 신처럼 대우하는 접객 문화를 뜻한다. 저자는 대중교통에서도, 작은 매장에서도 이런 오모테나시의 전통을 끊임없이 발견한다. 그리고 고객을 끌어들이는 비즈니스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도쿄야말로 최적의 여행지임을 알려준다.

▶느려도 묵묵히 세계최고가 된 일본기업들 『일본 초격차 기업의 3가지 원칙』

사진설명
최원석 지음 / 더퀘스트 펴냄
세계 최대 산업용 로봇·공장자동화 기술 회사인 화낙은 일본의 대표적인 ‘초격차’ 기업이다. 주력 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모두 1위. 세계시장에서 스마트폰 등 정밀 제작에 필수인 로보드릴은 80%, NC(수치제어) 공작기계는 50%, 산업용 로봇은 20%를 차지할 정도다. 이나바 요시하루 화낙 회장은 “경영에서 중요한 것은 지금 하고 있는 것을 정말 제대로 하는 것이다. 창업자의 표현에 따르면 ‘엄밀’이다”라고 말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회장과 같은 글로벌 기업 사례만 소개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업군은 제조와 첨단 정보기술(IT)을 융합한 4차 산업의 숨은 실력자들이다. 제조업이면서도 50%가 넘는 압도적 영업이익률을 자랑하는, 세계 최고 엔지니어들이 모인 키엔스, 적층세라믹콘덴서 세계 시장점유율 50%인 무라타제작소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 책은 초격차 기업의 비결을 세 가지로 분석했다. 그들은 ‘당연한 것’을, ‘멈추지 않고’ 했다. 그리고 그 일을 ‘제대로’ 극한까지 밀어붙였다. 어찌 보면 비결이랄 것도 없을 만큼 평범해보이는 말이지만, 모든 기업의 위기는 응당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은 데서 발생한다고 진단하며 저자는 성공으로 가는 ‘가장 느리지만 확실한 방법’을 짚어준다.

[글 김슬기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60호 (19.01.01)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