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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Report ‘베트남의 강남’에서 줄 서는 빵집 만들기

입력 : 
2018-12-27 11:21:26
수정 : 
2018-12-27 11: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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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태, 49세, 직업 셰프 드 파티(Chef de patie). 그는 우리나라에서 제과제빵사로 명성을 높이다 베트남에 진출해 성공한 셰프다. 성공 비결은 철저한 현지 전략과 빵 본연의 맛을 지키는 장인 정신 두 가지. 호치민에 1호점을 낸 지 2년 만에 자신의 브랜드 ‘아티산 베이커리 Artisan Bakery’ 직영점을 네 곳으로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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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과제빵 고수가 택한 글로벌 교두보 베트남

황정태 셰프는 어떻게 여섯 곳의 직영 베이커리에서 70여 명의 베트남 인 직원들과 함께 희망을 꿈꾸는 ‘에인절 파티 Angel Patie’가 되었을까? 호치민의 한인타운 푸미흥은 베트남에서 가장 핫한 거리 중 하나다. 패션, 굿즈, 먹거리 등 라이프스타일 매장이 즐비하고, 한인타운인 만큼 한국 브랜드 간판도 쉽게 볼 수 있다. 이곳에 그는 도전장을 내밀었고, 이제 ‘아티산 베이커리 Artisan Bakery’는 베트남 주요 도시에서 러브콜을 받는 인기 브랜드가 되었다. 황정태 셰프는 2008년 세계 제빵 월드컵 ‘유로뺑’에 한국 대표로 출전해 2위를 한, 제과제빵 분야 고수다.

황정태 셰프는 ‘천연 발효, 24시간 신선 유지’를 원칙으로 현지의 ‘빵 좀 아는 고객’들을 자신의 영토로 끌어들이고 있다. 그는 단순한 베이커리 오너 셰프가 아니다. 자신의 맛을 한국에 이어 베트남에 알리고, 호치민의 한국인은 물론, 베트남 사람들에게 맛있는 빵을 선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베트남 청년들에게 고용 기회를 부여하고, 이런 경험을 통해 한국과 베트남을 넘어 세계 시장을 상대로 진검 승부를 펼치려는 꿈도 키우고 있다. “빵을 주식으로 하고, 간장과 젓갈 등 발효를 아는 식문화를 가진 베트남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친근감을 느꼈습니다. 프랑스 문화를 근 100년 동안 온몸으로 흡수한 베트남인들의 깊고 다양은 식문화와 빠른 기술 습득 능력, 다채로운 음식 조리법과 식재료들은 제과제빵인인 저에게 놀랍고 즐거운 신대륙이었습니다.”

황정태 셰프의 베트남 진출 스토리는 싱거울 정도로 긴장감이 없다. 오픈과 동시에 히트를 쳤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의 아티산 베이커리가 푸미흥 하휘탑 ha huy tap에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신장개업 빵집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으로 찾아온 사람들은 기대 이상의 맛에 감동했고, 그 소문은 금세 푸미흥과 호치민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입소문보다 더 강력한 홍보 수단이 있을까? 푸미흥 사람들이 몰려오고, 그 다음에는 옆 동네 사람들이 찾아오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먼 동네 사람들 그리고 호치민에 사는 외국인들도 일부러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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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베트남 주요 도시에서는 고급 베이커리 붐이 일어나고 있다. 베트남 국민들의 식감은 대단히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남아시아 특유의 다양한 식재료에서 나오는 풍요로운 먹거리들이 그들의 입맛을 자유롭고 특별하게 만든 것이다. ‘프랑스 식민지’ 경험이 있는 베트남 사람들에게 서구식 음식 문화 특히 ‘프랑스식 빵’은 친근하다. 그들은 이미 서양식 빵 특유의 맛과 향, 식감에 익숙하다. 그래서 푸미흥 등 호치민 중심가에 문을 연 베이커리들은 대부분 순항 중이다. 이유는 각자 개성이 확실한 베이커리 스타일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빵을 좋아하는 베트남 사람들은 새롭고 신선한 베이커리가 문을 열면 일단 호기심을 갖고 찾아와 준다. 그중 적지 않은 고객이 ‘새로운 소비층’이 되어 호응하고 단골이 된다. 그만큼 베이커리의 다양성이 인정받는 문화가 베트남에 존재하는 것이다. 베트남 베이커리 소비자들의 이런 다양한 취향 덕에 거리 곳곳에 있는 빵집들은 서로의 장점을 따라 하기보다는 자신만의 특징을 꾸준히 발전시켜 가며 공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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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과 품평중인 황 셰프
▷성공 전략 1 | 현지 재료와 환경을 극복하는 제조법으로 새 맛 개발

고수에게도 베트남의 제조 환경은 혹독했다. 밀가루, 설탕 같은 가공 원료 수급도 원만치 않았고, 버터, 소금 등 주요 재료도 종류가 한정돼 있어 어려움이 많았다. 밀가루, 소금, 물, 습도, 온도 등은 모든 게 한국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각종 가공 원료를 쉽게 구할 수 있고 이미 검증된 재료와 체계화된 제조법이 있기에 크게 염려할 것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대기업 연구원으로 베트남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땐 엄청 고생했습니다. 낯선 베트남 재료로 베트남 사람들 입맛에 최적화된 빵을 만드는 일이 쉽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겠지요. 분석과 테스트 과정을 거쳐서 베트남 입맛에 맞는 포인트를 찾아낸 겁니다. 그 과정은 한국에서 사용했던 제과제빵 제조법을 모두 버리고, 베트남에 맞는, 완전히 새로운 제조법을 창조하는 실험의 연속이었습니다.” 한국의 물은 빵 만들기에 비교적 적합한 ‘아경수’지만 베트남 물은 심한 ‘연수’다. 또한 베트남의 밀가루는 부드러운 성질을 더 많이 가진 ‘연질밀’이다. 이런 물과 밀가루를 그대로 사용할 경우 한국인, 베트남인, 외국인 모두가 선호하는 식감을 내는 일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 물론 극복해야 할 숙제였고, 공정 추가를 통해 그 해답을 찾아야 했다. 이를테면 생크림 빵의 경우 자신만의 레시피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밀을 한 번 삶아서 익혀 낸다. 베트남 밀과 한국 밀의 차이가 만드는 식감의 간극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개발한 그만의 비법이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지만 고객이 맛있게 먹어 주니 그거면 됐다. ‘고구마 식빵’을 만들 때에는 일일이 재료를 잘라서 설탕에 절이는 방법을 구사한다. 팥빵을 만들기 위해 팥을 끓일 때는 맛과 신선도에서 베트남 환경에 걸맞은 온도와 시간을 찾아냈고, 커스터드 크림도 직접 만든다. 베트남인들에게 익숙한 ‘육송(다진 고기를 빵 위에 얹음)’과 같은 현지의 식습관을 차용한 아이디어는 베트남인들과 현지 한국인의 마음과 입맛을 동시에 사로잡았다. “빵을 만드는 사람의 사명은 언제나 한결같이 가장 맛있는 빵을 고객에게 내드리는 것입니다. 재료가 가진 장점은 최대한 살리고, 단점은 특별한 기술을 더해 독특한 개성 포인트로 승화시키는 작업이지요. 그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브랜드도 ‘아티산 Artisan’으로 정했지요. 아티산은 프랑스어로 ‘장인’이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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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전략 2 | 현지인의 건강, 현지인의 아픔도 함께 한다 생산한 지 24시간이 넘는 빵은 모두 어려운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기부한다. 고객은 언제나 신선한 빵을 믿고 구입할 수 있고,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라도 맛이 살아 있는 빵을 먹으며 건강한 정신과 신체를 가진 존재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게 황 셰프의 설명이다. 물론 24시간이 지난 빵도 일정 시간 안에만 먹으면 위생상 아무 문제 없다. “저희는 매일매일 갓 구워 낸 빵을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고객에게 판매합니다. 빵은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1일 판매가 절대적입니다. 생크림은 하루가 지나면 안 됩니다. 살아 있는 빵이기 때문에 철저한 위생 관리와 제품 관리가 기본이고요. 우리 가족, 친지, 이웃이 먹는 것들인데 생명이 없고 건강하지 않은 빵을 팔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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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전략 3 | 현지인에게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 다룬다

매장의 인테리어와 외관은 베트남인들에게 익숙한 프랑스풍으로 꾸몄다. 매장마다 2층 전체와 테라스에 테이블과 의자를 넉넉하게 배치했다. 1층엔 4~6인용, 2층은 2~4인용 테이블을 두었다. 이런 디자인 때문에 손님들은 아티산 베이커리를 ‘빵을 포장해서 파는 곳’이 아닌 ‘프랑스풍 베이커리 카페’로 인식한다. 그래서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주부와 가족, 비즈니스맨,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모두 편하게 찾는 것이다. 다국적 단골들이 아티산을 찾는 이유 또한 다국적이다. 한국인 고객은 황 셰프가 직접 운영하는 곳이라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다. 외국인 고객들은 모국에서의 빵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이곳을 찾는다. 베트남인들은 한국의 명장이 만드는 맛있는 빵 맛과 타 브랜드보다 저렴한 가격 탓에 이곳의 단골이 된다.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아이스 카페라테가 2500원, 샐러드빵이 1450원, 크로크무슈가 1200원 정도다. 쇼케이스에 진열된 케이크, 바게트, 식빵, 파이, 크루아상, 샌드위치, 베이글 등이 150가지에 이른다. 모두 황 셰프의 아이디어와 치밀한 제품 기획력으로 탄생한 ‘작품’들이다. 구운 밀을 사용하는 정통 프랑스 몽주 바게트와 24시간 이상 저온 발효시켜 만드는 오뜰리제 바게트 등 몇몇 인기 제품들은 줄 서서 기다리는 고객 탓에 오전에 품절되곤 한다. 주방은 유리를 통해 훤히 보이는 오픈형 구조다. 고객들은 직원들이 직접 빵을 굽고 케이크를 만드는 모습을 보며 믿을 수 있고, 직원들은 작업대와 바닥 등을 항상 깨끗한 상태로 쓸고 닦으며 위생 상태를 최고로 유지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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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산 베이커리 1호점 2016년 오픈 당시 투자액 2억 원, 현재 연 매출 5억 원인 1호점은 베트남 인들이 많이 사는 푸미흥 하휘탑(ha huy tap)에 문을 열었다. 그들이 좋아하는 유럽 빵과 동양인이 좋아하는 소프트한 빵 제품, 아무 데서나 맛볼 수 없는 다양한 모양과 맛을 가진 케이크들을 판매한다.


▷성공 전략 4 | 채용은 팀장 권한, 성장은 회사 의무

현재 아티산 베이커리의 정식 직원은 62명. 시간제 아르바이트 8명을 합치면 70명이 된다. 70명 모두 황 셰프에게는 동반자이자 제자들이다. 직원들에게 황 셰프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제과제빵 노하우를 가르치며 월급까지 꼬박꼬박 챙겨주는 오너이자 스승 그리고 인생 가이드이기도 하다. 이런 관계는 순전히 믿음을 기반으로 구축되었다. 황 셰프는 직원들을 ‘일을 시키고 월급을 주는 존재’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같은 제과제빵으로 만난 동업자이자 서로 도와 꿈을 키우는 협력자인 것이다. 직원 채용 결정권을 팀장에게 위임했다. 팀장의 필요에 의해서, 팀장의 기준으로 뽑아 3개월의 훈련 기간을 통과하면 회사의 일원이 된다. 그때부터 황 셰프는 회사의 리더로서 그 직원의 장단점을 파악해 장점을 강화하도록 적극 돕는다. 직원들이 더 나은 기술을 배우고, 더 진화된 생각을 하면 회사도 좋고, 직원 개인도 좋고, 결국은 베트남 국가 전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그는 믿는다. 황 셰프는 직원을 관찰하지 않는다. 단지 스스로 계획에서 실행할 목표와 동기를 부여할 뿐이다. 목표를 이룬 직원에게는 시간, 금전적 보상을 주고, 미처 이루지 못한 경우 격려와 재도전의 기회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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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회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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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산 베이커리 2호점 2017년 오픈 당시 투자액 1억 원, 현재 연 매출 9억 원인 2호점은 한국인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의 푸미흥 Sky Garden 매장에 위치해 있다. 30, 40대 지식인층 주부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무턱대고 들어선 ‘빵 세계’, 희열이 창조를 낳는다

황 셰프는 토목 설계로 사회에 데뷔했다. 나름 열심히 했지만 뜨거운 열정이 일어나진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앞으로는 제과제빵이 뜰 거야”는 선배의 말을 듣고 잠시 심사숙고, 하던 일을 접고 무작정 ‘빵 세계’에 뛰어들었다. 제과제빵을 배웠고, 크고 작은 많은 제과점에서 실력을 쌓았다. 세계 대회에도 출전해 빛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고, 잘나가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대기업 빵·케이크신제품개발연구소의 콜을 받은 뒤 대기업의 연구 개발 과정과 경영 노하우를 배우고 익힐 기회가 있었고, 그 일의 연장선에서 베트남 스터디도 할 수 있었다. 베트남 진출을 생각한 것도 모두 그런 과정의 결과였다. 베트남에서 자리를 잡은 그는 여전히 제과제빵을 생각하면 가슴이 쿵쾅 뛰는, 그야말로 ‘빵덕’(빵 마니아)으로 살고 있다.

파티시에 & 블랑제리 & 베이커 & 셰프 디 파티 구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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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시에(Patisserie) 북미나 유럽에서는 전문 교육 기관 혹은 유서 깊은 빵집에서 수련 생활을 거친, 베이커보다 한 단계 높은 직업군을 일컫는다. 가장 기본적인 페이스트리(크루아상/파이 등)을 비롯해 양과자(마카롱, 앙트레메 등), 케이크 등을 만든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제과사에 가까운 영역으로, 설탕을 이용한 공예, 케이크, 각종 디저트도 만든다. 레스토랑에서는 베이커의 영역도 담당한다. ▷블랑제리(Boulangerie) 프랑스어로 영어의 베이커(Baker)를 뜻한다. 이스트나 팽창제를 사용한 빵을 만드는 사람을 일컫는다.

▷베이커(Baker) 말 그대로 제빵사로 빵만 전문으로 굽는다. 예를 들면 식빵, 바게트, 머핀, 크루아상, 베이글 등, 서양인에게 밥인 주식류 빵을 전문으로 굽는다. 북미는 베이커리보다 마트 빵집 혹은 컵케익, 머핀만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 발전되어 있어서, 주로 이러한 미국식 제품을 생산하는 사람을 베이커라고 한다.

▷셰프 디 파티(Chef de partie) 파티시에와 관련해서는 ‘제과제빵 셰프’라는 뜻이고, 다른 의미로는 주방에서 한 팀의 리더라는 뜻이다.

- ‘나무위키’ 사이트 내 ‘파티시에’에서 발췌 인용

[글 안기훈(프리랜서) 사진 안기훈,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60호 (19.01.0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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