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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일본 히트상품 30선 대예측 | AR게임·AI자동차·가성비 아웃도어 ‘상품’에서 ‘경험’으로…UI(사용자 환경) 혁명 원년

  • 노승욱 기자
  • 입력 : 2018.12.28 09:39:53
  • 최종수정 : 2018.12.28 11:46:14
2019년에는 어떤 ‘신상’이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을까. 기업가라면 누구나 알고 싶은 주제다. 이웃나라 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본 경제·트렌드 전문지 ‘닛케이트렌디’는 최근 ‘2019년 일본 히트 예감 상품’ 리스트를 발표했다. 새해에 일본 시장에서 ‘뜰 만한’ 상품이나 이벤트를 영향력, 신규성(참신성), 판매 경향 등을 기준으로 선정했다. 저출산, 고령화, 비혼, 1인 가구 등 일본과 트렌드가 비슷하게 흘러가는 한국에도 시사점이 적잖을 것으로 보여 소개한다.



▶2019년 日 히트 예감 베스트 10

▷가성비 아웃도어, 일왕 승계 제치고 1위

새해 일본의 가장 큰 화두는 ‘새로운 연호(新年號)’, 즉 일왕 승계다. 아키히토 일왕이 생전에 퇴위를 예고, 1989년 이래 30년간 이어져온 헤이세이(平成) 시대가 막을 내리고 오는 5월 새 일왕이 등장할 예정이다.

그러나 신연호를 제치고 히트 예감 1위에 오른 상품이 있다. 2019년 일본 효고현에 첫 출점 예정인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데카트론’과 일본 캐주얼 의류 브랜드 ‘워크맨플러스’다. 이들은 고기능과 ‘격하게 저렴하다’는 뜻의 ‘게키야스(激安)’를 표방한다. 실제 데카트론은 백팩이 350엔, 침낭 1690엔, 방한 재킷 2900엔, 텐트는 6490엔에 불과하다. 싼 게 비지떡도 아니다. 2900엔짜리 방한 재킷은 내구성이 높은 코듀라 섬유를 사용하고 약 500g의 경량에도 신축성 130%와 방풍성을 겸비했다는 평가다. 워크맨플러스도 “2배 이상 비싼 아웃도어 브랜드와 동등한 품질”이라고 자랑한다.

가성비의 비결은 대량생산이다. ‘워크맨’은 브랜드 이름에서 보듯 원래 작업복 전문 브랜드였다. 작업복은 가혹한 환경에서 혹사돼 마모가 빠르기 때문에 한 번에 2~3벌씩 사 가는 경우가 적잖다. 이를 감안해 워크맨은 상품 하나당 최소 5만벌 이상씩 만들었다. 규모의 경제를 이용해 가격을 낮추자 일반 소비자도 모여들었다. 가령 우천 시 작업을 위한 방수 재킷이 오토바이 배달사원에게 팔리고, 주방에서도 미끄러지지 않는 구두는 유아를 안고 있는 주부나 임산부들이 애용했다. 일반 소비자 비율이 20~30%에 이르자 일반인을 위한 워크맨플러스 브랜드를 신설, 2018년 9월 도쿄 타치카와시에 1호점을 오픈했다.

도쿄대에서 박사 유학 중인 정두석 씨는 “요즘 일본 소매업계에서는 가성비를 강조하기 위해 ‘게키야스’란 말을 많이 쓴다. 게키야스 여행, 게키야스 항공권 등이 대표적이다”라고 전했다. 일본 패션업계에서는 두 브랜드만 더해도 연간 4000억엔(약 4조원)의 신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한다.

히트 예감 3위는 대만의 ‘성품서점’. 실내를 책장으로 빙 둘러싼 독특한 인테리어, 녹지와 수변을 살린 사색 공간, 지점마다 다른 콘셉트, 지역 문화와 어우러지는 적절한 이벤트, 유행을 좇지 않는 양서 엄선 등이 특징이다. 미국 ‘타임지’가 “아시아에서 가장 훌륭한 서점”으로 극찬했을 정도다. 일본 츠타야 서점의 모티프가 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대만에 42개, 중국 4개(홍콩 3개 포함) 지점을 두고 있다. 2019년 가을 일본 니혼바시에 상륙 예정이다. 중화권이 아닌 나라에 첫 출점이어서 주목된다.

4위는 무인가게다. 저출산 고령화로 노동인구가 감소 중인 일본 정부는 2025년까지 전국 6만여 편의점을 모두 무인화, 10만명 이상의 편의점 종사자를 다른 산업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유통업계는 이를 앞당기기 위해 미국 아마존고(Amazon Go)처럼 카메라와 AI를 조합한 무인화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중량 센서 등은 사용하지 않고 천장에 설치한 복수의 카메라로 매장 내부를 촬영하고 AI로 고객과 상품의 동선을 인식, 구매 정보를 파악하는 식이다. 매장 출입은 전용 앱을 사용하고 상품을 선반에서 떼어내 가게를 나오기만 해도 미리 등록한 신용카드에서 자동 결제된다. 카메라가 최소 수백 대 투입되는 아마존고에 비해 매장당 25~30대만 설치하면 돼 출점 비용을 확 낮춘 것이 강점이다.

미국에서 무인 편의점을 실험 운용 중인 스타트업 ‘스탠더드코그니션(Standard Cognition)’이 일본에서 2019년 중반까지 대형 드러그스토어 매장에서 실증실험에 나설 계획이다. 니시야마 요헤이 스탠더드코그니션 일본지사 대표는 “상품을 원래 있던 장소 이외의 선반에 다시 갖다놓거나 누군가에게 건네주거나 해도 최종적으로 누가 구입했는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며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2020년까지 3000개점 오픈을 목표로 내세운다. 이외에도 소형 무인 편의점 ‘600(자판기 크기지만 식품부터 문구, 일용품까지 최대 600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해서 명명됨)’, 중국 무인 편의점 ‘빙고박스(Bingo Box)’, 피자 자판기 ‘피자셀프(Pizza Self)’ 등이 무인가게 다크호스로 주목받는다.

7위는 ‘알렉사 오토(Alexa Auto)’다. 스마트 스피커 ‘아마존 에코(Amazon Echo)’의 음성 어시스턴트 알렉사를 자동차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음성으로 조작하는 내비게이션은 지금도 있다. 문제는 인식의 정확성과 사용 편의성이다. 이미 아마존이 진출해 있는 일본에서는 알렉사 오토가 뛰어난 성능을 보일 것이란 기대가 높다.

미국에서는 이미 2017년 여름부터 포드가 알렉사를 탑재 가능한 자동차 판매에 나섰다. 일본에서는 토요타가 2019년에 알렉사 대응하는 차를 발매할 것으로 주목받는다. 파나소닉도 자사 카엔터테인먼트에 알렉사나 구글 어시스턴트를 활용할 계획이다.

8위는 ‘뭉크전(노르웨이의 국민화가 에드바르드 뭉크의 회고전)’이 올랐다. 뭉크의 ‘절규’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중 하나. 이번에는 포켓몬스터와의 협업으로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절규’하는 포즈의 피카츄 그림이나 스마트폰 케이스가 발매돼 절찬리에 팔리고 있는 것. 그림과 같은 배경으로 꾸민 포토존도 도쿄 곳곳에서 운영 중이다. 이 같은 명화와 캐릭터의 엉뚱한 조합은 SNS에서 각종 인증샷을 통해 퍼져나가며 홍보 효과를 톡톡히 거두고 있다. 닛케이트렌디는 “포켓몬스터와의 협업은 미술전을 고상한 취미가 아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로 만든다. 세계적 명화와 세계적 캐릭터의 융합이 새로운 미술전 히트를 낳는다. SNS를 통한 홍보는 미술전에도 필수가 됐다”고 분석했다.

10위는 포스트 포켓몬고로 기대를 모으는 ‘해리포터 : 위저즈 유나이트’. 포켓몬고로 홈런을 날린 ‘나이안틱’이 2019년에는 후속작으로 해리포터 AR 게임을 내놓는다. 기술은 더욱 진보했다. 스마트폰 카메라만으로 주위 지형이나 물체를 정확히 인식해 반영하는 신 AR 기술 ‘리얼 월드 플랫폼’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진다. 포켓몬이 지나가는 사람 뒤에 숨는 식의 AR 기능도 해리포터에 적용될 수 있다. 포켓몬고에 이어 해리포터가 다시 한 번 대박을 터뜨린다면 AR 게임 시장 급팽창은 시간 문제일 것이란 관측이다.



▶히트 예감 11~30위

▷맞춤 시트·자연 조명·AR볼더링 ‘주목’

미용업계에서는 ‘개인 맞춤형 시트’(11위)가 주목받는다. 사람마다 피부가 다른데도 그간 화장품은 몇 가지 제품만으로 대응해왔다. 이제는 화장품도 맞춤화 시대가 된다. 내장 카메라로 얼굴 데이터를 분석하는 액정에 얼굴을 비추면 어디에 얼룩이 있는지를 상세하게 분석, 피부질과 톤에 맞춰 얼룩을 감추는 ‘인공피부 시트’가 인쇄된다. 두께는 불과 수백 나노미터로 극히 얇아 붙인 줄도 모를 정도다. 닛케이트렌디는 “ ‘화장을 한다’는 개념을 뿌리부터 뒤엎는 혁명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파나소닉에서 이 사업을 이끄는 카와구치 사치코 씨는 “도쿄올림픽 무렵에는 이 시트를 붙이고 있는 것이 당연한 사회가 됐으면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얼굴 전반에 대한 분장용 시트도 구상 중이다”라고 밝혔다.

일본 편의점 1위 세븐일레븐의 ‘컵 냉동볶음밥’(12위)은 냉동식품을 편의점에서 사서 바로 데워 먹을 수 있도록 포장해 1인 가구와 편도족(편의점 도시락족(族))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한다. 도시락보다 보존료 등 첨가물이 적어 건강에 좋고 저렴한 가격(170g, 1인분에 1980엔)이 강점이다. 센다이 지역에서 시범 판매한 결과 냉동볶음밥 등의 매출이 5배 증가하는 성과를 확인했다고.

일본도 코딩 교육 열풍이 뜨겁다. 2020년부터 초등학교에서, 2021년부터 중학교에서 프로그래밍 교육이 의무화된다. 코딩 학습 프로그램인 ‘프로그래밍 마법학교’가 히트 예감 15위에 선정된 배경이다. 이 온라인 교재의 학습 무대는 ‘디즈니’다. 주인공이 마법학교를 무대로 다양한 과제를 마법(프로그래밍)으로 해결해나가는 것이 골자다. 각 과제는 ‘겨울왕국’ ‘알라딘’ ‘미녀와 야수’ 등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소재로 한다. 온라인 과제를 완수하면 수료증에 해당하는 카드나 수수께끼 풀이에 필요한 아이템이 우편으로 발송된다. 개발사 라이프이즈텍의 미즈노 유스케 CEO는 “교육 프로그램 이용 지속률이 일반 온라인 교재의 5배가 넘는다. 조금씩 과제를 완수하는 사이에 어느샌가 방대한 내용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초고령사회인 일본은 헬스케어 상품에 늘 관심이 많다. 이번에는 통풍을 예방해주는 식품이 주목받는다. 일본의 통풍 환자는 1995년 약 40만명에서 2016년 110만명 이상으로 약 20년 만에 3배 가까이 급증했다. 통풍의 주원인인 요산치를 낮추는 ‘안세린(anserine)’의 인기가 높은 것은 당연지사. 가다랑어, 참치 등은 안세린을 함유하고 있지만 요산의 근원인 푸딩체도 포함돼 있다는 게 함정이다. 일본 소진수산화학공업은 푸딩체를 약 99% 제거한 순도 높은 안세린 양산화에 성공했다. 2019년에는 안세린 특유의 해산물 풍미도 없애고 요산치 상승 억제 기능이 표시된 식품으로 선보일 예정이어서 기대를 모은다. 히트 예감 17위에 랭크됐다.

창문도 없는 좁은 방에 사는 이들이라면 다음 상품에 희망을 걸어볼 만하다. 지하, 창문이 없거나 햇빛을 못 받는 공간에서도 쾌적함을 만끽할 수 있는 신형 조명 ‘푸른 하늘 라이트’(21위)가 개발되고 있다. 이탈리아 스타트업이 개발한 ‘코룩스(CoeLux)’는 자연광을 재현한 조명으로 주목받는다. LED와 특수한 패널을 조합해 하늘이 푸르게 보이는 ‘레일리 산란(Rayleigh Scattering)’ 현상을 인공적으로 일으킨 것이 특징이다. 조명을 비추면 마치 창문이 있는 듯 방의 일부에 완전히 푸른 하늘이 나타난다. 미쓰비시전기, 발뮤다 등 일본 기업들도 잇따라 뛰어들며 새해에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9년은 도쿄올림픽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는 해다. 올림픽 준비 열기가 뜨거운 일본에서는 마이너 경기 체험이 붐이다. 특히 돌기를 잡고 벽을 오르는 경기 ‘볼더링’이 인기다. 도쿄올림픽에 처음 정식 채택된 종목이다. 최근 10년간 볼더링 시설은 5배 늘어 일본에서 약 500개가 운영 중이다. AR볼더링(25위)은 이런 볼더링 설비에 AR 기술을 접목했다. 벽면에 투사된 영상이 오르는 사람의 움직임과 연동돼 두더지 게임부터 핑퐁 게임까지 다양한 가상현실을 연출해낸다. 2018년 말 기준 16대가 가동 중이고 2019년에는 100대로 확대될 전망이다. 쇼핑몰 등에 도입돼 주부나 어린이까지 저변이 확산될 것이란 기대다.

인터뷰 | 히로아키 사토 닛케이트렌디 편집장

“2019년은 ‘손’에서 ‘말’로…AI기기 대중화”

Q 히트 예감 상품 선정 기준은 무엇인가.

A 2018년 10월 이후 첫선을 보였거나 2019년 등장 예정인 상품이나 서비스, 시설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 신규성(참신성)과 영향력, 판매 경향을 기준으로 베스트 30을 선별한다. 판매 경향은 판매량이나 점유율이 얼마나 확대될지, 얼마나 고객을 끌어모을지, 히트하고 얼마나 판매가 지속되는지 등을 고려한다. 신규성은 이제까지 없던 기획이나 기술, 착안점, 판매 방법에 대한 궁리를 했는가를 본다. 영향력은 타사가 추종하거나 지금까지 없었던 시장을 형성 또는 라이프스타일이나 사회의 상식을 바꿀 가능성이 있는가에 중점을 둔다.

Q 히트 예감 상품은 잘 들어맞는 편인가.

A 물론 100% 맞지는 않는다. 2018년 히트 예감 상품 선정 때는 보다 참신하고 재미있는 상품 위주로 찾아보자고 했다. 하지만 2019년은 어느 때보다도 정밀하게 예측해보자는 방침 아래 진행했다. 새해 히트 예감 상품 발표를 20여년째 하고 있는데 해당호는 평소보다 2배 잘 팔려 연간 최고 부수를 기록할 만큼 독자 관심이 높다. 자동차, 아이폰 등 매년 교체 수요가 있는 제품은 확실히 많이 팔리고 영향력도 있지만 그런 상품은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아서 제외했다.

Q 2019년 일본 경제 트렌드의 핵심 키워드를 꼽는다면.

A 요즘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상품(もの)에서 경험(こと)으로’다. 버블 경제기를 살았던 50대 이상은 물질을 소유하는 데서 풍요를 느낀다. 반면 40대 이하는 축구팀 응원, 여행이나 콘서트 가기 등 경험에 더 관심이 많다. 물건을 살 때도 물건 자체에 대한 소유욕보다 그것을 사는 이유나 계기가 더 중요하다.

또 다른 키워드는 ‘UI(사용자 환경) 혁명’이다. 이미 아마존 에코, 구글홈 등 스마트 스피커의 가정 보급률이 88%에 달한다(가구 기준). 새해에는 자동차용 AI 비서 ‘아마존 오토’가 출시된다. 기계 조작 방식이 손에서 말로 바뀌고 나면 다시는 이전의 형태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물론 아직은 인식의 정확성 등에 미흡한 점이 있지만 소프트웨어가 지속 개선되고 있다. 2019년에는 AI 기기 사용성의 임계점을 넘는 원년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렇게 되면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이 있을 것이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89·신년호 (2018.12.26~2019.01.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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