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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15명…사형집행 팔 걷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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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30 10:00:00 수정 : 2018-12-30 11: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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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27일 사형수 2명 사형 집행/올해 15명…아베 2기 내각 이후 36명/2009년 중단했다가 2012년부터 재개/미국은 사형 선고 및 집행 꾸준히 감소/국제 단체 “세계적 흐름에 완전히 역행”
‘36명’

일본 정부가 최근 사형수 2명에 대한 형을 집행했다. 일본에서 올해만 15명의 사형수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는데 이는 2012년 12월 아베 신조 2차 내각 출범 이후 36명째다. 일본의 이런 거침없는 행보는 법률상 사형제를 완전히 폐지하는 세계적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어서 일본 내부는 물론 국제사회의 우려가 작지 않다.

◆올해만 15명 집행…2008년 이후 최다

29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법무성은 27일 오전 오사카 구치소에서 남성 사형수 2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이들은 지난 1988년 투자자문회사 경영진 2명을 살해한 혐의로 2004년 사형 확정 판결을 받고 구치소에 수감 중이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이른바 ‘사린가스 테러 사건’(1995년)을 일으킨 옴진리교 지도부 13명 전원에 대해 형 집행을 감행한 바 있다.

올해 15명의 집행인원은 2008년(15명) 이후 최다 규모다. 일본은 2000년부터 연평균 4.6명에 대해 사형을 집행한 뒤 2009년 9월 하토야마 유키오 내각(민주당)이 구성되면서 형 집행을 중단했다. 이후 2012년 12월 아베 신조 2기 내각이 집권하면서 다시 집행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의 사형 집행은 사형수의 신원을 밝히지 않고 집행 관련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등 ‘밀행성’이 특징이었으나 2007년 12월부터 “국민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서”란 이유로 사형수의 이름과 범죄 사실, 집행 장소를 공개하고 있다. 앞서 유럽연합(EU)은 2006년 일본 정부에 ‘사형수에게 집행 고지를 하지 않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아베 정부 역시 사형 집행 관련 정보를 대중에 공개하고 있다.

◆높은 존치 여론에 사형폐지운동은 ‘빈손’

아베 2기 내각 이후 사형이 잇따르면서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사형 폐지 운동이 불붙고 있다. 그간 일본에서는 사형폐지 움직임이 여러 차례 있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일본 정부는 유엔(UN)에서 사형폐지조약이 채택된 1989년 11월부터 3년 4개월 동안 사형 집행을 중단했다가 1993년 3월 사형수 3명에 대한 형 집행을 단행했다. 이때 형사법연구자 279명이 ‘사형 폐지를 추구하는 형사법연구자의 호소’를 발표했으나 일본 법무성은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같은 해 11월 오사카와 도쿄, 삿포로 구치소 등 전국 각지에서 사형수 4명에 대한 추가 형 집행을 했다.

1994년에는 초당파 국회의원 113명이 모여 ‘사형폐지를 추구하는 의원연맹’을 결성해 2003년 ‘중무기형 창설 및 사형제도 조사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만들기도 했으나 끝내 의회에 상정되지 못했다.

2009년 이후 사형 집행이 중단됨에 따라 한동안 잠잠했던 일본의 사형폐지운동은 최근 다시 불이 붙고 있다. 2016년 일본변호사연합회는 “2020년을 목표로 사형제 폐지를 추진하겠다”며 정부에 사형제 폐지를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선언 이후 사형 집행은 되레 늘어나는 추세다.

일본에서 사형폐지운동이 힘을 얻지 못하는 데에는 사형폐지를 부정적으로 보는 국민여론 때문이란 분석이 대체적이다. 일본 내각부가 수행한 1975년 조사에서 20.7%였던 사형폐지 찬성 의견은 2005년 6%로 뚝 떨어졌다. 같은 기간 56.9%였던 사형제 존치 의견은 81.4%로 뛰었다. 2015년 조사에서도 존치 의견이 80.3%였다. 일본 정부는 이런 점을 들어 국제사회의 사형 폐지 권고나 우려를 반박하곤 했다.

◆“오판 가능성 높아” 미국은 4년 연속 30건 미만

반면,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대표적인 사형제 유지 국가로 분류되는 미국은 사형 선고와 집행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올해 미국 전역에서 사형수 25명에 대한 형이 집행됐는데, 이는 역대 두 번째(2016년·20건)로 낮은 수치다. 올해 4년 연속 30건 미만의 사형 집행을 기록한 미국은 사형 확정 건수도 41건으로 지난해보다 39%가량 급감했다.

이처럼 미국에서 사형 선고 및 집행 건수가 줄어드는 것은 생명권을 강조하는 측면도 있지만 사형이 확정됐다가 이후 오심으로 판명되는 일이 잇따르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미국사형정보센터(DPIC)에 따르면 1973년부터 2016년까지 무죄가 밝혀져 석방된 사형수는 159명에 달한다. 올해만 해도 2명의 사형수가 각각 25년, 14년의 감옥살이 후 무죄 석방됐다.

1966년 일가족 방화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사형이 확정된 일본 하카마다 이와오(81·왼쪽)가 무죄를 입증하는 결정적인 DNA감정결과가 나오는 등 검찰의 사건조작 증거가 드러나면서 2014년 석방됐다. 사진=Death Penalty News
일본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1980년대 있었던 ‘4대 사형 오판 사건’이 그것이다. 일본에서는 1983년부터 1989년까지 평균 구금 기간 32년 9개월이었던 사형수 4명에 대한 재심 무죄 선고가 이어지면서 사형제가 사회적인 논란으로 부상했다. 비교적 최근인 2014년에도 1966년 일가족 방화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사형이 확정된 뒤 48년을 복역한 하카마다 이와오(82)씨가 검사의 증거조작 정황이 드러나면서 무죄 석방되기도 했다.

이런 지적을 의식한 듯 일본 법무성은 27일 사형 집행 후 언론을 통해 “사형 집행은 피해자의 존엄한 생명을 빼앗은 사안으로, 법의 준엄함에 기초해 신중한 검토 끝에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일본 지부는 “일본 정부의 사형 집행에 강한 분노와 실망감을 느낀다”며 “세계 흐름에 완전히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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