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콜 부품도 냉각수 끓는 현상…더 커진 BMW 화재 불안감

김준 선임기자·김원진 기자

내구성 떨어져 누수 가능성…국토부, 추가 조사 뒤 문제 땐 “재리콜”

조사단, ‘땜질 처방’ 지적에도 BMW “설계 결함 아니다” 입장 고수

리콜 부품도 냉각수 끓는 현상…더 커진 BMW 화재 불안감

국토교통부가 BMW 차량의 화재 원인을 단순 부품 결함이 아닌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전체의 설계 결함으로 지목하면서 운전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리콜조치로 교체한 새 EGR 쿨러도 냉각수가 끓는 ‘보일링’ 현상이 발생, 내구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것으로 밝혀져 BMW가 ‘땜질 처방식 리콜’을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24일 BMW 차량의 화재 원인을 “EGR 쿨러의 열용량 부족 또는 EGR 과다 사용과 같은 설계 결함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EGR 쿨러는 미세먼지나 질소산화물을 줄이기 위해 배기가스를 엔진으로 재순환시켜 태우는 장치다. 하지만 최초 엔진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는 온도가 800도 안팎으로 높은데, 이를 낮추기 위해 자동차 라디에이터처럼 냉각수가 들어간 EGR 쿨러(냉각기)를 사용한다. 특히 EGR 쿨러가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충분한 열용량을 가져야 하는데, 기존의 쿨러는 냉각수가 끓는 ‘보일링’ 현상이 발생했다. 냉각수가 끓어오르면 쿨러 내구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국토부 민관합동조사단의 설명이다. 특히 BMW코리아가 리콜에 사용한 EGR 쿨러 ‘개선품’도 열용량이 과거와 같은 데다 물이 끓는 현상 역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관합동조사단 관계자는 “두 번째 EGR 쿨러(개선품)는 약간 보강하는 정도의 설계 변경이며, 쿨러 용량은 변함이 없고 보일링 현상도 나타났다”면서 “신형 쿨러도 내구성 실험 등을 더 해봐야겠지만 균열이 가서 언젠가는 누수가 생길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리콜 때 EGR 밸브와 쿨러, 바이패스 밸브를 모두 교체한다 하더라도 EGR 용량(재순환시키는 배기가스 양)을 줄이지 않으면 누수가 생겨 문제는 계속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EGR 장치로 들어가는 배기가스 양은 소프트웨어 등을 수정하면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럴 경우 현행 배출가스 기준인 ‘유로 6’를 통과 못할 가능성이 높다. 2014년 9월부터 실시된 유로 6는 기존 ‘유로 5’보다 기준이 한층 강화됐다. 유로 5 질소산화물 기준은 0.18g/㎞다. 그러나 유로 6로 가면서 0.08g/㎞로 2배 이상 강화됐다.

<b>고속도로 달리던 BMW 또 화재</b> 25일 오후 6시7분쯤 충남 공주시 천안∼논산고속도로 논산 방향 인풍교 인근에서 119 소방대원이 불이 난 BMW 520d 승용차의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속도로 달리던 BMW 또 화재 25일 오후 6시7분쯤 충남 공주시 천안∼논산고속도로 논산 방향 인풍교 인근에서 119 소방대원이 불이 난 BMW 520d 승용차의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차량 업체 대부분은 2014년 9월 유로 6가 실시되기 이전에 EGR 관련 소프트웨어를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보다 많은 배기가스를 EGR 장치로 보내게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하드웨어’인 EGR 장치는 적절한 ‘보완’이 이뤄지지 않아 열용량 부족 같은 현상이 발생했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실제 화재가 발생한 BMW 차량을 분석해 보면 유로 6 실시 직전 또는 이후인 2014~2016년식 차량이 전체 화재 차량의 90%에 육박한다(경향신문 2018년 8월10일자 2면 보도).

다만 국토부는 보일링 현상이 발생한 신형 EGR 쿨러도 당장은 파손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제품에 비해 일부 강건화 조치 등이 취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가 내구성 조사를 실시한 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재리콜을 실시할 방침이다.

정부는 화재 발생 부위인 흡기다기관도 미국처럼 공식 리콜을 통해 교체키로 했다. 쿨러가 파손되지 않은 차량보다 화재의 원인이 되는 침전물이 흡기다기관 내부에 많이 점착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BMW코리아는 EGR 쿨러가 파손된 차량에 한해 리콜이 아닌 ‘무상수리’ 형태로 교체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관합동조사단 관계자는 “(설계를 바꾸지 않으면) 현재의 흡기다기관으로는 시기만 늦출 뿐이지 언젠가는 화재가 날 개연성을 부인 못한다”면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화재를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흡기다기관에 대한 공식 리콜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BMW코리아는 이날 “화재 원인은 설계 결함이 아니며, EGR 모듈 하드웨어 교체로 원인을 없앨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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