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약물로 70~80% 증상 조절 가능”

뇌전증에 대한 오해와 진실

‘간질’서 명칭 변경 10년 됐지만, 여전한 편견…국내 환자 50만명

손영민 삼성서울병원 교수 “60~70%는 원인 알 수 없어, 혈압·당뇨 같은 만성질환일 뿐”

손영민 교수(오른쪽)가 관련 의료진과 함께 뇌전증 환자의 뇌파를 살펴보며 치료 방법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2019년이면 간질을 뇌전증으로 이름을 바꾼 지 10년이 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뇌전증 환자들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심하다. 국내에서 50만명 안팎이 이 병과 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손영민 교수는 “병에 대해 알고 나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만성질환과 다를 게 없다”면서 “뇌전증을 바로 보면 편견도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 뇌전증이란 어떤 질환입니까.

“대뇌피질로부터의 비정상적인 전기신호가 발생되면 갑작스러운 비정상적인 운동, 감각 및 인지 행동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뇌전증은 이러한 발작 등이 지속적으로 재발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 원인이 다양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생아나 아동은 선천성이나 유전적인 영향을, 20~30세에서는 외상·감염 및 염증성 질환 등과 같은 구조적인 변화에 의해 주로 발생합니다. 60세 이후엔 뇌졸중이나 뇌출혈 같은 뇌혈관 질환과 뇌종양 등이 주된 원인들입니다. 하지만 원인을 알기 어려운 특발성 환자들이 전체 환자의 60~70% 정도를 차지합니다.”

- 뇌전증 증상은 어떻게 나타납니까.

“크게 전신발작과 부분발작으로 구분합니다. 발작이 뇌의 특정 부분에서 시작하거나 전조 증상이 선행할 때 이것을 부분발작이라고 부르고, 전조 증상이 없이 뇌 전반적인 영역에서 처음부터 발작이 시작되면 이를 전신발작이라 칭합니다. 부분발작은 단순 부분발작과 복합 부분발작으로 분류합니다. 단순 부분발작은 의식의 혼탁 없이 평소와 다른 이상한 느낌이나 국소적인 경련이 있을 때를 말하는데, 예를 들면 손이나 발 등 신체의 일부분이 전기가 오르는 느낌이 있다가 수초간 살짝 떨리면서 끝납니다. 복합 부분발작은 갑자기 표정이 변하면서 멍해지고, 이유 없이 중얼중얼거리거나 입맛을 쩝쩝 다시기도 하고, 옷이나 물건을 만지작거리기도 합니다. 이렇게 이유 없이 반복되는 동작을 자동증(automatism)이라고 부르며, 환자들은 이것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전신성 경련발작(전신발작) 환자는 의식을 잃고 쓰러지며, 전신이 뻣뻣해지다가 팔과 다리를 씰룩씰룩거리면서 전신적인 경련을 합니다. 발작이 끝나면 한동안 혼수상태에 빠져있다가 대개 수분 이내에 의식을 회복합니다. 대개 발작 후에 두통이나 근육통을 느낍니다.”

- 발작 시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요.

“가능한 한 자극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또 다른 부상이 뒤따르지 않도록 주위의 위험한 물건을 치워야 합니다. 가능하면 환자 머리에 베개를 대어주거나 옷깃을 느슨하게 해줘야 합니다. 또 발작이 5분 이상 지속되거나 30분 이상 의식이 회복되지 않으면 가까운 병원을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 진단·치료법이 많이 발전했는데요.

“뇌전증의 진단은 언제 어떻게 일어나고, 눈이나 손은 어떤 모양이었으며, 얼마나 지속되었는지 그리고 환자는 반응을 했는지, 환자가 기억을 하는지 등 문진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증상에 따라 자기공명영상(MRI), 뇌파검사(EEG), 양전자방출단층촬영법(PET) 등을 시행합니다. 치료는 약물 요법과 수술 요법이 있습니다. 경련 발작의 형태에 따라 적절한 항경련제로 치료하면 70~80% 증상 조절이 가능합니다. 약물치료는 발작의 형태에 따라 약물을 한 가지로 시작해서, 발작이 없어질 때까지 서서히 약물의 용량을 증가시킵니다. 한 가지 약물로 효과가 없을 경우 다른 약을 추가하기도 합니다. 두 가지 이상 약물을 사용해도 월 1회 이상 경련이 발생하면, 뇌전증 병소 부위를 수술로 제거하거나 미주신경자극술, 뇌심부자극술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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