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겨울철 저승사자’ 일산화탄소 중독, 꼭 필요한 고압산소치료 시설은 부족

김현 | 응급의학과 교수·연세대 원주세브란스 기독병원 고압산소치료센터장

일산화탄소 중독

산소치료 하면 의식 회복되지만, 3일~3개월 뒤 뇌합병증 발생도

치료 후에도 검진·추적검사 필요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발생하면 빨리 병원에서 고압산소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준헌 기자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발생하면 빨리 병원에서 고압산소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준헌 기자

최근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일산화탄소 가스는 탄소가 포함된 물질이 불완전 연소되면서 발생하며, 무색무취하다. 안전의식을 더 높여야 할 때이다.

[안녕하세요 응급실입니다](20)‘겨울철 저승사자’ 일산화탄소 중독, 꼭 필요한 고압산소치료 시설은 부족

국내는 겨울철에 난방이 필요한데, 1960년대 이후에 정부에서 산림 보호를 목적으로 벌목을 규제하면서 도시화와 함께 연탄수요가 증가돼 연탄가스로 인한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가 많았었다. 2000년대까지는 환자가 감소했으나 이후 자살 시도의 증가, 캠핑시설에서의 중독, 화재사고가 증가하면서 다시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일산화탄소를 흡입하면 산소를 전달하는 헤모글로빈에 산소 대신 일산화탄소가 결합해 산소가 각 조직으로 공급이 되지 않아서 저산소증과 조직의 염증 반응이 모든 장기에 발생하게 된다.

국내에서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를 치료하는 데 3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초기에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는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서 의식이 저하돼 있는 경우가 많고 산소치료를 하면 의식이 회복된다. 의식이 회복되면 환자가 좋아졌다고 판단할 수가 있는데, 보고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의식이 좋아졌던 환자가 3일에서 3개월 후에 지연성 뇌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잘 치료받았던 환자가 의식소실, 요실금, 인격장애 등 다양한 뇌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환자, 보호자, 의료진이 알아야 한다.

둘째, 일산화탄소 중독 이후에 지연성 뇌합병증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고압산소치료를 하는 것인데, 국내에 고압산소치료 시설이 부족해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고압산소치료센터가 있는 병원으로 환자가 이송돼야 한다. 또한 고압산소치료센터가 있어도 중증 일산화탄소 환자는 다인용 고압산소치료시설이 있는 병원으로 이송을 해야 하는데, 국내에 다인용 고압산소치료실을 운영하는 민간병원이 4곳밖에 되지 않고, 해안에 위치한 병원은 대부분 잠수병 환자를 치료한다. 참고로 미국은 500곳, 일본은 300곳, 국내는 20곳의 고압산소치료 병원이 있다.

셋째, 일차적인 치료 후에 좋아진 환자도 지속적인 검진과 외래에서 추적 검사가 필요한데, 퇴원 후에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실제로 합병증이 발생하는지 알 수가 없다. 국가응급환자진료정보망에 의하면 국내에서 1년에 3500여명의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가 발생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도 고압산소치료가 가능한 병원이 부족하여 골든타임 내에 치료가 진행되기에는 아직 어려운 점들이 많다.

심정지 환자와 동일하게 일산화탄소 중독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골든타임 내에 고압산소치료센터로 이송하여 치료하고, 합병증에 대한 교육과 지속적인 추적을 하는 것이 늘어만 가는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를 소생시킬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이다.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