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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비즈니스 레스토랑’ 가이드] (23) 모던눌랑 | 1930년대 상하이風…동파육·해물요리 일품

  • 류지민 기자
  • 입력 : 2018.12.24 09:08:45
  • 최종수정 : 2019.07.03 17:10:12
비즈니스 미팅에서 식당의 인테리어와 분위기는 음식만큼이나 중요하다. 상대방 취향에 꼭 맞춘 식당 선택은 만남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미팅 상대방이 여성이라면 ‘모던눌랑’이 괜찮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모던 차이니스 라운지’를 표방하는 모던눌랑은 독특한 콘셉트의 중식당이다. 중식당이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시끌벅적한 대중적인 분위기와는 전혀 딴판이다. ‘동양의 황금시대’라 불렸던 1930년대 상하이 거리를 모티프로 당시 현대적인 신여성이 즐겨 찾았을 것 같은 공간을 만들어냈다. 파인다이닝 프렌치 레스토랑이라 해도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세련되고 로맨틱한 인테리어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모던눌랑은 센트럴시티에 위치한 반포점과 여의도점 두 곳이 있다. 상하이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것은 같지만 세부적으로 소소한 차이가 있어 이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다.

반포점 내부에는 열차 모양 구조물을 설치해 1930년대 열차 플랫폼을 재현했다. 룸은 영화관 오데온, 댄스홀 백락문, 커피하우스 리틀맨, 문인들의 아지트 역할을 했던 서점 켈리&웰시 등 당시 상하이 주요 장소의 실제 지명에서 이름을 따왔다.

여의도점은 비즈니스 모임에 보다 적합하다. 다수 룸을 보유하고 있어 오붓하고 격식 있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어두운 조명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해 어른들의 놀이 공간을 표현했다.

모던눌랑의 독특한 콘셉트는 음식에도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자극적이지 않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모던눌랑 메뉴 개발에는 중화요리계의 4대 천왕 중 한 명인 여경래 셰프가 직접 참여했다. 비즈니스 모임에 특화된 여의도점은 합리적인 가격대의 다양한 코스가 강점으로 꼽힌다. 점심 코스는 3만~4만원, 하루 중 언제든 주문 가능한 올데이 코스는 5만5000~8만5000원짜리 메뉴가 준비된다. 시그니처 메뉴인 통후추 안심스테이크와 동파육을 모두 맛볼 수 있는 올데이B 코스가 가장 인기다.

코스의 시작부터 강렬하다. 애피타이저 격인 ‘모던눌랑 케이지’는 빨간 새장 모양의 그릇에 새우춘권, 닭다리살구이, 게살냉채, 전복조림 등 4가지 요리를 담아낸다. 식당 이름을 붙일 정도로 자신 있게 선보인 메뉴답게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 곱게 다진 새우살이 가득 차 있는 새우춘권은 바삭바삭한 춘권피와 탱글탱글한 새우살의 식감이 압권. 전채요리로 다소 부담스럽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한입 베어 물자마자 씻은 듯 사라진다. 입안에서 팡팡 터지는 진한 새우향이 침샘을 무차별 폭격한다. 함께 나오는 스위트칠리소스, 겨자소스와의 궁합도 기가 막혀 색다른 느낌으로 즐길 수 있다.

닭다리살구이는 오리고기가 연상될 만큼 극강의 부드러움을 자랑한다. 퍽퍽함이라고는 1g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들부들한 닭다리살은 몇 번 씹지 않아도 입안에서 스르르 녹아버리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여기에 게살냉채를 올려 먹으면 만족감이 몇 배로 늘어난다. 부드러운 닭다리살이 아삭한 오이, 졸깃한 게살과 어우러져 색다른 조화를 이룬다. XO소스로 요리한 전복조림은 씹을수록 전복의 고소한 향이 배어나는 깊이가 느껴진다. 소스가 한껏 배어 있는 외관과는 달리 희한하게도 전혀 짜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애피타이저가 이렇게 푸짐해도 되나 싶은 생각을 하는 와중에 본격적인 코스가 시작된다. 수프 메뉴는 산라수프와 게살수프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산라수프는 연두부, 새우, 버섯, 돼지고기를 넣고 조리한 매콤새콤한 맛의 수프다. 특유의 산라향이 은은하게 후각을 자극하는데 산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강하지 않다. 요즘처럼 날이 추워질 때 한 그릇 후루룩 들이켜면 금세 몸이 따뜻해질 듯하다. 게살수프는 통통한 대게살과 부드러운 계란 흰자, 몸에 좋은 시금치로 맛을 냈다. 자극적이지 않은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첫 번째 메인 요리 ‘갈릭 페퍼 프라운’은 바삭하게 튀긴 탱탱한 새우를 마늘과 특제 후추소스에 살짝 버무려 낸다. 요리의 궁극은 단순함으로 통한다 했던가.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새우 한 마리가 어찌나 맛있는지. 특히 얇고 쫀득한 튀김옷은 탱탱한 새우살과 어우러져 씹을수록 고소함을 배가시킨다. 은은한 후추향이 느끼함을 싹 잡는 동시에 식욕을 돋운다.

이어지는 요리는 메인 중 메인이라 할 수 있는 통후추소스 안심스테이크. 프렌치의 스테이크와는 달리 한입에 쏙 들어갈 크기로 자른 안심을 통후추소스로 향을 입힌 뒤 뜨겁게 달군 웍으로 볶아낸다. 중식의 볶는 기술로 소스를 골고루 스며들게 하면서 안심의 부드러움을 극대화하는 것이 핵심. 통후추소스 안심스테이크를 먹으면서 세 번 놀라게 되는데, 안심의 부드러움에 한 번 놀라고 씹는 순간 터져 나오는 육즙에 두 번째로 놀라고 달달하면서 짭조름한 소스와의 기가 막힌 조화에 세 번째로 놀란다. ‘단짠단짠’은 역시 진리라는 깨달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요리다.

다음은 ‘동파육 with Buns’다. 이름에서 예상할 수 있듯 평범한 동파육이 아니다. 한 번 삶아 기름을 뺀 부드러운 오겹살로 만든 동파육과 함께 차이니스 번(중국식 흰 빵)이 나온다. 마치 햄버거처럼 이 번 속에 동파육을 넣고 취향에 따라 고수, 양파, 오이채를 넣어 먹으면 되는데 색다르게 즐기는 동파육의 맛이 기가 막히다. 자칫 느끼할 수 있는 동파육의 기름진 부분을 차이니스 번이 싹 잡아주면서 오겹살의 고소함이 극대화된다. 입에 넣자마자 녹아내릴 정도로 부드러운 식감은 기본. 마지막 메인 요리 ‘겨자소스 해물볶음’은 새우, 오징어, 장육, 해파리, 송화단 등 다양한 재료에 알싸한 겨자소스를 곁들여 먹는 요리다. 온갖 재료가 입안에서 어우러지면서 다양한 맛과 식감이 축제를 벌인다.

여기까지 먹으면 이미 배가 부르지만 중식 코스에서 식사를 거를 수 없는 법. 모던눌랑의 식사 메뉴 중에서는 ‘얼큰한 고기탕면’을 빼놓으면 아쉽다. 진하게 우려낸 사골육수로 얼큰하게 끓여내는데, 짬뽕의 해물육수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곁들여 나오는 스지수육과 함께 진한 고기육수를 크게 한 모금 들이켜면 진정한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국내 최대 바이주 보유 레스토랑

최고급 바이주 몽지람…환상의 마리아주 즐겨볼까

모던눌랑은 다양한 중국 바이주(白酒·백주)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무려 50~60가지 바이주를 구비한, 국내 최대 바이주 보유 식당으로 유명하다.

바이주는 호불호가 분명한 술이다. 짙은 향과 높은 도수 때문에 웬만큼 술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고개를 내젓기 마련이다. 흔히 백주라 하면 싼 가격 덕에 널리 유통됐던 이과두주나 독특한 향으로 기억에 남는 연태고량주 정도를 떠올리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바이주 종류는 와인만큼이나 다양하고 품질의 격차도 크다. 중국에서는 현지 사람들조차 평생 동안 다 맛보지 못한다고 할 정도로 수많은 종류의 바이주가 생산된다.

좋은 바이주는 마개를 따는 순간 방에 가득 찰 정도의 진한 향을 갖는다. 문 바깥에서도 술 향이 느껴진다고 할 정도다. 한 모금 들이켜는 순간 목이 타들어갈 것 같지만, 독하면서도 매끄럽게 넘어가며 순식간에 잠잠해지는 것이 잘 빚은 바이주의 매력이다. 숙성의 과정과 시간이 길수록 맛과 향은 진해진다.

모던눌랑에서는 최고급 바이주 시리즈 중 하나인 해지람-천지람-몽지람을 모두 판매한다. 해지람은 세상보다 넓은 바다, 천지람은 바다보다 넓은 하늘, 몽지람은 하늘보다 넓은 남자의 꿈이라는 뜻이다. 중식은 바이주와 함께 먹을 때 비로소 제대로 된 맛을 낸다는 말이 있다. 모던눌랑에서 바이주와 중식의 마리아주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 사진 : 최영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88·송년호 (2018.12.19~12.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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