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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풀이되는 프랜차이즈 상장 잔혹사…오너 갑질에 주저앉고 신사업에 실패하고

  • 노승욱 기자
  • 입력 : 2018.12.24 09:09:26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이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며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상장 흑역사’가 다시 주목받는다. 사진은 프랜차이즈 매장이 늘어선 서울 명동 거리.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이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며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상장 흑역사’가 다시 주목받는다. 사진은 프랜차이즈 매장이 늘어선 서울 명동 거리.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이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며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상장 흑역사’가 다시 주목받는다. 외식 프랜차이즈는 증시 직상장 사례가 전무한 데다 우회상장조차 심사를 통과 못 하는 경우가 적잖다. 전문가들은 프랜차이즈의 낮은 성장성과 영속성, 독점적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상장 잔혹사는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MP그룹은 지난 12월 10일 열린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상장폐지 대신 경영 개선기간 4개월을 부여받았다. MP그룹은 개선기간이 종료되는 내년 4월 10일 개선 계획 이행내역서와 그 이행 결과에 대한 전문가 확인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한국거래소는 이를 바탕으로 다시 코스닥시장위원회를 개최,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의결한다. MP그룹으로서는 일단 한숨 돌리게 됐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설령 상장폐지를 면한다 해도 주가 회복은 또 다른 숙제다.

한때 6000원을 넘었던 MP그룹 주가는 지난해 말 거래정지 전 1300원대로 5분의 1토막 났다. 치즈통행세 등 본사 갑질 이슈와 최근 피자 시장 업황 악화가 맞물린 결과다.

▶내수 시장 작은데 경쟁은 치열

프랜차이즈 영속기간 평균 5년

상장 사례 적어 기업가치 저평가

1인 가구 증가, HMR(가정간편식) 성장 등 외식 시장의 구조적 변화로 인해 피자업계는 가맹점 출점이 정체 또는 감소하는 추세다. 피자헛은 2015년 이후 가맹점이 매년 10개씩 줄고 있다. 도미노피자, 피자알볼로, 피자마루는 매년 10~20개씩 늘었지만 올해는 거의 그대로다. 특히 미스터피자 가맹점 감소폭이 크다. 2015년 392개에서 지난해 296개, 올해는 약 260개로 줄었다. MP그룹은 매년 100억원 가까운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이런 추세라면 1~2년 후 자본잠식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피자 업황·실적 악화를 극복하지 못하면 상장이 유지돼도 주가 회복은 요원하다.

증권가와 프랜차이즈 업계의 악연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쪼끼쪼끼’를 운영한 태창파로스와 할리스 등이 과거 상장했지만 횡령과 배임, 잦은 대주주 교체 등의 문제를 일으켜 결국 상장폐지됐다. bhc도 한때 상장을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카페베네와 커핀그루나루 역시 주간사까지 선정하고 IPO를 준비했으나 실적 악화로 상장을 포기했다. 스크린야구 업계 1위 리얼야구존도 지난해 10월 상장심사에서 고배를 마셨다. 본아이에프(본죽), 이디야, 교촌에프앤비(교촌치킨) 등은 잇따라 상장을 연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프랜차이즈 중 직상장에 성공한 사례는 BGF리테일, GS리테일 정도에 그친다. 디딤과 해마로푸드서비스도 스팩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우회상장했다. 편의점은 유통업일 뿐, 국내 프랜차이즈의 근간을 이루는 외식업에서는 유례가 없다”고 전했다.

한국거래소 측은 “프랜차이즈라고 해서 일반 기업과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그렇다면 프랜차이즈 기업은 왜 상장이 잘 안 될까. 업계에서는 다양한 분석이 제기된다.

첫째, 기업가치를 보여주는 ‘공모가격’이 대체로 낮게 형성된다. 기업이 상장하려면 주간사를 선정하고 기업가치에 대한 최고가와 최저가를 평가받은 뒤 그 중간에서 최종 공모가를 정한다. 문제는 기존 프랜차이즈 상장 사례가 드물다 보니 기업가치 평가에 참고할 만한 표준모델(reference)이 부족하다는 점.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대체로 보수적으로 기업가치를 평가, 공모가를 낮게 매기는 편이다. 프랜차이즈 상장 업무를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주간사를 선정하고도 상장 심사를 신청하지 않은 프랜차이즈 기업은 공모가가 기대에 못 미친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이런 이유로 직상장을 포기한 경우가 적잖다”고 귀띔했다.

둘째, 프랜차이즈 기업의 성장성과 영속성이 부족하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프랜차이즈의 평균 사업 영속기간은 5년 안팎에 그친다. 코스피 상장사가 평균 40년인 데 비하면 매우 ‘단명’하는 셈이다. 이마저도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 생애주기를 모두 더한 기간이다.

투자자가 이익을 얻을 만한 성장기는 1~2년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리얼야구존이 상장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리얼야구존의 한 전직 고위 관계자는 “스크린야구는 스크린골프보다 시장 규모가 작아 성장성을 낮게 평가받은 것이 주요인이었다”고 설명했다.

프랜차이즈 기업의 성장성이 낮은 또 다른 이유는 국내 자영업 시장의 포화다. 내수 시장 규모는 작은데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업계 1위 프랜차이즈 기업도 매출이 500억원도 안 돼 성장이 정체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때 프랜차이즈 기업의 선택지는 두 가지다. 제2 브랜드를 만들어 신사업에 진출하거나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것.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창업자는 첫 번째 성공에 도취돼 두 번째 브랜드에서도 이전 성공 모델을 그대로 답습하려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업종이 다르고 시대가 바뀌어 트렌드도 달라진 만큼 이전 성공 방정식이 통할 가능성은 낮다. BBQ도 해외 진출에만 1000억원 넘게 쏟아부었지만 결국 자금만 소진했다. 해외 사업에 50억원을 투자했다가 물리는 바람에 상장을 연기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셋째, 지배구조가 너무 독점적이다. 프랜차이즈는 대개 개인 자영업자가 대박을 터뜨려 가맹점이 급증하는 식으로 성립된다. 이 때문에 성공 신화의 주역인 창업자의 경영 지배력이 절대적이다. 성장기에는 창업자의 강력한 리더십이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면 이게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외부 투자 유치가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창업투자사 등 기관투자자는 대주주가 회사 지분의 과반을 가진 기업에는 투자를 꺼리는 편이다. 경영 전략이나 배당 등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또 오너가 아무런 견제를 받지 않으면 독단적 경영과 갑질로 회사가 망가질 우려가 적잖다. MP그룹, 호식이두마리치킨 등 국내 프랜차이즈 기업에서 오너 리스크가 잇따르는 이유”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프랜차이즈 기업의 상장 시도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임영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사무총장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프랜차이즈가 매우 안정적인 투자처로 주목받는다. 경영 투명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례로 대우조선해양 등 대기업은 아무리 증권가에서 긍정적인 보고서를 쏟아내고 대형 회계법인이 감사를 해도 일반 투자자가 구체적인 경영 상황에 대해 알기 어렵다. ‘깜깜이 투자’를 했다가 갑자기 터진 악재로 손실을 입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프랜차이즈는 가맹점이란 지표(indicator)가 있어 어느 브랜드가 성장성이 있는지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프랜차이즈 산업은 국내 공모 시장의 마지막 남은 ‘보고(寶庫)’다. 지금은 직상장이 여의치 않아 스팩(SPAC)을 통한 우회상장이 많지만, 이것도 자꾸 반복되면 표준모델이 만들어져 기업가치 평가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강병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창업컨설팅학과장(창업학 박사)은 “프랜차이즈 기업이 성숙기에 도달하면 지나친 오너 중심의 경영에서 벗어나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는 것을 검토해볼 만하다. 개인 자영업자가 가게를 운영하는 것과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필요한 역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독점적인 지배구조도 개선해 외부 투자를 적극 유치해야 한다. 삼성전자도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적정 수준의 견제가 있어야 기업 경영이 건강해진다”고 강조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88·송년호 (2018.12.19~12.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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