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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세계 28위 핀테크 기업 ‘토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 1000만 금융고객 ‘미친 만족감’에 반했죠

  • 박수호 기자
  • 입력 : 2018.12.24 10:51:54
누적 가입자 수 1000만명. 누적 송금액 26조원.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 28위.

2015년 2월 ‘공인인증서 없이 30초 내 간편송금 서비스’를 기치로 내건 국내 대표 핀테크 서비스 ‘토스’의 성과다. 매경이코노미 선정 2018 10대 히트상품에도 선정된 바 있는 토스를 만든 회사는 비바리퍼블리카. 최근 이 회사는 글로벌 투자사 ‘클라이너퍼킨스’와 ‘리빗캐피털’ 등으로부터 8000만달러(약 9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가 1조3000억원이 됐다.

창업자 이승건 대표(36)는 치과의사 출신으로 유독 금융 서비스만 후진적인 한국 특유의 상황을 개선하고 싶어 발을 내디뎠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4년, 이제 한국 금융지형에 새로운 길을 개척하게 됐다.

1982년생/ 서울대 치의학과 학사/ 다보트 대표/ 제1대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 비바리퍼블리카 대표(현)

1982년생/ 서울대 치의학과 학사/ 다보트 대표/ 제1대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 비바리퍼블리카 대표(현)



Q 핀테크 업체로는 이례적으로 가입자 1000만 위업을 달성했는데요. 1000만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A 쉽게 말해 국민 5명 중 1명이 사용하는 금융 서비스라고 보면 됩니다. 더불어 중요한 것은 토스의 주요 사용자가 이제 막 경제활동을 시작한 2030세대라는 점입니다. 토스 전체 사용자의 66%를 차지하고 있고요. 특히 20대 가입자 수는 대한민국 20대 전체 인구의 약 60%인 402만명에 달합니다. 이들은 토스를 통해 이전 세대와는 전혀 다른 금융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영업시간에 맞춰 지점에 방문해 계좌를 만들고 투자 서비스에 가입할 필요 없이 토스 앱 하나로 계좌 개설, 계좌·카드 사용 내역, 신용관리, 다양한 투자 서비스 등 일상에 필요한 모든 금융활동을 하고 있지요. 단순히 1000만 가입자라는 성과를 달성한 것보다도 기존의 금융 경험을 완전히 바꿔나가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사실 많은 핀테크 업체가 수익 모델이 뚜렷하지 않다는 맹점이 있습니다. 그나마 토스는 소비자 과금 없이도 매출액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습니까.

A 우선 최근 3년간 매출액을 보면 2016년 35억원, 2017년 205억원, 2018년 560억원(추정)으로 매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종전 금융사, 즉 파트너 회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개념인데요. 예를 들어 신한금융투자 CMA 상품은 2017년 7월 토스에 입점하고 현재까지 57만건이 개설됐습니다. 2018년 8월 기준 전체 증권사 신규 계좌의 약 30%가 토스를 통해 개설된 셈입니다. 이처럼 특정 금융사 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해당 지점에 가는 등 번거로운 절차가 필요했던 것들을 몇 분 안에 모바일에서 가능하게 바꿨더니 매출이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기존의 금융 수요를 모바일로 옮겨오면서 폭발적인 상품 판매가 되니 다른 금융사도 입점을 하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힌 거죠. 토스는 앞으로도 소비자에게 과금할 계획은 없어요. 소비자에게는 양질의 상품과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함으로써 더 많은 소비자가 토스를 찾게 하고 이를 통해 파트너사에 더 경쟁력 있는 플랫폼이 되고자 합니다.

Q 최근 대규모 투자 유치를 진행하면서 기업가치를 1조원 이상 인정받게 됐습니다. 참고로 하나금융지주 시가총액이 10조원인데 순익이 2조원입니다. 토스는 2018년 기준 흑자를 내고 있지 못한데도 어떻게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나요.

A 이번에 투자받은 클라이너퍼킨스는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의 투자사로도 유명하며, 리빗캐피털은 로빈후드(Robinhood), 코인베이스(Coinbase), 크레디트카르마(Credit Karma) 등 대표적 핀테크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곳입니다. 두 투자사 모두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들은 한국 핀테크 시장과 토스 모두 큰 잠재력이 있다고 확신했어요. 2016년 기준 국내 금융기관의 매출을 모두 더하면 약 444조원으로 금융시장의 규모가 매우 크지만, 아직 대부분의 금융활동이 오프라인(지점)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어 금융 서비스의 온라인, 모바일화의 가능성이 크다고 봤답니다. 또한 200명도 채 안 되는 인원이지만 불과 4년 사이에 급성장해 글로벌 핀테크 기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더군요.

Q 토스가 선보인 획기적인 기술들은 멀리서 찾은 것이 아니라 펌뱅킹 등 이미 있던 기술을 단순화, 편리화한 것이었더군요.

A 토스는 애초부터 법령과 기존의 사업구조를 검토해 가능한 것을 만드는 조직이 아니라 불가능하지만 소비자에게 가장 맞다고 생각되는 서비스를 만든다는 원칙을 정했습니다. 어떤 서비스든지 소비자에게 가장 최고의 사용 경험이 무엇인지를 먼저 정의하고 그것을 화면 단위로 그려냅니다. 이후 해당 사용 경험을 구현하는 데 문제가 되는 법령과 사업구조를 생각하면서, 사용 경험을 수정·보완하기보다는 법령과 사업구조를 해결하는 데 집중합니다. 결국 ‘고객에게 미친 만족감을 드리는 것’에 대한 집착이 간편송금 서비스와 같은 제품 사용 경험을 가능케 하는 셈입니다.

Q 국내 핀테크 산업이 규제 때문에 문제가 많다는 얘기도 많습니다. 이 대표가 생각하는 ‘새해에 이것만은 하루빨리 규제가 없어지거나 만들어졌으면’ 하는 것들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A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조속히 입법화됐으면 합니다. 개정안에는 본인의 필요에 따라 정보보유기관이 갖고 있는 본인의 정보를 이동할 수 있게 하는 ‘지시권’을 제도적으로 도입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개인정보의 수집과 이용, 제공에 대한 정보보호 관련 규제 수준을 완화한다기보다는 정보 이동의 흐름을 기관 중심이 아닌 개인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핵심입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금융시장은 기관 중심이 아닌 소비자 중심으로 개편되며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핀테크 기업들은 기존에 스크래핑(산재된 정보를 긁어모음)을 통해 정보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개정안 발효 후부터는 합법적으로 개인의 본인 정보를 활용해 다양한 금융정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당장 소비자들은 본인에게 가장 합리적인 대출상품을 선택하기 위해 발품 팔지 않고도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대출금리 비교부터 할 수 있지요. 새해에는 관련 법안이 꼭 통과되기를 바랍니다.

Q 새해부터는 GA(보험대리점)를 직접 설립해 보험시장 진출, 증권사 신설 등 주류 금융산업에도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종전 금융업체와 어떤 점을 차별화할 수 있을까요.

A 토스는 그동안 ‘내보험조회’ 서비스 등을 통해 보험의 보장 현황을 진단한 후 지나치거나 부족한 보장을 개선할 수 있도록 GA와 파트너십을 맺고 상담 기능을 제공해왔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보험 상담과 컨설팅으로는 토스보험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의 경험을 혁신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어요. 이 때문에 혁신적인 보험 컨설팅 경험과 합리적인 가격의 보험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자회사인 토스보험서비스를 설립하게 된 것입니다. 토스가 제공하는 상담 서비스는 고객 만족에 집중해, 누구나 부담 없이 다양한 보험상품을 탐색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거예요. 이를 위해 토스보험서비스는 설계사가 고객 만족에 최우선으로 집중할 수 있도록 보상체계를 설계했지요. 증권사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최적화된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입니다. 같은 이유에서 전체 인구 중 밀레니얼 세대의 비중이 높은 동남아 진출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현재 현지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어떤 회사로 기억되고 싶나요.

A 금융과 관련해 찾는 첫 번째 서비스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간편송금에서 보듯이 토스는 핀테크 불모지 한국에서 매번 새로운 길을 만든다고 자부합니다. 앞으로도 시장 개척자로서 핀테크 분야의 불확실성과 위험을 먼저 해결해 모든 산업 주체가 금융 혁신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금융 소비자에게는 ‘미친 만족감’을 드리는 데 집중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89·신년호 (2018.12.26~2019.01.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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