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신청 서비스 안내

[경제칼럼] 금융 포용성 확대 위해 핀테크 강화 방안 절실

  • 입력 : 2018.12.24 10:57:39
상품과 서비스의 자원 배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가격이다. 반면 금융에서는 가격과 함께 금융 서비스 수요자의 신용평가도 중요한 기능을 한다. 예를 들어 금융기관이 각 수요자에 대한 신용평가 없이 이자율만으로 대출해주면 문제가 생긴다. 신용도가 낮은 계층으로의 위험한 대출을 막기 위해 금리를 높이면서 지나친 고금리가 형성될 수 있다. 그렇다고 충분한 대출을 위해 금리를 대폭 떨어뜨리면 저신용·고위험 계층으로 위험한 대출이 무분별하게 확대된다.

따라서 대출받는 사람 신용을 평가하고 가산금리 등을 활용해 저신용·고위험 계층을 분리해야 한다. 신용도, 위험도를 고려한 대출금리, 금액 결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물론 모든 경제 주체의 정보를 파악하고 신용도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다면 모두들 적절한 금리로 충분히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금융기관이 그렇게 못 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신용에 문제가 없다고 간주돼야 할 사람도 대출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이런 문제를 ‘신용 할당(credit rationing)’이라 부른다. 금융의 중요한 한계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예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종의 부동산 대책처럼 사용되지만 본래 의미는 대출 신청자의 신용도, 위험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소득을 통해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제도다. 대출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데 소득이 중요하게 사용될 수는 있다. 하지만 DTI 산출에 사용되는 소득만이 실제 상환 능력에 기초해 적절한 대출 규모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역할에 제한이 있다.

결국 신용 할당은 금융기관이 개별 경제 주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일종의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출발한다. 최근 정보통신기술 발전을 비롯한 정보의 축적과 활용은 이런 정보 비대칭성과 그에 따른 신용 할당의 한계를 개선할 수 있도록 해준다. 즉, 정보처리와 집적(集積) 비용이 크게 낮아지면서 정보 비대칭성에 따른 신용 할당을 줄여 충분한 혜택을 못 보던 계층도 포용하는 기술적 환경이 조성됐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보처리·집적의 기술적 비용이 낮아졌다고 해서 곧바로 신용 할당 축소와 혜택 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 소득이 낮다는 이유로 고위험·저신용 계층으로 간주되던 이들에게 금융 혜택이 확대되도록 포용성을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기관이 기술과 금융을 결합해 ‘핀테크(Fintech)’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신용평가와 금융 서비스 제공 방식을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금융시장의 독점적인 구조를 해체시켜 보다 경쟁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리 기술 변화가 있어도 실제 시장 참여자를 변화시키려면 경쟁이 있어야 한다. 즉, 금융기관이 기존의 독점적인 금융구조에서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다면 굳이 새 수익원을 발굴하기 위해 정보 비대칭성 감소에 나서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경쟁은 기존 금융기관 간 경쟁이 될 수도 있고 새로운 금융 서비스 제공자의 추가 경쟁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어떤 방향이든 기술 변화를 활용해 정보 비대칭성을 줄여 경쟁 친화적인 금융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를 통해 시장을 확대하면서 포용적 금융을 지향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과거 금융 서비스에 노출되지 못하던 개발도상국의 잠재적인 금융 수요자도 이런 방식을 통해 포용적인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주목해야 한다. 핀테크를 통해 시장과 수익원을 확대하지 못한다면 신기술 변화는 기존 이용자를 위한 IT 시설투자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결국 금융 수요자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89·신년호 (2018.12.26~2019.01.01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