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신청 서비스 안내

[경영칼럼] 수요 맞춰 생산라인 조정 토요타 스마트공장 혁명

  • 입력 : 2018.12.24 10:58:46
토요타자동차의 혁신활동은 유명하다. 직종과 상관없이 전 세계 거의 모든 기업의 벤치마킹 대상이 된다. 혁신활동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토요타가 생산하는 방식’이라는 말의 머리글자인 TPS(Toyota Production System)는 그 단어 자체가 혁신의 방법론을 의미한다. 자동차뿐 아니라 혁신이 또 하나의 브랜드가 된 것이다.

2018년 11월 방문한 토요타 공장에서는 큰 변화가 진행 중이었다. 알파벳 U자형으로 생긴 조립 라인에 변화를 줬다. 생산량이 많을 때는 길게 잡아 늘이고 생산량이 적을 때는 짧게 밀어넣을 수 있도록 한, 유연한 라인을 구축했다. 마치 관악기 트롬본의 슬라이드처럼 생산량에 따라 라인을 늘였다 줄였다 한다.

말이 쉽지, 이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자동차 조립 공정에서 라인 길이가 바뀐다는 것은 조립 공정 편성이 바뀐다는 뜻이다. 부품이 공급되는 위치도 동시에 바뀐다. 라인 길이를 자유자재로 바꾸기 위해서는 부품 공급 위치를 자유자재로 조절해야 한다.

이런 유연한 부품 공급을 위해 무인운반차를 적극 활용했다. 일부 물류는 대차를 통해 사람이 공급한다. 하지만 컴퓨터로 제어하는 정밀한 물류 흐름과 연결되기 위해 대차의 정지 위치가 정밀하게 설정됐다.

무인차가 늘어나면서 충돌이나 간섭 등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다양한 안전 개선 방안이 시도된 점은 새로운 변화였다. 무인차가 움직이는 구간에는 경광등이 켜진다. 경광등이 켜져 있을 때는 해당 구간에서 누구라도 무인차를 정지시킬 수 있게 끈 스위치를 설치했다.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무인차와의 충돌을 누구라도 막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제조 분야에서 스마트공장 구축이 뒤처져서는 안 될 새로운 혁신의 방향인 듯 회자된다. 하지만 토요타 공장 그 어디에서도 4차 산업혁명이나 스마트공장을 외치는 슬로건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전통에서 미래로의 비약을 위해’라는 짧은 구호만이 강렬하게 붙어 있다.

CPU가 내장된 기계, 인공지능화된 로봇, 다양한 센서와 IT 기술의 발전도 ‘필요할 때, 필요한 것을, 필요한 만큼’ 생산한다는 토요타 혁신의 기본철학을 좀 더 철저히 구현할 수 있는 도구에 불과했다. 한 번 몰아치고 물러가는 큰 파도가 아니라, 서서히 밀려오는 밀물처럼 스마트공장을 향한 거대한 변화는 토요타 현장의 구석구석에서 한 걸음 한 걸음씩 진행되고 있었다.

혁신에 균정(均整·Balancing&Alignment)이라는 개념이 있다. 설계, 구매, 생산, 영업 등 각 단위 기능 수준이 고르게 높아져 있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정렬돼 있다는 의미다. 제품이 만들어지는 전 영역에서 경쟁사보다 조금씩 높은 차이점을 만들어내면 최종 제품, 최종 경쟁력 수준은 따라잡기 힘들 만큼 높아진다. 어느 한 부분을 따라 하거나 혹은 앞설 수 있어도, 조직 전체를 모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스마트공장은 기업가치와 철학을 전면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새롭고 경이로운 대책이 아니다. 오히려 기존의 바람직한 가치와 철학을 좀 더 빼어나게 구현할 수 있게 해주는 새로운 도구에 불과하다. 뒤처져서도 안 되지만 서둘러서 될 일도 아니다. 혁신의 본질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결코 달라지지 않는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구성원들이 좀 더 나은 새로운 방식을 추구하는 지속적인 노력만이 유일한 혁신의 출발점이다. 그 외의 모든 것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단순한 도구에 불과할 뿐이다.

[김기홍 가온파트너스 대표]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89·신년호 (2018.12.26~2019.01.01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