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신청 서비스 안내

[STOCK & BOND] 국제유가 급락 수혜주 찾아라…대한항공·아시아나 ‘고공비행’ 페인트株 ‘방긋’

  • 류지민 기자
  • 입력 : 2018.12.24 11:08:51
  • 최종수정 : 2018.12.24 16:43:25
국제유가가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한때 ‘100달러 탈환론’까지 나왔던 국제유가 하락세가 가파르다. 2018년 10월 3일 배럴당 76.41달러로 연중 최고치를 찍었던 WTI(서부텍사스유) 가격은 12월 18일 배럴당 46.24달러까지 떨어졌다. 그날 단 하루 만에 WTI와 브렌트유가 각각 전일 대비 7.3%, 5.6% 떨어지면서 충격을 줬다. 12월 20일 기준 국제유가는 2017년 하반기 수준까지 낮아진 상태다.

불과 1~2개월 전만 해도 이런 급락세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2016년 2월 역사적 저점(WTI 기준 26.21달러)을 찍은 국제유가는 꾸준히 상승해 배럴당 70달러 후반까지 치솟았다. 미국의 이란 제재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최소한 70~80달러 선을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불과 한 달여 만에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생산량을 대폭 늘렸고 저유가를 지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방위적으로 유가 하락 압력을 행사하면서 공급과잉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뒤늦게 감산 합의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하락세를 막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증시에서 유가 관련주 주가도 롤러코스터를 탔다. 대표적인 저유가 수혜주로 꼽히는 항공주와 페인트주는 국제유가 반전에 발맞춰 상승세로 방향을 바꿨다. 유가 하락이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정유주와 조선주는 직격탄을 맞고 주가가 일제히 하락세를 탔다. 당분간 저유가 흐름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관련 수혜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송재경 흥국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은 선 생산량 증대, 후 가격 결정권 확보 전략으로 에너지 패권 장악을 시도 중이다. 2019년 국제유가는 배럴당 50달러 선에서 하향 안정화가 예상된다. 유가 하락기에는 유틸리티, 에너지, 화학, 소재 업종의 강세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국제유가 한 달 반 만에 40% 급락

美 원유 생산 확대에 공급과잉 우려

항공·페인트·화학주 주가 상승세

항공주는 유가 급락세를 타고 날아올랐다. 2018년 상반기 기준 국내 항공사의 연료 유류비는 대한항공 1조5254억원, 아시아나항공 8360억원이다. 전체 비용 중 유류비 비중이 30%에 육박해 국제유가 하락은 영업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적 항공사 중 가장 많은 노선을 운영 중인 대한항공은 운항거리가 긴 만큼 유가 하락에 따른 수혜를 가장 크게 볼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항공의 연간 유류 소모량은 약 3300만배럴. 단순하게 따져보면 국제유가가 1달러 떨어질 때마다 약 3300만달러(약 372억원)씩 연간 이익이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유가 하락은 시차를 두고 2019년 실적부터 반영될 전망이다. 주가는 한발 앞서 움직였다. 국제유가가 고점을 찍고 하락하기 시작한 10월 3일 이후 대한항공 주가는 반대로 24.8% 상승(2018년 12월 20일 기준)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비용 부담과 경쟁 심화에 가려져왔던 여객 수요의 강세가 다시 부각되면서 유가 하락이 주가 반등을 앞당겼다. 유류비 부담이 줄어드는 반면 장거리 노선과 프리미엄 여객 수요에 집중하고 있어 저비용항공사(LCC)와의 경쟁 심화는 제한적이다. 항공기 도입이 정체되고 수익성은 향상됨에 따라 현금흐름 역시 다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류비 절감 효과가 예상되는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 역시 가파른 주가 상승세를 보인다. 11월 이후 주가가 각각 17.1%, 15.8% 급등했다.

국내 항공사 중 중국 노선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아시아나항공은 2019년 베이징 제2공항 개항과 맞물려 고수익 중국 노선 정상화와 화물 부문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2조2000억원에 달하는 차입금 상환으로 주가의 발목을 잡았던 유동성 리스크도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평가다. LCC 1위인 제주항공은 공격적인 신규 기체 도입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가 기대된다. 국내 항공사 가운데 가장 낮은 CASK(단위비용)를 바탕으로 수요 둔화에도 경쟁력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페인트주도 저유가 호재에 고공행진이다. 페인트 구성 요소는 수지, 안료, 용제, 첨가제 등 네 가지로 나뉘는데 대부분 유기화학물질이 활용돼 유가 움직임에 따라 원자재 가격이 연동된다. 2018년 4분기 들어 국제유가가 30% 넘게 하락하면서 원자재 가격 부담이 크게 줄었다. 페인트 가격 인상과 자동차를 제외한 전방 산업 물량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2019년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관련 수혜주로는 삼화페인트, KCC, 노루페인트 등이 꼽힌다. 11월 이후 세 종목의 주가는 각각 30.6%, 26.5%, 12.1% 올라 유가 하락의 영향을 반영했다. 삼화페인트는 신성장동력으로 볼 수 있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법인의 실적이 개선세를 보이고 있어 긍정적이다. KCC는 현재 40%에 불과한 중국 공장 가동률이 점차 상승하고 있어 증설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노루페인트는 건축용 도료의 시장점유율이 2018년 19%까지 확대됐다. 원가 관리 능력과 현금 유동성 관리 능력이 경쟁사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다.

박세라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선박, 건축, 공업 등 전방 산업의 회복으로 전반적인 도료 가격 상승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추세는 2019년까지 이어질 전망이어서 전반적인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유가와 제품 생산 비용이 연동되는 화학주도 수혜주다. 10월 초까지 석유화학 산업은 고유가,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수요 약세 그리고 공급 증가라는 삼중고에 시달렸다. 그러나 유가 급락과 무역분쟁 완화 움직임에 삼중고 중 두 개의 악재가 사라지거나 희석됐다. 이에 화학주 주가는 10월 저점 대비 반등하는 분위기다. 송원산업, 삼양패키징 등이 수혜주로 꼽힌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저유가 환경이 얼마나 유지될지가 관건”이라며 “범용 제품 위주의 대형 화학주보다는 경기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제품군을 보유한 중소 화학주가 원가 하락의 수혜를 온전히 누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89·신년호 (2018.12.26~2019.01.01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