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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 +] 루돌프 대신 허스키…산타마을을 달렸다

입력 : 
2018-12-24 04:01:05
수정 : 
2018-12-24 10:2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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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로바니에미에서 즐긴 허스키 썰매

영하 20~30도 새하얀 겨울왕국
방한복 중무장에도 핫팩은 필수

허스키 6마리 연신 `컹컹` `워우~`
브레이크 떼면 Go, 밟으면 Stop
30분 달렸더니 속눈썹까지 `꽁꽁`
사진설명
산타 마을 핀란드 북부 로바니에미. 크리스마스 전후인 연말 이곳은 북새통이다. 산타 마을 원조 격인 이곳에서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전 세계 여행족이 몰려들어서다. 이곳을 찾은 건 산타마을 인증샷 때문도 아니었고, 순록과 함께 그 귀한 오로라를 관측하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오직 한 가지 목적은 허스키 썰매. 가끔은 여행이란 게 그런 거다. 딱 하나에 꽂혀서 가기도 하는 거니까. 막상 현지에 도착하니 추위가 살벌하다. 현지인의 귀띔. "이곳 1월은 영하 20~30도를 연일 넘나드는 혹한의 연속"이란다. 아닌 게 아니라, 카메라를 꺼내들면 이내 렌즈 바깥 부위가 꽁꽁 얼어버린다.

여기서 잠깐. 로바니에미를 찾을 때 무조건 지참해야 할 필수품을 알아둬야 한다. 바로 핫팩이다. 몸에도 붙이고 신발에도 넣는 건 기본.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카메라와 휴대폰이다. 카메라를 비롯한 전자제품 배터리가 금세 방전되는 탓이다. 도착하자마자 시베리안 허스키 썰매를 체험하기 위해 라플란드 사파리라는 여행사를 찾았다. 로바니에미에는 이곳 말고도 다양한 여행사가 있다. 마음에 드는 곳을 찍으면 된다.

과정도 엄격하다. 마치 헬기투어를 앞둔 사전교육 분위기다. 제일 먼저 안전교육 비디오를 시청한 뒤 사인을 하고 대기한다. 수많은 여행자가 몰리는 곳인 만큼 무조건 순서에 따라야 한다. '미디어'라는 꼼수도 통하지 않는다. 안전교육이 끝나면 방한복을 착용해야 한다. 패딩과 점퍼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 그 위에 한 겹 더 껴입는다. 바깥 온도는 영하 20도. 여기에 썰매 질주까지 더해지면 체감온도는 영하 30~40도를 오르내린다.

방한복을 모두 착용하니 금세 몸이 매우 둔해진다. 뒤뚱뒤뚱 걸으며 전용 차량에 타면 끝. 차에 오르면 썰매 장소로 이동이다. 10분쯤 달리니 허스키팜이다. 차에서 내리면 절로 탄성이 나온다. 온통 하얀 세상. 글자 그대로 영화 속 '겨울왕국'이다. 지금부터는 철저히 인솔자를 따라야 한다. 깊은 숲으로 2~3분쯤 걸어가니, 컹컹,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컹컹, 쿵쾅쿵쾅, 심장도 따라 뛴다.

현장에 도착하면 바로 실전 교육. 허스키썰매에 오르기 전, 전문 요원으로부터 썰매 작동법에 대해 배우는 긴박한 시간이다. 썰매에 오르는 인원은 두 명. 2인 1조다. 한 명은 타고, 나머지 한 명은 운전을 맡는 식. 브레이크를 밟으면 멈추고, 떼면 달린다. 그리고 완전히 정차할 때는 두 발로 브레이크를 밟으면 된다. 회전도 비교적 쉽다. 좌회전할 때는 몸을 우측으로 틀고, 우회전 시에는 몸을 좌측으로 틀면 된다.

마지막 유념해야 할 것, 안전거리 유지. 썰매 간격은 30㎝다. 컹컹. 개들도 출발이 임박했음을 아는지, 요란스레 짓기 시작한다. 이내 귀가 먹먹해진다. 여우처럼 긴 울음을 이어가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얼른 뛰자며 컹컹 보채는 녀석도 보인다. 인솔자 말이 그제야 이해가 된다. '허스키들은 오랜 세월 설원을 달렸다. 본능적으로 늘 뛰고 싶어한다'는 것.

썰매에 가볍게 오르자 녀석들의 흥분지수가 최고조에 달한다. 컹컹, 당장이라도 달릴 듯 난리다. 썰매당 끄는 허스키 수는 모두 6마리. 인솔자의 수신호가 떨어지자 질주가 시작된다. 팽, 마치 차가 가속을 하듯 몸이 뒤로 쏠린다. 확 튀어나가는 썰매. 생각보다 빠르다. 썰매에 오른 여행자들이 차례로 허스키팜을 벗어나 설원으로 들어섰다.

탄력받은 녀석들, 야성을 내뿜기 시작한다. 섬?, 순간적으로 속도가 너무 빨라 브레이크를 살짝 밟았다. 야성에 끌린 녀석들, 제발 달리게 해달라며 뒤를 돌아보고 컹컹 짖는다.

끝없는 설원 질주. 30분쯤 달리다 보면 몸에 변화가 생긴다. 머리카락과 수염, 심지어 속눈썹까지 꽁꽁 얼어붙는다. 허스키들도 마찬가지다. 턱에 고드름이 달릴 정도.

40여 분을 쉼 없이 달렸을까. 브레이크 타임이다. 이때 운전자를 바꾼다. 모든 썰매가 일제히 멈춰 선다. 잠깐 멈춰 서자 또 칼날 바람이 옷 속을 파고든다. 원형을 그리며 한 바퀴 돌아 허스키팜으로 마침내 돌아왔다. 허스키들 표정은 출발 전에 비해 매우 평온해 보인다. 마치 일을 마치고 돌아온 직장인 같은 얼굴이다. 절대 두 번 말고, 인생에 '딱' 한 번만 경험해봄 직한 익사이팅 썰매 질주다.

▶개썰매 즐기는 Tip=로바니에미에서는 4월까지 겨울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숲속 오두막에서 즐기는 라플란드 전통 식사와 사우나, 늦은 밤 크루즈·하이킹·드라이빙에 나서는 '미드나이트 익스피리언스'를 비롯해 국립공원 하이킹, 낚시 등 즐길거리가 넘친다. 보통 호텔과 연계해 '호텔-산타마을 셔틀' 코스가 운영된다. 25~30유로 사이. 스노모빌을 타고 설원을 질주하는 스노모빌 렌트도 있다. 150~200유로. [핀란드 = 이수호 네이버 여행+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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