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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트래블] 바람의 궁전 `하와 마할`이 들려준 분홍빛 도시 이야기

입력 : 
2018-12-24 04:01:05
수정 : 
2018-12-24 10:2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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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자이푸르 36시간

벌집모양 건물엔 창문만 365개
왕가와 세상 연결한 소통의 창
왕궁체험 시티팰리스도 핫스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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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팰리스 꼭대기에 있는 관광객들. 포라스 차드하리 ⓒ 2018 THE NEW YORK TIMES
자동차와 오토릭샤 경적소리는 도로 위 소떼와 경쟁하듯 소음을 키운다. 소 분비물과 붐비는 사람들을 피해 지나가면 조금 전 본 것 같은 힌두 사원이 또 나타난다. 거리 곳곳이 살구빛으로 물든 이 번잡한 인도 도시에는 어떤 매력이 숨어 있을까. 인도 북서부 라자스탄주의 주도 자이푸르는 '핑크 시티'로 불린다. 붉은빛 사암으로 만들어진 건물 때문이기도 하지만, 1876년 영국 웨일스 왕자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도시 전체를 분홍색으로 칠한 뒤 이런 별칭이 붙었다고 한다.

방문 첫날인 금요일 오후. 비를라 사원에서 힌두교를 대하는 인도인들 신심(信心)을 엿볼 수 있다. 흰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돔 형태 사원에는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창문과 넓은 본당이 있다. 여기서 우버를 타고 20분 정도 가면 고빈 데브 지 사원이 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크리슈나 화신을 모시는 종교 의식을 보려면 늦어도 저녁 5시 반까지는 가야 한다.

저녁엔 '1135AD'라는 레스토랑에 가서 왕족처럼 식사를 즐겨보자. 힌두와 무굴 건축 양식이 혼합된 암베르성 꼭대기에 있는 이 레스토랑은 촛불이 켜진 테이블과 장미꽃으로 손님을 맞는다. 은색 접시에 나오는 탈리를 선택하면 붉은 소스를 곁들인 염소요리부터 검정 렌틸콩, 시금치와 옥수수 퓨레까지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위층 다이닝룸은 샹들리에, 은제 의자, 거울 조각으로 장식된 천장이 근사해 영화 제작자들에게 인기 있는 촬영 장소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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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궁전으로 알려진 하와 마할은 5층 높이 석조건물로 365개 창문이 있다.
토요일 조식은 자이푸르 랜드마크 호텔인 락스미 미스탄 반다에서. 보라색과 청록색 벽지에 추상적 장식들이 걸려 있는 1980년대 스타일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갈색 재킷을 입은 종업원이 바드비 바지, 푸리 알루 마타르 등과 같은 요리를 설명한다. 앨버트홀 박물관을 방문하면 자이푸르가 왕국의 수도가 되기 전, 그러니까 라자스탄 씨족전쟁 당시 역사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다. 바람의 궁전으로 알려진 '하와 마할'을 찾으면 자이푸르가 왜 '핑크 시티'로 불리는지 단박에 알 수 있다. 벌집 모양 석조로 이뤄진 5층 건물은 독특한 외관을 이루고 있다. 365개 작은 창문들은 당시 왕가 여인들에게는 금기시돼 있던 바깥 세상을 보는 통로 역할을 했다고 한다. 점심은 거리의 온갖 소음이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니로스라는 레스토랑을 추천한다. 노란색 식탁보, 거울 장식 벽면, 아치 창문처럼 보이는 아름다운 천장으로 손님을 편안하게 해준다. 1949년 개업해 이 지역에서 처음으로 중국 요리를 선보인 곳으로 유명하지만, 로컬 음식을 추천한다. '탄두리 그릴 믹스' 메뉴는 매콤한 염소고기 전병과 향신료가 곁들여져 독특한 맛을 낸다.

자이푸르는 세계적인 보석공예 중심지다. 오후 일정에 주얼 엠포리엄 공방 투어를 포함시킬 만하다. 세공사들이 보석 겉면을 다듬는 모습과 금붙이를 장식하는 현장을 볼 수 있다. 코너를 돌면 재클린 케네디와 보 데릭 같은 유명인들 사인이 있는 젬 팰리스 공방이 있다. 라자스탄젬이라는 작은 공방에 가면 청색 사파이어 반지를 주문 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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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디 쿨피 특별메뉴 우유 아이스크림.
자이푸르에는 유명 셰프가 많지 않지만, 다양한 메뉴가 흥미로운 메라아키 키친, 비라삿과 같은 레스토랑은 방문할 가치가 있다. 북인도식 요리를 즐기고 싶다면 ITC호텔 페슈와리가 괜찮다. 돌로 장식된 벽면과 버섯같이 생긴 의자로 꾸며진 이 레스토랑은 손으로 즐기는 음식을 제공한다. 인도 프라텔리 와인에서 생산한 소비뇽 블랑을 함께 곁들이면 더욱 좋다. 디저트는 빨간색 유니폼을 입은 점원이 손님을 맞는 아이스크림 가게 판디 쿨피를 찾아가 보자. 으깬 아몬드, 캐슈너트, 설탕, 계피를 곁들인 우유맛 아이스크림은 별미다. 일요일 오전에는 시티 팰리스를 방문하자. 입장 티켓을 사면 왕족 의상, 은식기 등을 볼 수 있는 박물관까지 둘러볼 수 있다. 왕궁 내 바라다리 레스토랑 브런치는 좋은 선택이다. 오후에는 암베르성으로 돌아와 한가로운 오후를 음미해보자. 에메랄드빛 호수를 감싸는 산비탈에서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오는 시간대다. 시시 마할에 들어서면 동화 같은 풍경에 빠진다. 사방이 기하학적 문양의 거울 모자이크로 장식돼 있어 관광객이 지나갈 때마다 만화경 같은 효과를 낸다.

패트릭 스콧 ⓒ 2018 THE NEW YORK TIMES
※ 뉴욕타임스 트래블 2018년 11월 29일자
[정리 = 배혜린 여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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