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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연말 N 성당여행] 꽉 쥐고 살았던 1년, 이곳은 나에게 내려놓으라 하네

입력 : 
2018-12-24 04:01:07
수정 : 
2018-12-24 10:2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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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마음 추스르는 성당 6곳

교인 아닌 여행족 붐비는 성당…위안도 얻고 추억도 만들고
`김태희 핫스폿` 눈길 끈 가회성당은 연말 결혼식 명소로 인기
1년 중 가장 사랑 넘치는 시즌이 돌아왔다.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월요일엔 월요병은커녕 설레기만 한다. 기왕이면 눈까지 내려줬으면 좋겠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만끽하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일만큼 낭만적인 것이 없으니 말이다. 특별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성당은 어떨까. 교인이 아니어도 괜찮다. 여행에도 TPO(시간·Time, 장소·Place, 상황·Occasion)가 있다. 지금 시즌 성당에 가는 건 생각했던 것보다, 평소보다 훨씬 가슴 벅찬 추억을 선사한다.

◆ 한국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 - 충남 아산 공세리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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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세리성당. 성탄절 분위기가 완연하다. [사진 제공 = 한국관광공사]
충남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성당은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꼽힌다. 특히 성당 주변으로 사계절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봄에는 붉은 철쭉으로 꽃띠를 두르고, 여름엔 수령 350년 느티나무에 녹음이 짙어진다. 가을엔 은행나무 잎이 비를 뿌리는 장관을 연출해 이목을 끈다. 뭐니 뭐니 해도 공세리성당의 진면목은 겨울이다. 소복이 눈이라도 내리면 이곳은 차라리 한 폭의 그림 같다. 평지에 있는 전동성당과 달리 공세리성당은 구릉지에 있다. 200~300m 떨어진 공세리 마을 입구부터 성당 모습이 보인다. 직접 마주한 성당은 소담했다. '가장 아름다운 성당'이라는 수식어 때문에 기대를 많이 했던 탓일까, 조급한 마음으로 구석구석을 살펴봤다. 뾰족한 첨탑과 잿빛 벽돌, 붉은 벽돌을 사용해 만든 건물 모양새는 전동성당과 비슷했다. 다만 벽돌 색이 조금 더 선명했고 고딕양식의 본당은 약 200명이 들어가면 빽빽할 정도 규모였다.

이맘때면 방문객이 늘어난다. 특히 성당을 찍겠다고 몰려드는 진사들이 많다. 공세리성당에 가거든 '십자가의 길'을 꼭 걸으시길. 여유로운 걸음으로 본당을 한 바퀴 둘러 걷는 일만으로도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든다. 충남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성당길 10.

◆ 대표 관광명소가 된 순교지 - 전북 전주 전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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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전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첫 번째로 찾는 곳은 전동성당이다. [사진 제공 = 한국관광공사]
전주는 1년 방문객이 1000만명을 넘는 국내 대표 관광도시가 됐다. 전라북도 한 도시가 관광지로 급부상한 데는 많은 이유가 있다.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에게도 고루 사랑받는 전주는 한국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콘텐츠로 가득하다. 용 비늘 같은 기와지붕이 끝도 없이 펼쳐지는 한옥마을, 상다리 휘어지도록 부족함 없이 차려내는 한식, 한지 등 다양한 분야 장인들의 전통 공방처럼 가장 한국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전주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를 꼽자면 10명 중 9명은 전동성당을 말한다.

곱게 한복을 차려 입은 관광객이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첫 번째로 찾는 곳이 바로 전동성당. 세월에 빛이 바랜 성당은 낮이고 밤이고 출신·민족·국적을 가리지 않고 몰려드는 관광객들을 품어준다. 새빨갛던 벽돌은 100년 넘는 세월이 흐르면서 톤다운이 됐다. 웅장한 구조물이지만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고 되레 따뜻함이 느껴진다.

전동성당은 인증샷 한방으로 설명할 곳이 아니다. 전동성당은 정조 15년(1791년) 신해박해로 처형된 윤지충·유항검의 순교를 기리기 위해 1914년 세운 성당으로 숭고한 정신이 깃든 곳이다. 한국 천주교회 최초의 순교지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깊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 태조로 51.

◆ 김대건 신부의 흔적을 따라서 - 전북 익산 나바위성당

조선시대 말기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신문물은 대부분 중국을 통한 것이었다. 종교도 마찬가지다. 중국에서 배를 타고 조선 땅을 찾는 선교사들은 서해안을 통해 한반도로 들었다. 충청도와 전라도 등지에 자리를 잡고 선교 활동을 펴면서 성당을 짓고 신도들을 챙겼다. 100년을 훌쩍 넘긴 성당과 수많은 순교자가 묻힌 지역이 서해안을 따라 위치하는 이유다.

전북 익산 나바위성당 역시 마찬가지다. 나바위성당은 특히 대한민국 최초 신부인 김대건 신부를 기리기 위한 곳으로 한국 천주교회에서 성지로 지정한 곳이다. 1845년 중국에서 사제품을 받은 김대건 신부는 그해 10월 황산 포구 나바위 기슭에 상륙했다. 나바위 성당은 앞서 소개한 성당들과는 모습이 다르다. 벽면은 빨간 벽돌로 만들어졌는데, 지붕엔 기와를 얹었다. 내부에는 스테인드글라스 대신 한지로 색을 표현한 유리화가 붙어 있다. 동서양을 조화롭게 녹여 건물을 설계한 사람은 V L 푸아넬 신부로, 전동성당 역시 그의 작품이다. 성당 뒤편엔 김대건 신부 순교 100주년에 세운 순교비와 망금정 등이 있다. 전북 익산시 망성면 나바위1길 146.

◆ 민족사 100년을 품다 -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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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주교회의 상징으로 꼽히는 명동성당. [사진 제공 = 한국관광공사]
서울에서 가장 번잡한 명동거리는 크리스마스를 즐기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다. 상점마다 불을 밝혀 밤에도 낮처럼 환하고 거리마다 넘쳐나는 사람들로 활기찬 분위기가 느껴진다. 크리스마스 명동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다면 명동대성당도 놓치지 말자. 명동대성당은 한국 천주교회의 상징으로 꼽힌다. 이곳은 종교적인 공간인 동시에 민족의 역사가 깃든 곳이다. 일제강점기엔 군수 물자로 쓰겠다며 종탑의 종을 빼앗길 뻔했고, 한국전쟁 때는 성당 전체가 폭격으로 날아갈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민족사 100년 성당'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명동대성당은 군부독재 시절 민주화 운동의 성지였다. 1976년 3·1 민주 구국선언이 발표됐고, 1987년엔 5·18 광주민주화운동 7주기 추모 미사가 거행됐다. 대한민국의 중심에서 모진 역사를 오롯이 지켜본 셈이다. 명동대성당에 가거든 성당 외벽에 손을 얹고 추모의 마음을 전해보자. 지하엔 김대건 신부를 비롯한 성인 6명과 순교자 4명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 서울시 중구 명동길 74.

◆ 한옥과 양옥의 조화 - 서울 종로 가회동성당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에 '결혼식'이 뜨는 성당이 있다.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위치한 서울대교구 소속 가회동성당이다. 관광객으로 들끓는 북촌한옥마을 한가운데 있는 가회동성당이 결혼식 명소가 된 것은 2017년 1월 배우 김태희와 가수 비가 성당에서 결혼식을 하면서부터다. 천주교인인 톱스타 부부는 특급호텔 웨딩홀 대신 소박하면서도 의미 있는 곳을 골랐다.

가회동성당에 직접 가보면 비와 김태희가 백년가약 장소로 왜 이곳을 골랐는지 십분 알겠다. 전통 한옥과 현대 양옥이 조화를 이루는 가회동성당은 '서울 우수 한옥'으로 인증까지 받은 곳이다. 북촌로 길가에 있어 찾기도 쉽다. 대지면적 1150㎡에 지하 3층~지상 3층 규모로 지어진 가회동성당은 본당 건물은 양옥으로, 들어가는 입구 건물은 한옥으로 돼 있다. 보도와 성당을 구분하는 담장에도 기와를 얹었다. 대청마루에 앉아 쉬어가기도 좋고 옥상에 올라 북촌한옥마을을 굽어보는 것도 색다르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 57.

■ 인증샷 명소 부산 죽성드림성당…진짜 성당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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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한국관광공사]
사진 한 장으로 전국적인 명소가 된 곳이 있다. 부산 기장의 죽성드림성당이다. 반전 주의. 이곳은 '성당' 모습을 하고 있고 '성당'이라 불리지만 진짜 '성당'은 아니다. 이곳의 진짜 정체는 드라마 세트장. 죽성드림성당은 2009년 SBS 드라마 '드림' 촬영을 위해 지어졌다. 정작 드라마는 히트하지 못하고 촬영지가 뜬 것이다. 드라마 세트장이기 때문에 성스러운 신부님도, 미사도 없다. 그 대신 비주얼은 보장한다. 성당은 해안도로 옆으로 삐쭉 튀어나온 갯바위 위에 그림처럼 얹혀 있다. 지중해 해안 어딘가에 존재할 것만 같은 죽성드림성당은 기장군이 드라마 촬영을 위해 3억원을 들여 지은 것이다. 드라마 방영 중엔 그다지 이목을 끌지 못하다가 드라마가 끝나고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2016년 건물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아 재건축 공사를 진행한 뒤 2017년 다시 개방됐다. 성당 안에는 드라마 주인공이었던 주진모 손담비 김범의 핸드프린팅을 비롯해 드라마 주요 장면을 전시해놓았다. 드라마보다 더 유명한 세트장이라, 아이러니하다. 파란 하늘과 바다를 오롯이 품은 성당을 배경으로 아무렇게나 찍어도 그림이 된다. 일출은 물론 일몰도 아름답고, 주경과 야경도 가리지 않는 전천후 사진 포인트다.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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