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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금융권 인사빅뱅-‘구관이 명관’?…은행, 증권사는 세대교체 바람

  • 박수호 기자
  • 입력 : 2018.12.24 10:29:51
  • 최종수정 : 2018.12.26 15:02:33
JB금융지주 회장에 김기홍 JB자산운용 대표가 선임됐다. KB금융지주는 임기 만료 CEO 9명 가운데 5명을 교체했다. 반면 NH농협금융지주는 이대훈 농협은행장 연임을 확정지었다. 연말 연초 금융권 인사에 촉각이 쏠리는 가운데 하나둘 새로운 얼굴이 속속 자리를 채우는 모양새다. 새해에도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대거 만료되다 보니 세대 교체냐, ‘구관이 명관’이냐를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최근 이대훈 농협은행장(사진 맨 오른쪽)이 연임에 성공한 가운데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거취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이대훈 농협은행장(사진 맨 오른쪽)이 연임에 성공한 가운데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거취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은행권 인사 핵심은 차기 행장

▷신한은행·하나은행장 연임 촉각

가장 관심이 쏠리는 건 대형 금융지주다.

일단 KB금융지주가 세대교체를 화두로 인사를 단행한데 이어 신한금융지주의 인사 쇄신 폭도 컸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을 포함한 7명의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전격 교체했다.

신한금융투자 사장에는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부사장, 신한생명 사장에는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에는 이창구 신한은행 부행장의 신규선임이 추천됐다.

또 신한캐피탈 사장에는 허영택 신한은행 부행장, 신한아이타스 사장에는 최병화 신한은행 부행장, 신한신용정보 사장에는 이기준 신한은행 부행장의 신규선임 추천이 이뤄졌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김영표 신한저축은행 사장, 유동욱 신한DS 사장, 김희송 신한대체투자운용 사장은 연임 추천됐다.

자회사 CEO 중 외부 영입된 신한생명 1959년생 정문국 사장 후보를 제외한 전원이 1960년 이후 출생자로, 그룹사 CEO 평균연령이 기존 60.3세에서 57세로 낮아졌다. 신한금융은 성과와 역량이 우수한 젊은 인재들이 대거 경영 전면에 배치됐다고 밝혔다.

신한금융지주는 계열사 CEO 인사에 대해 `2+1`, 즉 2년 임기는 보장, 추후 1년은 CEO 실적을 평가해서 연임 여부를 판가름해왔다. 통상 대과가 없으면 3년 보장을 해왔다. 게다가 최근 신한금융지주 계열사 실적이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고 첫 임기를 수행 중인 조용병 회장도 함께 시작한 계열사 경영진과의 호흡이 비교적 잘 맞았다는 입장이라 큰 폭의 인사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채용비리 혐의로 금융지주, 은행 경영진이 재판 중이고 과거 신한사태 당시 `남산 3억원` 제공 의혹 사건에 대한 재수사도 `현재 진행형`이란 점은 변수였다. 이와 직간접 연루된 CEO는 새해에도 각종 조사 등에 응해야 해 CEO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시각이 있었다. 이번 파격 인사의 배경이 여기에 있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세대교체가 당연히 필요했다"며 "앞으로도 끊임없이 세대교체를 통해 밑에 힘을 뽑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주 부사장들이 계열사 CEO로 이동한 데 대해서는 "그들이 다 멀티플레이어다. 앞으로 부문장 자리가 특히 중요한 자리로 부각될 것이다. 취임할 때도 말했듯이 은행원 DNA는 한계가 있다. 끊임없이 외부에서 데려다 써야 한다. 이번에 퇴임한 CEO는 회장 후보로 선량한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인사 과정에서 인사 발표 1시간 30분 전인 오후3시30분께 관련 CEO들이 결과를 전달 받았고 발표 전날까지도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위성호 행장이 임원 인사를 논의했다는 점에서 CEO 거취 관련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수 있다는 여론도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이번에 교체폭이 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초 인사에서는 임기 만료 CEO 7명 중 5명이 유임됐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3연임 첫해라 안정적인 운영을 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됐다. 새해에는 양상이 좀 다를 것으로 보인다.

새해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계열사 CEO는 12명 중 8명. 함영주 KEB하나은행장과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 윤규선 하나캐피탈 사장, 이창희 하나자산신탁 사장, 차문현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사장, 민응준 핀크 사장이 대상자다.

이 중 함 행장 거취에 초점이 맞춰진다. 함 행장은 채용비리 재판에 연루돼 있고 노조와는 옛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임금·직제 통합 여부를 두고 협의를 진행 중이다. 현안이 진행형이라는 점, 본인이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쪽이 있는가 하면 노조 반발 등 조직 장악 능력에서 리더십 발휘에 한계를 보였다는 지적이 비등해 어떤 결론이 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역 금융지주 중에서는 DGB금융지주의 인사가 관심사다. 최근 ‘자회사 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고 자회사 CEO 후보 선정에 나섰다. 대구은행장은 2018년 말까지 박명흠 대구은행장 대행 체제로 갔으나 이마저도 임기 만료 돼 차기 행장 선임에 나선 상황이다. 다만 대구은행 이사회가 지주 자추위와 이견이 있어 선임 과정에서 진통이 있을지 두고볼 일이다.

김기홍 회장 체제가 된 JB금융은 자회사 계열사 CEO인 임용택 전북은행장, 송종욱 광주은행장 등을 두고 임기 연장을 할지 새 인물을 선임할지를 조만간 결정하기로 했다. 전북은행장과 광주은행장 임기 만료는 새해 초다. IBK기업은행은 캐피탈·자산운용·저축은행·신용정보 등 4개 계열사 대표 임기가 새해 2~3월 만료되는 만큼 소폭 인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도진 기업은행장 취임 3년 차인 만큼 그동안의 성과를 마무리 짓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를 하는 차원에서 소폭 새로운 CEO 인사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12년 장수 CEO였던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대표(사진 맨 왼쪽)가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가운데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대표(가운데)의 연임 여부가 주목을 받는 분위기다.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 후임 선임 절차도 진행 중이다.

증권업계에서는 12년 장수 CEO였던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대표(사진 맨 왼쪽)가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가운데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대표(가운데)의 연임 여부가 주목을 받는 분위기다.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 후임 선임 절차도 진행 중이다.

▶증권사는 세대 교체 바람

▷12년 장수 CEO 유상호 대표 물러나

2018년 말 임기가 마지막인 CEO 중 가장 변화가 많은 곳은 증권사다. 증권가에서 유임된 인사는 미래에셋대우의 최현만 수석부회장과 조웅기 부회장 정도다.

일단 장수 CEO 명단에 항상 이름이 올랐던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대표가 부회장으로 내정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사례가 상징적이다. 유 신임 부회장은 12년간 한국투자증권 CEO로 일해왔다. 후임은 정일문 부사장이 내정됐다.

KB증권도 2012년 현대증권 시절부터 6년간 CEO를 해왔던 윤경은 대표가 사의를 표명하며 세대 교체를 앞당겼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5년간 회사를 이끈 홍원식 대표가 물러났다. 후임은 김원규 전 NH투자증권 대표가 선임됐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최희문 부회장 겸 대표가 유임된 가운데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전문가 김기형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게 됐다.

관전 포인트는 금융지주 계열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CEO 거취 외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대표의 유임 여부다. 권 대표는 대표 취임 후 순익을 꾸준히 올려왔고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순이익만 놓고 보면 6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1% 올려 일단 실적 면에서는 합격점을 받았다. 이런 배경 때문에 한화그룹이나 사내에서는 권 대표 연임에 무게가 좀더 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기관장도 속속 임기 만료

▷신용정보원장·저축은행중앙회장 누가?

금융유관기관도 CEO 선임이 한창이다.

신용정보원과 저축은행중앙회는 새해 새로운 수장을 뽑아야 한다. 신용정보원은 이미 원장 임기가 끝났음에도 후보추천위 구성이 지연돼 다른 저의(?)가 있는지, 정부 내 인사 간 이견이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등등을 놓고 각종 소문이 무성하다. 저축은행중앙회는 2018년 말 이순우 회장 임기 만료에 따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꾸리기로 했지만 이 회장 임기 만료 전에 새 회장 선임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범금융권의 CEO, 협회장 인사에서 ‘임기 만료 전 차기 CEO 선임’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이유가 뭘까. 정부에서 확실한 메시지(?)가 안 내려와서 그렇다는 설명이다.

화재보험협회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8년 11월 화재보험협회는 지대섭 이사장 후임으로 차기 이사장을 선정하기 위해 공개모집을 했다. 공모에 참여한 후보 면면이 업계 전문가고 민간 출신이 다수였지만 결국 모두 탈락했다.

새해 상반기 기준 한기정 보험연구원장, 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 강길만 보험대리점협회장 임기도 만료되는데 전례를 비춰볼 때 이런 사태가 없으리란 보장이 없다.

한 금융권 인사는 “아무래도 이런 자리가 연봉 수준이 괜찮고 안정적으로 임기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선 캠프 논공행상에 관련한 인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도 돈다. 더불어 민간 출신 협회장들이 정작 정부와 대립하는 사안에서 원활한 소통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어 일부 협회를 중심으로는 다시 정관계 출신 인사가 내려올 가능성도 있다는 예상이 있다. 역대 정권에서 지적된 ‘낙하산 논란’이 이번 인사에서도 재연될 소지가 크다”고 귀띔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89·신년호 (2018.12.26~2019.01.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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