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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LOUNGE] 2019 주역, 황금돼지띠 CEO | 함영준(오뚜기 회장)·손태승(우리금융 회장 내정자)·지영조(현대차 사장)…‘사업 대박’ 노린다

  • 명순영 기자
  • 입력 : 2018.12.24 10:47:57
  • 최종수정 : 2018.12.24 10:48:09
함영준, 손태승, 지영조, 최석윤, 김종현….

기해년(己亥年) ‘황금돼지의 해’를 맞아 새해 환갑을 맞는 1959년생 돼지띠 최고경영자(CEO) 활약이 주목된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오뚜기는 ‘갓뚜기’라는 애칭이 붙었을 만큼 착한 기업 대명사로 통한다. 세금 납부에 철저하고 정규직 직원만 채용하는 등 올바른 경영에 앞장서 왔기 때문이다.

함 회장 부친인 故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강조해왔다. 함 회장 역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는 법 없이 조용히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타입이다. 그는 한 언론사 조사에서 대학생 호감도 1위 총수에 오르기도 했다.

함 회장은 2010년 대표 취임 이후 꼭 2번 언론 카메라 앞에 섰다. 2017년 7월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주요 기업인 호프미팅 자리가 첫 번째. 그는 상생협력과 일자리 창출 모범기업인으로 꼽혀 14대 그룹 외 유일하게 중견기업 CEO로 참석했다. 여기에 지난 10월 국가생산성대회에서 금탑산업훈장 수상을 위한 자리가 함 회장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전부다.

은둔의 CEO라지만 성과는 탁월하다. 함 회장이 오뚜기 지휘봉을 잡은 시기는 미국발(發)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2010년. 오뚜기도 2009년부터 2년 연속 영업이익과 이익률이 하락하는 고초를 겪었다. 함 회장은 연구개발(R&D)과 신규 투자, 신제품 출시에 집중하며 위기를 기회로 돌렸다. 1979년 매출 100억원에 불과했던 오뚜기는 2016년과 2017년 2년 연속 매출 2조원대 덩치로 커졌다.

2018년에도 성과가 뚜렷했다. 1988년 첫선을 보여 30주년을 맞은 진라면은 누적 판매량 50억개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후발주자로 뛰어든 즉석밥 시장에서는 농심을 제치고 CJ제일제당을 바짝 뒤쫓는 확고한 2위로 올라섰다. 쇠고기미역국라면은 출시 2개월 만에 1000만개를 판매하는 ‘메가 히트상품’으로 부상했다. 함 회장은 선친의 ‘식품보국’ 뜻을 이어받아 2019년에도 종합식품회사로서의 입지를 다질 계획이다.

금융권에서 가장 눈에 띄는 1959년생 황금돼지띠 CEO는 손태승 우리은행장이다. 성균관대 법대 학사와 서울대 법대 석사 과정을 마친 그는 2017년 12월부터 우리은행 수장직을 맡아왔다. 1년간 우리은행을 안정적으로 이끈 손 행장에게 2019년은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할 중요한 해다. 당장 금융지주로 전환을 앞두고 있어 손 행장은 우리은행장인 동시에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올라선다. 우리금융지주 초대 회장 임무를 수행하는 만큼 그의 경영 전략에 따라 지주사의 성공적인 안착이 결정된다.

금융권에서 ‘젊은 돼지띠’ CEO의 활약도 점쳐진다. 1971년생인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 주인공이다. 이용우 대표와 함께 카카오뱅크 공동대표직을 맡은 그는 허인 KB국민은행장(1961년생)·위성호 신한은행장(1958년생)·함영주 KEB하나은행장(1956년생) 등 대부분 1950~1960년대생으로 구성된 제1금융권 CEO 중 유일한 1970년대생이다. 카카오뱅크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혁신적인 이미지에 부합한다는 평가다.

윤 대표에게 2019년은 의미가 크다. 2019년이 카카오뱅크 흑자전환의 갈림길이 될 수 있어서다. 카카오뱅크는 2018년 3분기 159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7년 같은 기간(-669억원)과 비교하면 500억원가량 재무구조를 개선했다. 이 같은 추세를 유지한다면 2019년 흑자가 충분히 가능하다.

2018년 11월 최석윤 메리츠화재 기업보험총괄 사장 선임은 깜짝 인사로 꼽힌다. 보험업 경력이 전무한 그가 기업보험을 총괄하는 자리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1959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온 그는 1982년 JP모건에서 금융업을 시작했다. IBM영업본부를 거쳐 1987년부터 대우증권 본사 국제영업부와 도쿄·런던지점을 거친 투자금융 전문가다.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골드만삭스 한국 공동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보험 문외한인 그가 메리츠화재 특유의 파괴적 혁신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사다.

메리츠화재 측은 IB와 기업보험은 모두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닮았다고 강조한다. 최 사장이 기업공개·상장(IPO)과 인수합병(M&A)을 주도해온 만큼 기업 내 리스크를 관리하는 기업보험에서 성과를 낼 것이라 기대한다.

주요 그룹에도 돼지띠 사장이 다수 포진했다.

눈에 띄는 인물은 최근 승진한 지영조 현대차 전략기술본부 사장이다. 지 사장은 1959년생으로 브라운대에서 기계공학 학·석사, 응용수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액센츄어, 맥킨지, AT&T벨연구소 등 글로벌 기업을 거쳐 삼성전자 기획팀장 부사장을 역임했다. 2017년 1월 현대차 전략기술본부장으로 영입된 이후 1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차그룹은 “스마트시티, 모빌리티, 로봇, 인공지능(AI) 등 핵심 부문 속도를 내기 위한 인사”라고 승진 배경을 설명했다. 전략기술본부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직속으로 그룹 내 신성장동력 사업을 주도하는 핵심 부서로 꼽힌다.

SK그룹은 2018년 7월 온라인·모바일 서비스 계열사 SK플래닛에서 오픈마켓 11번가를 분리해 신설법인으로 출범시켰다. 이와 함께 11번가를 이끌 새 대표로 1971년생 돼지띠 이상호 SK텔레콤 서비스플랫폼사업부장을 앉혔다.

이상호 대표는 국내 최고 인공지능 전문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동국대에서 전자계산학을 전공했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AIST)에서 자연어처리(일상 음성언어를 분석해 컴퓨터 명령으로 변환하는 기술)와 음성처리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0년 LG전자기술원 선임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NHN 검색품질연구소장, 다음커뮤니케이션 검색그룹장, 카카오 추천팀장을 역임했다. SK그룹에는 2016년 SK플래닛 기술총괄(CTO)로 합류했다. 이 대표가 주도한 핵심 서비스가 인공지능 플랫폼 ‘누구(NUGU)’다. 이 대표는 ‘누구’를 통해 각 계열사의 다양한 서비스와 인공지능을 연결하는 미래형 사업에 주력할 예정이다.

지난 9월 ‘기내식 대란’ 사태 이후 구원투수로 등장한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도 돼지띠다. 성균관대 회계학과를 나온 그는 아시아나항공 관리본부장·전략기획본부장(전무), 경영관리본부장(부사장), 아시아나IDT 대표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부임 이후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하며 재도약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튼튼한 재무구조, 소통, 변화와 혁신이라는 3가지 과제를 차근차근 실천하는 중이다.

LG그룹의 김종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도 1959년생이다. 성균관대 경제학 학사, 캐나다 맥길대 MBA를 마친 그는 1984년 입사 이후 소형전지사업부장, 자동차전지사업부장 등 전지 부문 주요 보직을 맡아왔다. 소형전지사업 성장과 글로벌 자동차 회사 전지 수주에 따른 공로로 최근 인사에서 승진했다.

GS그룹 임원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김기태 GS칼텍스 지속경영실장은 1959년생 전북 군산 출신으로 고려대 법학과를 나왔다. 1987년 호남정유(GS칼텍스 전신) 입사 이후 31년간 소매영업·인재개발·변화혁신·대외협력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 일러스트 : 강유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89·신년호 (2018.12.26~2019.01.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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