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읽고 함께 살다
장은수 지음
느티나무책방 | 272쪽 | 1만5000원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지 않고, 어딘가에 소속돼 있지 않다면 행복하기 힘들다. 책은 삶의 기록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문학 책이든, 이론으로 가득 찬 과학 책이든 책에는 저자의 삶이 녹아 있기 마련이다. 독서는 다른 이들의 삶의 흔적을 공유하고 사유하는 행위다. 혼자 하는 독서도 좋지만, 같이 읽고 이야기하는 공동체 독서야말로 사회적 동물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최적의 행위’라 할 수 있다.
<같이 읽고 함께 살다>는 전국에 있는 대표적인 독서공동체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담은 책이다. 대형 출판사 대표를 역임한 저자는 2015년 제주부터 서울까지 24곳을 직접 찾아 독서공동체가 어떻게 시작됐고, 어떤 형태로 진행하며, 활동이 각자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등을 묻는다.
시작은 대체로 우연이거나 소박했다. ‘우리 독서 모임을 한 번 해볼까’라는 식으로 던진 한마디가 많은 공동체의 시작점이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소박하지만은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마치 떨어진 형제를 만나는 것 같은 기쁨의 연속”이었고, 누군가는 “억눌렸던 나를 찾아 내면의 지층을 파고드는 일”이라고 했다.
또 모임에 나오기 전 세상을 돈으로만 보던 이에게는 다른 이의 삶도 돌아보게 만들었고, 아이를 낳은 뒤 아이만 바라보던 주부는 “아이가 갑자기 달라 보였다”며 “사실 아이는 바뀐 게 없죠, 제가 바뀐 것”이라고 했다. 책을 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햄버거 같은 일상적 수다”와는 다른 “잘 차려진 정찬”이라고 했다. 혼자서도 많은 책을 읽었던 이는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음이 많이 온화해졌다”고 했다.
저자의 유려한 문장은 이 책을 단순한 독서공동체 기록 이상의 의미로 다가오게 한다. 각장에는 공동체마다 흥미로운 테마로 추천한 책 목록도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