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의 역사
백승종 지음
사우 | 272쪽 | 1만6000원
올해만큼 ‘재벌 승계’ 이슈가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린 해도 드물다. 지난 13일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한 배경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0)의 경영권 승계 목적이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 삼성바이오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LG는 지난 5월 구본무 회장이 타계하면서 구광모 회장(40)이 그 뒤를 이었다.
상속을 위해 불법을 저지르거나, 아들이 없으면 양자를 들여서까지 물려주는 재벌의 전근대적이고 기형적인 상속 행태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상속의 역사는 곧 인류의 역사다. 사회경제적 여건이 변하면 상속제도도 바뀌었다. 누군가는 권력을 얻거나 부자가 되고, 누군가는 신분이 추락하거나 가난으로 내몰렸다. 상속을 둘러싼 갈등으로 가족 간 혈투가 벌어지는가 하면 국가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상속 문화가 성차별을 공고히 하는 데 큰 몫을 한 건 말할 것도 없다.
서양의 부모들은 나이가 들면 상속과 부양에 관한 은퇴계약서를 자식과 함께 작성했다. 은퇴계약서 관행은 화폐경제가 자리 잡고 연금제도가 보편화하면서 20세기 초 사라졌다. 반면 효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있던 한국 등 동아시아에서는 이러한 계약서를 작성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엔 국내에서도 부모와 자식 간에 ‘효도 계약서’를 쓴다는 보도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핵심인 ‘상속’. 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학 대우교수가 상속에 초점을 맞춰 동서고금의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를 폭넓게 다루는 책을 냈다. 백 교수는 “상속제도를 프리즘 삼아 인간사회의 사회·경제·문화적 측면을 더 깊이 탐구하고자 했다”며 발간 취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