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색안경 없이…‘평양 공원’서 북한 속살을 보다

홍진수 기자

풍류의 류경, 공원의 평양

이선 지음

효형출판 | 240쪽 | 1만7000원

[책과 삶]색안경 없이…‘평양 공원’서 북한 속살을 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두 가지 생각이 거의 동시에 들었다. ‘나는 북한에 대해 모르는 게 정말 많구나’, 그리고 ‘북한에 대해 알아보는 길도 참 가지가지구나’.

북한 중에서도 평양, 또 그중에서도 공원. 이 책의 저자인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조경학과 교수 이선은 ‘공원’이란 특정한 공간을 통해 북한을 탐구한다. 정치적인 ‘색안경’ 없이 북한 시민들의 일상을 제일 잘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 공원이기 때문이다. 이선은 “평양은 사회주의 국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도이기 이전에 우리와 같은 사람이 살아가는 도시이며, 구속과 통제가 많은 체제 속에서도 그곳의 공원은 평양 시민들이 쉬고 즐기는 유일한 숨구멍이자 오아시스 역할을 하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대동강 유원지의 모습. 효형출판 제공

대동강 유원지의 모습. 효형출판 제공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평양에는 크고 작은 공원과 유원지가 80여곳 있다. 서울과 비슷한 수준이다. 공원 수만 비슷한 것이 아니다. 평양과 서울에 있는 주요 공원들을 비교해보면 지리적 위치나 역사, 또는 그 기능과 구성면에서 서로 유사한 점이 많다고 한다. 이선은 평양의 옛 도심 한복판에 조성된 보통강유원지를 서울의 청계천과 비교하고, 대동강유원지는 한강변의 뚝섬유원지나 광나루유원지에 빗댄다. 또 대동강변 봉우리에 자리잡은 모란봉공원은 한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서울의 남산공원을 연상시킨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닮은 것은 서울과 평양의 사람이다. 북한 주민이 모란봉공원에서 돗자리를 깔고 앉아 피크닉을 하고, 개선청년공원과 릉라물놀이장에서 놀이기구를 타고 물놀이를 즐기는 모습은 남한 사람들과 하나 다를 바 없다.

물론 다른 점도 있다. 북한의 공원은 대부분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설물과 건축물 주변에 있다. 만수대 대기념비와 조선혁명박물관 옆에는 모란봉청년공원이 있고, 김일성광장 주변에는 대동강유원지가, 주체사상탑 근처에는 강안공원이 자리를 잡았다. 이선은 “공원과 유원지는 인민을 위한 공간으로 포장되지만,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 정치적 선전과 결속을 강화하는 공간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며 “결국 평양의 공원은 물리적으로는 도심의 중심에 위치해 있지만 그 성격과 역할은 주변 공간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이선은 이 책을 쓰기 위해 북한의 공원과 녹지에 관한 자료를 수년간 수집했다. 평양의 옛 모습이 담긴 일제강점기 사진엽서를 비롯해 ‘로동신문’ ‘조선건축’(건축잡지) 등 쉽게 접할 수 없는 희귀한 자료도 참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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