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무슨 책 읽으세요]‘공격적 민주주의’ 옹호한 미국 망명 독일인 5명…미국 우파적 방향 설정의 뿌리

김두식 법학자·경북대 교수

- 요즘 읽는 책은.

“우디 그린버그의 <바이마르의 세기>(회화나무)다.”

- 어떤 내용인가.

“신작 <법률가들>(창비)에 에른스트 프랭켈이 나온다. 미군정 출범과 함께 한국에 온 사람인데, 1949년 국회 프락치 사건 당시 재판을 직접 참관하거나 한국인 직원들을 시켜 재판 과정 전체를 기록했다. 그가 사건을 기록한 덕분에, 비록 영어 기록으로나마 역사를 정리할 수 있었다. <바이마르의 세기>는 프랭켈을 포함해 미국으로 망명한 독일인 다섯 명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이들은 모두 바이마르 공화국에 철학적 근거를 두고 있었고, 냉전체제하에서 공산주의에 맞서서 민주주의, 그것도 공격적인 민주주의를 옹호했다. 어떤 면에서는 미국의 우파적 방향 설정에 기초를 놓은 사람들이다. 이 책이 한 달만 빨리 출간됐더라도 <법률가들>에 관련 내용을 넣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웠다. 책은 한국이 세계사 속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고, 미군정 관리들 중에는 우리 헌법의 기초를 놓는 데 기여한 이들이 있었다는 사실 등을 알려준다.”

- 평소 즐겨 읽는 책은.

“닥치는 대로 읽는 편이다. 원래도 문학 친화적인 사람이 아니지만, 김영란 전 대법관 같은 분과 비교하면 더더욱 문학은 너무 적게 읽는 것 같다. 논픽션, 역사서를 좋아한다.”

- 장서가 얼마나 되나.

“세어본 적은 없지만, 방 하나에 책장을 가득 채운 정도다. 사는 만큼 줄이려고 노력한다. 책을 팔거나 버리면서 느낀 것인데, 제일 먼저 처분하는 책은 유명한 국내 저자가 자기 마음의 상태에 관해 쓴 책이다. 이런 책은 중고서점도 매입하지 않는다. 반면에 끝까지 붙잡게 되는 책은 주로 정보나 사실을 담은 책들이다.”

- <법률가들> 집필에 쏟은 시간과 노력이 상당한 것으로 안다.

“크게 세 가지를 기대하며 썼다. 책에서 마무리짓지 못한 사람들, 예를 들면 월북한 사람들의 가족들이 연락주기를 바랐다. 또 법률가들이 이 책을 읽고서 ‘50년 후에 어떤 또라이가 나와서 내가 쓴 판결문, 공소장을 다 검토해 볼 수도 있겠다’는 두려운 마음을 가졌으면 했다. 마지막으로는 2쇄를 찍는 것. 그래야 오류를 고칠 수도 있으니까. 다행히 책을 읽었다는 가족들의 연락을 받았고, 한 현직 판사가 독후감에서 “두렵다”고 적었다. 초판을 4000부 찍었는데 반응도 괜찮다.”

- 다음 집필 계획은.

“(웃음) 아직은 아무 생각 없다.”

- 책 소개 팟캐스트(창비 라디오 책다방)도 오랫동안 진행했다.

“굉장히 재미있었다. 하지만 인터뷰 한 번 할 때마다 작가의 책을 최소 서너 권씩 읽는 일은 힘들었다. 책 읽는 즐거움을 잃어버렸다고 말했을 정도다.”

- 좋은 책이란.

“당장 많이 팔리지는 않더라도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책, 십년이 지나도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한국에는 그런 책이 너무 없다. 오프라인 서점에 가면 한 시간을 훑고 다녀도 고르기가 힘들다. 십년 후에도 읽힐 만한 책인지를 한 번 봐 줬으면 한다. 작가나 출판사들이 쉬운 책에 대해 노래를 부르다가 이런 상황이 됐다.”

책 김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