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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서치’와 합쳐진 ‘위기의 주부들’

입력 : 
2018-12-20 09: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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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와 ‘서치’ 이상으로 관객의 뒤통수를 친다는 역대급 스토리에, 로튼 토마토 지수 86%의 높은 신선도로 북미 박스오피스 역주행 1위를 기록한 ‘부탁 하나만 들어줘’. 영화는 간단한 부탁에서 시작된 간단하지 않은 사건을 그린 스타일리시 스릴러물이다. 원작이 지닌 블랙 코미디가 반전 사이에 ‘강한 양념’을 선사하는데 블레이크 라이블리와 안나 켄드릭의 만남 자체로 불꽃이 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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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과 시체, 불륜과 질투 그리고 돈. ‘실종’을 소재로 한 영화 ‘나를 찾아줘’와 ‘서치’에 ‘위기의 주부들’이 지닌 교외의 반전 스릴러가 버무려진 영화다. 패션 회사에서 셀러브리티들과 일하는 커리어우먼 에밀리(블레이크 라이블리)와 육아와 요리를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 유일한 취미인 순진한 전업주부 스테파니(안나 켄드릭)는 아이 모임에서 만나 친구가 된다. 그러나 얼마 뒤 ‘애를 좀 봐 달라’는 부탁을 마지막으로 에밀리가 사라지자, 스테파니는 에밀리 찾기 대작전에 나선다. 하지만 얼마 후 그녀의 시체가 발견되고, 이후 스테파니는 에밀리의 남편과 만남을 갖게 되지만 그들 앞에 에밀리가 살아 돌아온다. “안나 켄드릭, 블레이크 라이블리 두 여배우가 원투 펀치를 날리는 섹시한 스릴러”(‘시카고 트리뷴’) 등 각종 언론의 호평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다. 처음으로 악역을 선보이는 블레이크 라이블리는 도시의 하이 패션 산업에 종사하는 인물로 시니컬하고 비밀스러운 면모를 지녔지만 사진 찍히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하는 극단적인 성격을 연기했다. 그녀와 대치 구도에 있는 안나 켄드릭은 파워 브이로거를 꿈꾸는 완벽한 살림꾼이자 은밀한 비밀을 지닌 전업맘 ‘스테파니’로 분했다. 남을 조종하고 심리적 혼란을 주는 에밀리에게 눌리는 듯 보였던 스테파니가 보여주는 반전이 이 영화의 백미다. 특히 초반, 보모로 이용 당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였던 스테파니가 ‘엄마는 무엇이든 스스로 한다’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모험 가득한 탐정 내지 형사로 진화하는 장면은 영화의 반전 매력을 8할 이상 전담한다. 영화 ‘인 디 에어’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된 안나 켄드릭은 사상 두 번째 토니상 후보에 오를 만큼 뛰어난 실력으로 스테파니 역을 미화하며 ‘미친 X 위에 나는 X 있음’을 제대로 보여준다. 폴 페이그 감독은 베스트셀러인 원작의 코드를 그대로 가져와, 빠르게 진행되는 서사와 반전에 더해 영화 내내 세련된 블랙 코미디를 선보인다. 그 속엔 소셜미디어 속에 숨은 경쟁심과 자기 노출 심리, 권력 관계와 사랑 이면에 숨은 돈에 대한 태도도 함께 들어 있다. ‘서치’에서와 마찬가지로, 마치 관객이 주인공의 영상을 직접 보는 유튜브 팔로어처럼 보이도록 촬영, 편집했다. 이 구도는 온라인이 지닌 관음증, 위험한 매력을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블레이크 라이블리는 처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실감 나는 악역 연기를 선보인다. 비밀스럽고 위험한 매력으로 남성을 유혹하고, 또 쉽게 버리는 미스터리한 캐릭터를 그녀만큼 잘 소화해 낼 배우가 있을까. 안나 켄드릭은 친구라고 믿었던 에밀리가 살아 돌아와 자신을 위협하는 순간, 도망가는 대신에 심장 철렁해지는 공격을 시도한다. 사라진 에밀리의 드레스룸에서 그녀의 드레스를 입고 형사를 맞이하는 순간, 꽉 끼는 드레스처럼 자신을 조여 오는 심리적 압박감을 실감나는 표정과 대사로 표현하는 안나 켄드릭의 연기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예상을 빗나가게 하는 반전, 비꼬는 유머가 겉으로는 평온하기만 한 교외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글 최재민 사진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 스틸컷]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59호 (18.12.2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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